[여기는 슬로바키아] 집시를 위한 나라는 없다?...차별받는 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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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슬로바키아] 집시를 위한 나라는 없다?...차별받는 집시들
  • 안소현 슬로바키아 통신원
  • 승인 2019.06.29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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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정부 애써 외면하는 '집시 인권' 문제 재부상
소수의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국가가 되길
안소현 통신원
안소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 안소현 슬로바키아 통신원]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국가들 간의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 슬로바키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확장성 시대에도 슬로바키아내에서 인종차별과 문화 갈등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 이방인으로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슬로바키아에서 경찰이 집시(Roma)들을 과잉 진압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를 계기로 슬로바키아에서는 오랫동안 묵혀왔던 소수민족의 인권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슬로바키아 경찰이 집시들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집시들을 폭행한 일로 인권침해 비난을 받았다. (출처 : Romea.cz)
슬로바키아 경찰이 집시들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집시들을 폭행한 일로 인권침해 비난을 받았다. 사진출처= Romea.cz

 

집시 인구 2% 맞나...실제로는 10%라는 주장도 있어
 
정부가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슬로바키아의 인구중 약 81%는 슬로바키아인이고, 8.5%는 헝가리인, 2%는 집시이고, 그밖에 체코인과 유대인이 각각 1% 미만이며 기타 독일인, 폴란드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이 수치를 발표했지만, 신빙성에 의문이 적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실제 수치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일각에서 집시들의 숫자는 전체 인구의 7~1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반박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결코 적지 않은 인구인 셈이다.

영어로 Gypsy 혹은 Romany라 불리는 이들 '집시'는 코카서스 인종이다. 외모는 흑발, 흑안, 황갈색 혹은 올리브색 피부를 지니고 있는 유랑민족을 지칭한다.

슬로바키아 정권내 '심한 차별' 받아  
 
2차 세계대전 전후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이들은 소수 국민으로 인정받았지만, 슬로바키아가 분리·독립한 이후 심한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상당수 집시들이 체코로 이주해 정착했다.

1970~80년도에 걸쳐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공산주의 정부는 소수민족 강제 동화 정책을 폈는데, 이들을 위해 땅을 내어주고 주택지를 건설해 주는 등 정착을 도왔다. 

그럼에도 이들 집시인구의 3분의 1은 판자촌에서 생활했으며, 여성들은 강제 소독을 당하는 차별을 피할 수 없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정부는 아이들에게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일부 아이들을 장애인으로 분류해 장애인 교육 시설에 보내는 비인간적인 조치도 취했다. 

1980년대 초반 집시 고용율이 75%까지 상승하자, 체코슬로바키아 정부는 인권 차별적 행위를 가리는 선전효과로 활용했다. 90년대 말까지 이런 상황은 계속 유지됐다. 

분리 독립된 슬로바키아 정부가 유럽연합(EU)에 가깝게 다가가는 친서방정책을 채택하면서 '집시' 정책에도 전기가 마련되는 듯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소수자의 권리, 특히 집시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았다. 정부는 소수민족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언어법도 통과시켰다. 2004년에는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고용, 정부 혜택, 건강관리, 교육 등의 분야에서 민족 구분없이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여성에 대한 강제 소독도 본인이 찬성할 경우에만 실시하도록 바꿨다.  

집시들이 거주하는 빈민촌중 한 곳인 자로브니스 마을. 사진 출처= teraz.sk
집시들이 거주하는 빈민촌중 한 곳인 자로브니스 마을. 사진 출처= teraz.sk

 

빈민촌으로 몰리는 집시...소수민족 향한 차가운 눈빛 '여전'
 
슬로바키아 정부의 형식적인 조치에도 현재까지 이들 집시들은 고용, 교육, 주택, 의료 및 정부 제공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차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집시들이 거주하는 빈민가중 한 곳인 야로브니체(Jarovnice) 마을. 1㎢도 되지 않는 이 마을에 집시가족 약 5600가구가 몰려 살고 있다. 이마저도 퇴거 압박을 계속 받고 있어 여기 거주하는 집시들이 또다른 빈민촌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소수인종의 언어 교육에 대해 법적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의 고유 언어인 로마니아어(집시어)를 교육하는 학교는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이들 자녀들이 장애아로 분류돼 장애 아동 시설에 보내지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 1970년대에 행해졌던 일들이 지금까지 버젓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의 경제생활도 비참한 상홍이다. 집시들의 실업률은 최악 수준으로, 인구 40%가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04년 차별 금지법 개정후 8년이 지나서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제 소독 문제가 해결됐다.

당시 개정된 차별금지법은 슬로바키아 정부가 서방에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인종차별금지조치였다는 평가다. 금지법 발효이후로도 많은 집시 여성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강제 소독에 대해 법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2012년 11월 유럽인권재판소가 슬로바키아의 집시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 비인간적인 대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개인의 권리와 사생활을 존중할 것을 판결했다.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 이곳 슬로바키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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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2019-06-29 15:35:53
소매치기 중에 집시가 많아서 안좋은 시선이 있는것도 사실...하지만 적대적인 정책은 실효성이 없는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