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비상장사'여도 증권사 리포트 쏟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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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비상장사'여도 증권사 리포트 쏟아지는 이유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2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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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 하나금융 한화 유안타 등 적극 관심 표명
‘온라인 쇼핑 시장 확대’ 유통업계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
올 들어 온라인 쇼핑 업체 쿠팡을 단독으로 다룬 증권사 보고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쿠팡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온라인 쇼핑 업체 쿠팡을 단독으로 다룬 증권사 보고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쿠팡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온라인 쇼핑 업체 쿠팡을 단독으로 다룬 증권사 보고서(리포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증권사 보고서에서 비상장기업을 주제로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쿠팡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주식시장 상장은 먼 이야기지만 쿠팡의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안타증권은 25일 ‘쿠팡의 질주, 하반기 몇 가지 걸림돌이 있는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의 핵심은 상품 납품 업체의 반발과 ‘로켓프레시(밤 12시 전 신선식품 주문 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 기저 효과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주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인 구성만큼은 일반적인 증권사의 기업 분석 보고서와 다르지 않다. 주로 주식시장 상장 기업의 주가를 전망하는 증권사에서 이처럼 비상장기업을 살피는 건 이례적이다.

쿠팡이 당장 상장을 코앞에 둔 것도 아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진협 연구원은 “쿠팡은 한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앞선 업체지만 연 적자 규모가 1조원,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에 불과한 곳”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하반기 유통업종 보고서에 쿠팡 비중 커

그럼에도 올 들어 쿠팡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월 7일 김명주 연구원이 ‘쿠팡-10조원의 기업 가치는 적정한가?’ 보고서를 낸 데 이어 4월 16일 ‘쿠팡의 외형 성장 지속, 온오프라인 유통사에 부정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한화투자증권에서는 지난달 27일 남성현 연구원이 ‘유통‧물류시장에서 일으키는 쿠팡의 메기효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어 지난 20일 하나금융투자에서 박종대 연구원의 ‘로켓배송은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보고서가 나왔다.

쿠팡을 단독으로 다룬 건 아니지만 주요 증권사의 하반기 유통업종 전망 보고서에서도 쿠팡의 비중이 작지 않다. 이들 보고서는 대부분 유통업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데에 주목, 쿠팡의 성장세를 언급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하반기 소매‧유통업종 전망 보고서인 ‘회복에 무게를 두고 하반기를 맞이할 때’를 통해,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3일 ‘어떤 채널이 대안인가?’에서 SVF를 기반으로 한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행태를 다뤘다.

대신증권 또한 지난 11일 장기 전망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오프라인 생태계를 파괴 하는 온라인’ 보고서에서 쿠팡에서 비롯된 온라인 쇼핑 시장의 특성을 분석했다.

◆ “투자자들, 쿠팡 관련 질문 많아”

그간 증권사의 쿠팡 관련 보고서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지난해까지만해도 쿠팡의 새로운 서비스, 투자, 실적 등 단기적인 사안이 주로 다뤄졌다. 쿠팡의 기업 가치나 사업 전망 등을 다룬 보고서는 많지 않았다.

쿠팡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보고서가 늘어난 건 쿠팡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 시장 확대’라는 유통업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거래액은 113조 7297억원으로 2017년(94조 1858억원)보다 20.8% 증가했다. 또 지난 1분기(1월~3월) 거래액이 31조4953억원을 기록, 연간 거래액 규모가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쇼핑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상위 3개 업체는 옥션‧지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약 16조원), 11번가(9조원), 쿠팡(8조원) 순이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에서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즉 유통업계의 판도가 온라인 쇼핑 업체 중심으로 바뀐 셈이다.

이들 온라인 쇼핑 업체 사이에서 쿠팡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227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3484억원에서 4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물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1215억원에서 1조97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아직까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팡의 무기는 단연 ‘로켓배송(밤 12시까지 주문 시 이튿날 배송)’ 서비스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선보인 ‘로켓프레시’를 비롯해 ‘로켓와우클럽(유료 회원제)’ 등 새로운 서비스가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도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유통업종에 관심있는 투자자들로서는 쿠팡을 '고려 사항'으로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프라인 쇼핑 업체들에게 공통적으로 ‘온라인화’라는 사업 환경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리고 그 온라인 쇼핑 시장의 한 가운데 쿠팡이 있다”고 보고서 작성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쿠팡과 관련된 내용들”이라며 “‘쿠팡이 언제까지 저렇게 돈을 쓸 것인가?’, ‘쿠팡의 중장기 전략은 뭐라고 생각하느냐?’, ‘신선식품도 쿠팡이 앞서 나가는 거 아닌가?’ 등을 질문한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쇼핑 시장 재편할 수 있을까

증권사의 쿠팡 기업 분석 보고서가 주목하는 점도 이러한 투자자들의 의문과 궤를 같이 한다.

단기적으로 쿠팡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유지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쿠팡의 미래’가 과연 어디로 향할지 분석하고 있다. 쿠팡이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했을 때까지만 해도 금세 쿠팡을 중심으로 소셜커머스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쿠팡 외에도 위메프, 티몬은 건재하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업계는 ‘절대 강자’가 없는 가운데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장에서는 이 시점에서 쿠팡의 경영 전략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쿠팡이 이베이코리아, 11번가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박종대 연구원에 따르면 쿠팡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그간 미국‧중국 등에서 인수합병(M&A)를 통해 신규 시장이나 사업에 진출해오는 행태를 보였다. 여기에 시장 점유율을 쿠팡에게 빼앗기는 11번가와 이베이의 입장에서는 마케팅비 확대로 인한 적자를 감내하기 보다는 최대 온라인 쇼핑 업체의 지분을 갖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다.

박 연구원은 “쿠팡은 곧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프트뱅크로선 경쟁사가 아마존이 아닌 이상 1위 업체를 매각할 리 없다”며 “향후 기업가치 제고 여력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산업 구조 재편을 주도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은 쿠팡이 유통과 물류 사업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쿠팡은 물류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큰 비용을 감수해왔다.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유통 부문의 적자를 물류 부문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현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쿠팡의 공격적인 할인 판매가 수익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물류인프라 확충을 통한 수직계열화 시현을 위한 투자가 이익개선을 제한시킨 것”이라며 “풀필먼트서비스 사업부가 흑자전환한 점, 물류 부문 효율화, 3자 물류 시행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직계열화에 따른 시너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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