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나 설 줄 알았던 '카뱅', 은행권 '공공의 적'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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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나 설 줄 알았던 '카뱅', 은행권 '공공의 적'된 까닭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6.2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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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편리성으로 시중은행 위협
시중은행 너나 할것 없이 카카오뱅크 벤치마킹
"업계 메기효과…한계도 분명"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시중은행들이 출범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카카오뱅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출범 당시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하고, 금융소외계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존 은행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간편성과 편리성을 무기로 시중은행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부분 시중은행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에 긍정적 효과를 끼친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주주 적격심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서면 카카오뱅크의 행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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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성·편리성을 앞세운 카카오뱅크가 카카오의 대주주적격 심사가 진행됨에 따라 향후 행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1년 8개월 만 흑자전환…'간편·편리성 & 캐릭터 마케팅'

지난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당기순이익 65억6600만원)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시작 첫 달 총수신과 총여신 규모가 각각 4153억원, 3627억원이었고, 고객수는 11만4000명에 불과했다. 2년이 흐른 올해 4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총수신·여신 규모는 각각 16조280억원, 10조368억원, 고객수는 930만명을 기록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4월 기준(안드로이드 기준) 카카오뱅크 앱 사용자는 지난해 313만명에서 85% 늘어난 579만명으로 전체 은행 앱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단순 앱 설치자 역시 918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카카오뱅크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에 따른 고객 유입과 서비스 편리성 등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카카오뱅크는 점포 방문 없이 공인인증서 없이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 간편이체부터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시중은행과 비교해 높은 금리의 예·적금, 모임통장, 26주적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프렌즈 체크카드'는 전 연령층의 호응에 힘입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흥행에 대해 "인터넷은행만의 간편함에 고객들이 많이 몰렸고, 캐릭터 마케팅은 은행권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7~8월께면 1000만 고객 달성이 예상된다"며 "향후 대주주가 변경되면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서비스 출시는 물론 작지만 기존 서비스 역시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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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지난 2월과 이달에 비대면 간편 신용대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 카카오뱅크 벤치마킹 나선 시중은행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의 강점을 살려 이체·송금·대출 등을 모바일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대규모 고객 유치에 성공하며 '은행권 디지털 전환'을 선도했다. 

시중은행들 고객 유치 쟁탈전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카카오뱅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관련 상품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간편앱'이 속속 출현했고, 최근에는 3~5분 안에 대출이 가능한 모바일 신용대출 서비스도 출시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위비뱅크'를 리뉴얼해 이용률 급성장을 이끌어냈다. 특히, 간편송금은 평균 이용시간을 29초에서 12초로 단축하자 이용건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62%나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연이은 모바일 신용대출 서비스 출시도 카카오뱅크의 영향이 컸다. 카카오뱅크는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모바일로 5분 안에 신용대출 한도를 조회·신청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소요시간이 짧고, 최저 금리 역시 2.75%로 시중은행(평균 3%대)보다 낮아 직장인에게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카카오뱅크 간편 대출에 긴장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이달과 지난 2월에 모바일 전용 대출 서비스인 'KB스타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기존 7개 대출상품을 통합해 3분 안에 간편하고 빠르게 신용대출이 가능한 'KB스타신용대출'은 5월말 기준으로 1766억원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개 개별 상품 총실적(462억원)과 비교해 282% 성장했다.     

기존 은행거래 없이도 누구나 3분이면 모바일로 대출이 가능한 '하나원큐 신용대출' 역시 출시 일주일 만에  1079억원의 실적을 냈다. 기존 온라인 대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데 약 8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흐름인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힘든 상황이 오게 된다"며 "카카오뱅크 성공 사례를 많이 이야기하는 데 고객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접근성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편리한 상품에 대해서는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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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가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으나 향후 한계도 분명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 "메기효과 분명…한계도 뚜렷할 것"

시중 은행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 흥행이 업계에 긴장감과 위협감을 주면서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비대면 서비스와 규모의 경제에 대한 한계점은 분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강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터넷은행의 영향을 받았다"며 "업계서는 간편송금, 비대면 대출 등 카카오뱅크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상품에 대해서는 시중은행등도 팔로우하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시중은행의 벤치마킹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터넷은행만의 경쟁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향후 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 VVIP·고객 대면 상담 등 시중은행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권의 비대면 서비스 출시가 인터넷은행 영향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금융권 화두가 디지털 전환인 상황에서 시중은행도 카카오뱅크의 성공사례를 배워야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은행업에서 예금만으로는 힘들 것"이라며 "대출 등 사업확장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외부에서 비대면·모바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은행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와 간편함을 무기로 등장한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도 소비자 편익을 우선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전체적으로 금융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터넷은행이 100년 전통의 시중은행처럼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진 않지만, 금융 거래 프로세스 혁신을 지속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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