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내 이웃의 기준금리를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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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내 이웃의 기준금리를 논하라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06.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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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각국 경제상황 판단해 기준금리 결정
현실에선 美 금리방향에 준기축통화국·신흥국 직접 영향 받아
최근 미 금리인하 기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속도 당겨
공동락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 6월 FOMC에서 미국 연준(Fed)이 그간의 ‘인내심’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며 주요 시장금리 역시 빠르게 하락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혹은 이번처럼 향후 결정에 대한 시사는 채권 금리에도 그대로 영향을 준다. 실제 단일 재료로만 본다면 채권시장에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만큼이나 강력한 이벤트는 없다.

기축통화국 미국 기준금리 변경, 각 나라 금리에 영향줘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준금리 결정과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보통 단일한 국가 내에서 통용되는 구조다. A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A국 통화로 표시된 채권 금리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며, 굳이 B국이나 C국 통화로 표시된 채권에 A국 중앙은행의 결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 국경의 의미가 무색해지면서 A국의 기준금리 결정이 비단 A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국가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미친 영향력이 다시 A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번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와 관련해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경기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부양책(Stimulus)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통화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기준금리가 0%인 상황에서 딱히 추가적인 조치를 제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기나 물가 여건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당연히 있는 그대로의 텍스트만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며 공감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후 대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CB의 행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바로 외환시장에서 ECB의 행보가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 유로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비난의 골자였다.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국경을 넘어서 다른 나라에는 의도를 했든, 의도를 하지 않았든 전혀 다른 성격의 환율정책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드러낸 사례다.

신흥국, 미국과 기준금리차 커지면 자본 유출 우려 생겨

앞서 필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은 자신들의 거시 경제 여건에 따라 좌우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조치들이 경제적 입장이 다르고 혹은 이해관계가 다른 타(他) 국가에서는 전혀 다르게 인식되는 경우들이 실제로 빈번하다.

동시에 중앙은행들이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처럼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완화를 진행할 경우 자칫 환율 전쟁으로 확대되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마치 ‘죄수들의 딜레마’와 같이 대응한다고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반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손해를 보는 구도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경쟁적 통화완화가 이뤄진 것이다.

ECB의 통화정책 시사에 미국이 발끈한 반응을 보인 이번과 사례들뿐만 아니라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여준 경쟁적인 통화완화 역시 동일한 맥락이었다.

통화정책이 환율정책으로 의도하지 않게 둔갑하는 경우가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과 준(準) 기축통화 성격의 통화를 보유한 유로, 일본 등에서 발생한 공방전이라면, 상대적으로 대외 변화에 민감한 이머징 국가들은 미국과 자신들의 기준금리 간의 격차가 자칫 자본유출이나 외환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지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며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터키나 아르헨티나가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한 경우나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나라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사용됐던 것도 따지고 보면 자국의 거시 경제 여건을 압도하는 다른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 기준금리가 결정됐던 경우라고 하겠다.

미국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기준금리 정상화를 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했다.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금리가 낮아졌고,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으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지나치게 풀린 만큼 이를 수습해 보다 정상적인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까지 총 9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과 중앙은행들이 매입했던 자산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의 양적긴축까지 진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미 경제의 하강 움직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국들도 기준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미 경제의 하강 움직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국들도 기준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금리인하로 방향 선회,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재촉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다른 국가들 특히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동시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적어도 쉽게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지한 바와 같이 자신들의 경제 여건과 달리 외부적인 여건의 변화가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행보였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인하를 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시기 역시 당초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라지고 있다. 이미 이러한 기대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내린 국가들도 있고, 한국 역시도 미국과 보폭을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최근 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종전에 예상했던 시점보다 빨리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당초 올해 4분기로 예상했던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3분기로 앞당겨 조정하는 하우스 뷰(View)를 제시했다. 한국 통화정책에 대한 예상에서 미국 Fed가 상당한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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