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익사'... 이 난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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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익사'... 이 난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9.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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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의 죽음에 전 세계 공분... 난민 수용 소극적인 유럽 국가들에 거센 비판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전세계적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의 사진은 테러와 전쟁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찾아가려는 난민들이 처한 참혹한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서방 국가들에 대한 분노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 정부는 태도를 바꿔 수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로 했다.
난민 재정착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지만 시리아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세력이 활개를 치는 까닭에 신원이 불분명한 시리아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미국에도 시리아 난민을 더 받아들이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유럽이 유례없는 난민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양대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난민 문제에 대한 진정한 연대를 보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EU 국가가 적어도 10만명의 난민을 공평하게 나누어 받이들이는 것이 오늘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터키 해변에 떠밀려온 3세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지난 2일(현지시간) 아침 터키 해변에 3살짜리 시리아 꼬마의 시신이 밀려왔다.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인 아일란 쿠르디는 이날 오전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시신은 엎드린 채 해변의 모래에 얼굴을 묻은 상태였다.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가 시신을 적셨다.
터키 도안 통신이 찍은 이 사진은 외신을 통해 전송되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면서 전세계적인 충격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고향에서 IS가 쿠르드족과 잔혹한 전쟁을 벌여 가족과 함께 떠나온 쿠르디는 터키에서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이날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다.
쿠르디 일행을 태운 소형보트 2대는 23명을 태웠는데, 모두 전복돼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 7명은 구조됐고, 2명은 구명조끼를 입어 해안에 닿았지만, 2명은 실종된 상태다.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씨는 "나는 아내와 (마주보고) 손을 잡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느 순간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면서 "우리는 고무보트에 매달려 있으려고 했지만, 배의 바람이 빠지고 있었고, 어두운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쿠르디의 5살 된 형과 어머니도 함께 숨졌다.
 
▲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인 시리아 난민 압둘라 쿠르디씨가 터키 보드룸의 한 병원 영안실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쿠르디의 고모 티마 쿠르디씨는 캐나다 현지 언론 내셔널포스트에 "아일란의 가족 4명이 개인을 후견인으로 하는 G5이민에 해당해 터키에서 신청서를 냈다"며 "캐나다 이민부는 터키를 거친 신청 과정이 복잡하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티마씨는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원했을 뿐 죽을 이유가 없었다"며 "난민을 온전히 돕지 않는 전 세계를 원망한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캐나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알렉산더 캐나다 이민부 장관은 "아일란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선거운동을 일시 중단하고 이민 신청이 왜 거부됐는지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저스틴 포시스 국제어린이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CEO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은 꼬마의 비극적 사진은 너무 충격적"이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온 난민들이 처한 위험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의 참혹한 죽음이 전세계인의 마음을 모으고, EU를 압박해 난민위기 해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3세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을 보도한 영국 신문들. /연합뉴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쿠르디의 사진과 함께 1면 머리기사에 "난민 위기의 진정한 비극을 보여준다"고 보도했고, 가디언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히 느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파도에 실려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는가"라고 지적했고, 허핑턴포스트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겨냥해 "데이비드, 뭐라도 좀 하세요"라고 제목을 달았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엘파이스 엘페리오디코 등은 홈페이지에 '유럽의 익사'라는 제목과 함께 쿠르디의 사진을 실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전세계의 침묵에 대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캐머런 정부 정치권·대중 압력에 난민 수천명 받기로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쿠르디의 사진이 전세계에 슬픔과 충격을 던지면서 그동안 난민 수용에 반대하던 영국이 수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압박에 굴복해 수일 내로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이 수용할 난민의 숫자나 수용 장소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영국은 시리아 국경지역에 위치한 유엔난민기구(UNHCR) 난민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는 난민들을 자국에 수용할 예정이며, 독일이 받아들이기로 한 1만5,000명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난민캠프의 난민 200명만 수용했다.
캐머런 총리는 쿠르디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난민 사태는 유럽국가가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 터키 보드룸 해안에서 숨진 3세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왼쪽)와 5세 형 갈립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세 살배기 난민 꼬마의 비극적인 사진이 공개된 후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 터져나오면서 영국 정부도 닫힌 문을 열기로 했다.
집권 보수당 의원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우리는 박해와 고통으로부터 도망쳐온 사람들을 받아줘야 한다"며 "런던은 도덕적 책임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하며 캐머런 총리를 압박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은 도덕적인 나라이며 우리의 도덕적 책임들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하루 만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올해 유럽 유입 난민 35만명 넘어... 지중해 건너다 2,600여명 사망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서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35만명을 넘어섰다.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발칸 루트'가 인기를 끌면서 그리스로 상륙한 난민이 23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탈리아가 11만4,000명, 스페인이 2,2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쿠르디처럼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2,643명에 달했다.
독일은 지난 7월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 몰린 난민 가운데 3만2,000명을 분산 수용하는 것을 주도해 가장 많은 1만500명을 수용키로 했다. 프랑스도 6,750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스의 니코스 크리스토도울라키스 경제장관은 "올해 들어 23만명 이상의 난민이 대부분 바다를 통해 그리스의 동부 섬으로 유입됐으며 그리스 정부는 난민 위기 해결을 위해 9개의 서로 다른 유럽펀드에서 돈을 가져오기 위한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망명 기금에 4억 유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기금에 3억3,000만 유로 등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리아와 거의 연관성이 없는 유럽도 난민으로 몸살을 앓는 터에 정작 아랍권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 문제에 나서지 않는 데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6개 국가가 수용한 시리아 난민은 한 명도 없었다.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에 시리아 난민의 망명 신청이 모두 5건 접수됐으나 모두 거부됐다.
걸프 지역 6개 국가의 1인당 구매력 기준 국민총소득(GNI)은 3만6,000∼12만4,000달러에 이른다. 반면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는 터키(160만명)의 1인당 GNI는 1만9,000달러, 레바논(120만명)은 1만7,000달러, 요르단(63만명)은 1만2,000달러 정도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난민 아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SNS 등에선 걸프 국가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글과 그림이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다.
걸프 국가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기부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UNHCR가 지난달 25일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걸프지역 6개국이 시리아 난민 구호를 위해 이 기구에 낸 기부금은 1억700만달러로, 전체 기부금의 19.5%를 차지했다. 2013년엔 걸프 국가들이 UNHCR에 9억1,000만달러를 내놨고 지난해엔 2억3,000만달러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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