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누진제 승인보류' 후폭풍…"단일 요금제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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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누진제 승인보류' 후폭풍…"단일 요금제 도입하라"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6.2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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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폐지안 철회 요구까지
소액주주는 누진제 한시적 적용도 반대 움직임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한국전력 이사회가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이사회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했다. 약관 개정안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사회는 추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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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이사회가 여름철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누진제 개편안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사진=연합뉴스

◆ 여름마다 반복되는 누진제 완화…한전은 부담만

한전 이사회의 한 사외이사는 '연합뉴스'를 통해 "정부가 한전의 손실을 확실히 보전해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을 낮춰야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전 소액주주들은 이사회가 회사의 적자 속에서도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키면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이 올해 1분기에 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로 약 3000억원의 적자 부담이 예상된 것에서 비롯됐다.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구체적인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대책으로 인해 약 3587억원의 손실을 떠안은 바 있다. 올해 역시 개편안이 통과되면 최대 3000억원의 재정적 부담이 예상된다. 소액주주들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편안을 통과시킬 경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공익을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지만 엄연히 상장기업이기 떄문에 의무사항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매년 여름철이면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정부 역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마냥 실적악화를 떠안으면서까지 정부 기조에 따라가라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한전은 누진제 완화 대책이 적용된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동기(영업이익 2조7729억원) 대비 49.7% 감소한 1조39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62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주가 역시 최근 1년 사이 24.7%(지난해 6월25일:3만4600원→6월24일:2만6050원)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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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누진제 완화 대책이 적용된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9.7%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 산자부 "누진제 개편안 7월부터 적용할 것…손실 보전 방안은 아직"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다음 달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 관계자는 "한전 손실에 대해서는 추정치일 뿐 실제 사용량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향후 한전, 국회 등과 다양한 협의를 통해 손실 보전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국민이 불편 없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누진제 개편방안은 7월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게 한전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안은 1차 이사회에서 부결된 상황으로 향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일단 권고안을 받은 상황이기 떄문에 2차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산업부에서 최종 인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누진제 일시적 개편에 따른 부담에 대해 "누진제 완화에 따른 손실 보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며 산업부 권고안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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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논란이 있는 일시적 누진제 완화를 대신해 단일·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시적 누진제 완화 폐지돼야…단일·계시별 요금제 대안

업계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누진제는 과거 전력부족 시대에 공급부족을 대비해 자원을 배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현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성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어떤 방안이든지 다양성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량에 따라 전기 요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저소득, 저사용 가정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교수 역시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 반대했다

강 교수는 "여름마다 완화해주는 제도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면서 "누진제는 전력 수요가 많은 시기에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정치적인 이유 떄문에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전기요금은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규제가 만들어져야 하며 다양한 요금제를 두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요금제를 한 가지만 두기보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요금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계절, 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계시별 요금제 또는 단일 요금제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의 전 가구 보급과 각 요금제의 년 단위 요금 총액에는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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