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외국인 향한 이중잣대 '배당과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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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외국인 향한 이중잣대 '배당과 최저임금'
  • 한동수 기자
  • 승인 2019.06.2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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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외국인 투자비중 40%선
지난해 외국인 배당소득 8조 6천억
외국인노동자 경제유발효과, 임금의 3배넘어
한동수 금융부장 
한동수 금융부장 

 

[오피니언뉴스=한동수기자] 지난 4월 잠정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2012년 4월이후 84개월만에 적자전환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 기간 무역수지 흑자(잠정치)가 전년동월대비 32억1000만달러 줄기도 했지만, 배당소득 수지 역시 49억9000만달러(5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이 더 큰 이유다.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투자비중 40%선  

이렇게 경상수지 적자의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배당소득 적자가 있다.

경상수지의 본원소득 계정에 있는 배당소득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후 받은 배당금과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을 합산해 경상수지에 반영한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1992년 외국인에게 개방됐고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국내 산업은 물론 금융, 부동산 등에 외국인 투자 문호가 대폭 개방됐다. 이 후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에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물론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40~50%대에 이른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은 매년 30%후반대에 40%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남일대와 시내 한 가운데 랜드마크 빌딩들도 외국인 투자펀드가 주인인 곳이 적잖다. 외국인 투자는 때론 필요에 의해, 때론 외압에 의해 점차 확대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보고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한국 경제가 가는 길로 포장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4년간 경상수지 배당소득 12조원 적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대개 외국 금융투자기관, 사모펀드가 주류를 이룬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비율의 절반정도는 미국 국적이었고 영국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중심 국적의 선진국 해외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5~2018년 연도별 경상수지에서 배당소득은 4년연속 적자다. 2015년 16억9500만달러, 2016년 14억5200만달러, 2017년 18억200만달러, 2018년 56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배당소득 적자액을 합치면 약 106억달러(한화 12조 3330억원)다.

올해 1~4월까지 월별 배당소득액을 합해보면 59억9700만달러(6조9800억원)적자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최근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18년 12월결산법인의 배당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12월 결산업체 가운데 1105개 상장사가 외국인실질주주에게 배당을 실시, 총 8조5927억원을 지급했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1조413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KB금융(5337억원), SK하이닉스(5245억원), 신한금융(5174억원), 현대차(4252억원) 순이었다.

외국인에 대한 배당 증가, 비판 대상될 수 없어 

기업이 배당을 한다는 건 이익이 많이 생겼다는 의미다. 외국인이든 국내 투자자든 이익이 발생했을 때 배당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외국인들도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배당금에서 15.4%의 배당소득세를 차감한 후 배당을 받는다. 배당금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 별도의 종합과세도 물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증가하고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이 확대되면서 이제 외국인의 배당소득이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어도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크지 않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1992년이후 2017년말까지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약 77조원, 외국인 배당소득은 76조원이었다. 이미 외국인들은 배당소득만으로 투자 원금을 회수했다고 봐도 되는 대목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자국가소송(ISD)협정을 맺고 있어 어설프게 외국인투자자를 배척할 수 없는 입장이다.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노동자 '임금 시비'...외국인 보는 이중잣대   

그런데 지난 19일 제1야당 대표 입을 통해 묘한 발언이 나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부산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서 일하는 등록된 외국인노동자는 약 84만명(불법체류자 제외)이고 경제 유발효과는 지난해 86조7000억원이다. 이들이 받아간 임금은 26조4000억원이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의 40%정도를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를 송금한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서 생활비로 쓰는 돈은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11%정도 간접세도 발생한다. 

외국인투자자가 우리나라에 자본을 제공하고 배당을 받아간다면,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간다.

외국인노동자들의 경제유발효과와 임금만 놓고봐도 과연 그들이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는지 숙고해봐야 한다. 만약 그럴리 없겠으나 외국인의 임금을 낮추면 오히려 한국인 노동자들이 즉각적인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국내 자본시장과 산업현장에서 이제 외국인은 공존하고 공영해야 한다.

세계에는 강대국과 약소국이 있듯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도 있다.

큰 돈 들고 온 투자자들에게 해마다 수십억 혹은 수백억원의 배당을 해주는 우리다. 매월 평균 200만원 남짓 받으며 3D업종도 마다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식비 제공문제가 영세한 중소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속좁아 보인다.

영화 '기생충'에서 표현한 우리 사회 양극화의 내면이 국내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들도 갈라치기하고 적용시키는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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