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백기사' 모시고...한진칼이 치를 대가
상태바
델타항공 '백기사' 모시고...한진칼이 치를 대가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6.21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CGI "델타항공이 한진그룹과 이면계약으로 지분매입했을 수도" 지적
델타항공, 지분매입으로 얻는 이익은 명확치 않아
한진그룹 지배구조개선 '기 센 시어머니' 될지
대한항공 비행기 구매 압력 가하는 '형님' 될지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델타항공은 왜 한진칼 주식을 샀을까.

세계 1위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 것을 한진그룹 측 요청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 있을까. 투자이득도 크지 않아 '델타항공이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가 명쾌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들이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1. 델타는 왜 한진칼 지분 매입했을까

델타항공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를 강화하기 위해"라며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한미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 10%까지 지분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항공산업내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위상 차이를 생각하면 지분 10% 매입은 과한 투자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조인트벤처를 결성했고, 지금은 성과물까지 제대로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이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델타항공의 노선 및 기종 배정, 좌석배치등 풍부한 노하우는 대한항공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도움되고 있다는 게 한진그룹 관계자 얘기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과거 에어프랑스와의 얼라인언스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말한다.   

파트너사에 대한 지분 매입은 델타항공 특유의 방법이다. 경쟁사인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카항공와 달리 매우 강한 파트너쉽을 선호하는 델타항공이다.

델타항공이 지분매입을 결정한 이유들 중에는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에 대한 관심 ▲대한항공의 비행기 구매시 영향력 행사 등이 있을 수 있다.  

델타항공은 이전에도 파트너십 항공사들에 지분을 투자하고 특정 기종 구매를 권고한 전례가 있다. 중국 동방항공의 3.5%를 소유한 델타항공은 2016년에 20대의 A350과 15대의 787 기종 구매를 권고했고, 49% 지분을 갖고 있는 버진 애틀랜틱에 대해서도 최대 20대의 A330 네오 항공기를 구매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지난 19일 대한항공은 기술 신뢰도 때문에 궁지에 몰린 미국 보잉사의 B 787 시리즈 30대를 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보잉 여객기 구매 의사를 밝힌 직후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투자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투자 수익을 노렸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델타항공은 4..3%의 지분 매입 사실을 발표하는 순간 보유가치가 떨어졌다. M&A 분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21일 한진칼의 주가가 12%나 빠졌다. 10%까지 지분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과하게 오른 주가는 분쟁이 재발하지 않는 한 오름세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KCGI는 '환영한다'는 입장으로 맞대결을 피하는 모양새다. 

2. 조씨 일가의 우호세력인가, 조원태 회장의 우호세력인가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결정에는 조원태 한진 회장에 대한 바스티안 CEO의 신뢰가 뒷받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조씨 일가에 대한 우호세력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바스티안 CEO는 지난 6월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의

델타항공 지분 투자후 한진칼 지분 구조. 그래픽= 연합뉴스
델타항공 지분 투자후 한진칼 지분 구조. 그래픽= 연합뉴스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항공과 조양호 전 회장은 우리의 오랜 파트너였다"며 "그의 가족들의 문제로 걱정하지 않는다. 새로 리더십을 행사하는 조원태 회장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 외에 이명희 전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일이 거론할 상황이 아니기도 했지만.

델타항공의 지분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지, 조씨 일가 전체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될 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번 일로 조원태 회장에 대한 델타항공 바스티안 CEO의 신뢰가 확인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날 입장을 발표한 KCGI도 "이번에 델타항공 투자를 유치한 조원태 회장의 역할을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조씨 일가내 조원태 회장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3. 델타항공, 한진칼 이사회에 참여할 것인가

지분 10%까지 취득하고 나면 델타항공은 한진칼 이사회에 참여하려들 수도 있다. 정상적이라면 이사회 자리를 요구하는게 당연하다. KCGI에 이은 3대주주지만 델타항공의 위상까지 감안하면 10%는 매우 중한 주주인 셈이다. KCGI가 델타항공에 대해 환영의사를 표시한 것은 텔타항공의 '트로이 목마' 가능성이다.

KCGI는 "델타항공이 'Corporate Responsibility Report(기업책임 리포트)'를 발행해 주주, 고객, 직원 등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사업발전에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했다. 특히 "델타항공의 'Corporate Government Principles' 이사회는 경영진이 직원, 고객, 정부 관계자 및 대중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고려하는지 감독한다고 정하고 있다"고도 적시했다. 바스티안 CEO가 PWC회계사 시절 미국 증권위원회(SEC)에 감사법인의 분식회계를 고발한 사람이라고 소개도 했다. 오너일가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이사회 참여를 통해 한진그룹에 대한 일정한 견제와 감독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 KCGI로서는 델타항공 보다 5% 이상 지분이 많은 만큼,  내년 주총에서 이사회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백기사'가 '기가 센 시어머니'로 변신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KCGI 사무실 외관.
KCGI 사무실 외관.

4. KCGI, 지분 팔 이유가 없다

KCGI는 애초 한진칼 지분매입이 투자수익 극대화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임직원, 고객, 주주, 채권자, 지역사회 모두와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한진그룹을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업으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었다. 

올해초 주주총회에서 그 노력이 저지됐지만, 만일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에 대해 이를 권고하고, 또 독단적 결정을 견제해준다면 KCGI로서는 소기의 목적이 이뤄지는게 된다.

KCGI가 보도자료에서 "델타항공에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주주로서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KCGI는 그러면서도 델타항공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측과의 별도의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빠른 시일내에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견제와 협력, 양면의 의사를 다 밝혔다.

KCGI가 <오피니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종PEF로선 투자 모범사례를 남기겠다"는 취지대로 지분 보유상태에서 지배구조개선에 진력할 뜻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