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가장 논쟁적 성서학자의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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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가장 논쟁적 성서학자의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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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성서학자중 한 명인 바트 어만의 저서
8년간 연구 통해 '인간 예수'를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 드라마틱하게 펼쳐내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갈라파고스 펴냄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갈라파고스 펴냄

 

[강대호 북칼럼리스트]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교회다. 두세 살 무렵 어머니가 데리고 간 교회 마룻바닥이 지금도 기억난다. 마룻바닥으로 전해지던 풍금 소리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닌 게 내 가치관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난 성경에는 그 어떤 철학 못지않은 깊은 세계관이 담겼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용은 단순했다. 예수를 '구주'로 믿어야 한다고. 정확히는 (자기) 교회에 (열심히) 다녀야 예수를 바로 믿는 것이고, 그래야 복을 받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난 교회의 이런 맹목적 믿음에 의문을 가질 때도 있었다. 구약성경에서 (유일신으로 알고 있는) 신이 다른 신을 언급한다든지, 신약성경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 예수를 보는 관점이 (저작 연도가 다르지만) 저자마다 다르다든지 하는.

그렇지만 성경에 의문을 갖는다는 건 감히 평신도로선 생각도 못 할 불신, 불충으로 여겨졌다. 특히 목사에게 그러면 더더욱 안 되었다. 한국에서 목사란 예수를 대신하는 사자(使者)니까. 그리고 예수는 하느님이기도 하니까 하느님에게 대드는 게 되는 거다.

그래서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라는 제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불경스럽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제목처럼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예수가 어떻게 그리스도교에서 일반적으로 믿는 대로 신의 위치로 격상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저자 바트 어만은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종교학부 교수다. 그는 책에서 자기는 원래 보수적인 근본주의 신앙을 가졌었다고 고백한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앙을 가졌었다고. 그렇지만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자유주의적 신앙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불가지론자’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바트 어만의 의문에서 시작된다. 특히 신약성서의 공관복음에서 저자들이 예수를 보는 관점이 각각 다른 점에서, 특히 저작된 시기별로 다르게 표현하는 점에서. 그래서 저자는 '성경에서 다루는 이 그리스도는 어쩌면 역사상의 그 예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철저하게 역사적으로 파고든다. 과거에 발견되고 현재까지 보존된 문헌들만을 근거로 삼는 것. 그 근거들만을 토대로 '인간 예수를 신으로 보는 믿음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역사적 과정을 살핀다.

 

신과 메시아

바트 어만은 먼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에서 신을 보는 관점을 짚어본다. 그 지역과 중동 지방에서는 현재 우리처럼 어떤 인물이 신이냐 인간이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았고, '인간이 신이 되기도 하고 신이 인간이 되기도 한 역사'였다고 설명한다. 또한, 위대한 인물은 신이면서 동시에 인간이라 보는 시각도 보편적이었다는 예를 든다. 고대 제국들의 황제들처럼.

저자는 또, “예수가 스스로를 메시아로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를 ‘메시아’의 정의와 사례를 다양한 문헌을 통해서 제시한다. 중요한 건 ‘메시아’가 히브리어고,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종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왕으로도 민중의 지도자로도.

당시 문헌을 종합하면 예수는 묵시론적 지도자인 건 확실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만 문헌에 따라 해석에 따라 '종교적 예언자 혹은 선지자'로 그려지기도 했고, '핍박받는 민중의 지도자'로 그려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당시에 살아서 행동한 인간이었던 것.

그런데도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예수라는 인물을 신이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추론한다. 제자들이 그렇게 생각한 가장 큰 이유가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믿은 제자들의 부활신앙 때문이었다는 것. 그렇게 부활했다고 믿은 예수가 더 이상 자기들과 함께 (이 세상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하늘로 올라갔을 것으로 제자들은 믿은 것이다.

 

저자 바트 어만.사진=bartdehrman.com
저자 바트 어만.사진=bartdehrman.com

예수가 신으로 격상되는 과정

바트 어만은 예수가 신으로 되는 과정을 신약성서와 그 당시 쓰인 문헌들을 갖고 분석한다. 그런데 그 문헌이 쓰인 시기가 뒤로 가면서 예수의 모습이 점점 변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가장 먼저) 서기 65~70년 즈음에 쓰인 마르코 복음에서는 예수의 하느님 아들 됨이 그가 세례를 받을 때라 하고 (중략) 그 후 15~20년이 지나 쓰인 마태오복음과 루가복음에서는 예수의 하느님 아들 됨이 그의 출생 시로 당겨진다. 그러다가 다시 10~15년이 지나 서기 90~95년경에 쓰인 요한복음서는 예수가 태초부터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과 함께한 하느님이었다고 적혀있다. (415쪽, 440쪽)

 

모든 복음서가 예수가 신이 된 시점을 각기 다르게 주장하는 것이다. 어떤 복음서는 인간으로 살다가 서른 살 즈음에 신이 되었다고 했는데, 다른 복음서는 태어날 때 신이 되었다고 하고. 심지어 가장 나중에 쓰인 복음서에는 태초 이전부터 신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든 공관복음서가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하지만, 예수를 보는 관점이 모두 다르고 저술 시기에 따라서도 예수의 모습이 다르게 변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당시의 종교적 흐름과 신학적 대세를 반영한다고 추론한다.

 

신약성서의 모든 책들은 후대에 수집되어 신약성서 안에 배열되었고, 그 이후에야 현존하는 거룩한 경전으로 간주되었다. (중략) 무엇을 믿어야 할지에 대한 논쟁에서 이긴 쪽이 정경 성서에 들어갈 책들을 결정했다. (339쪽)

 

이처럼 가장 유명한 네 복음서마저 예수를 보는 시각이 각각 다른 이유가 후세 사람들의 필요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종교적인 필요로 인간 예수가 신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신앙은 합의의 과정?

공관복음서 중 가장 나중에 쓰인 요한복음은 예수가 태초부터 존재한 하느님의 육화(肉化)라 보았는데, 이런 “육화 그리스도론이 결국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예수가 원래 신이었다가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왔고 그리스도교와 신학은 이 신앙을 기반으로 큰 종교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하는 것.

바트 어만은 특히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를 '해석과 주장의 역사'였다고 설명한다. 그런 많은 논쟁 중 자기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고 이긴 편이 된 정통파와, 그렇지 못하고 진 편이 된 이단들도 소개한다. 그 주요 논쟁은 예수의 자격, 즉 그를 하느님으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였다고.

그 한 예를 니케아 공의회에서 ‘니케아 신경’을 합의하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니케아 신경’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여러 논쟁을 주교들이 합의하여 신앙고백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특히 삼위일체(Triad) 개념을 담았으며 나중에 개신교의 신앙고백이 된 ‘사도신경’ 모체이기도 하다.

니케아 공의회는 당시 신학적 해석 때문에 분열하는 교회를 뭉치게 하고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교회 지도자를 모았고 그 논쟁의 승자 편을 지지했다고. 그런데 저자는 황제가 크게 지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니케아의 관점을 실제로 믿었다기보다 합의된 의견이라는 이유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그는 교회를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합의에 관심이 있었다. (419쪽)

 

그 이후부터 현대까지 그리스도교는 진실을 찾기보다는 ‘합의’가 중요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책은 이렇듯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해석 혹은 합의를 달리할 수 있는 성경과 그리스도교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상의 예수는 성경의 예수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니케아의 그리스도는, 당국의 권위에 대항하고 국가에 반대한 죄로 갑자기 십자가형에 처해진 갈릴래아 벽촌의 묵시론적 방랑 설교자인 역사적 예수와는 전혀 다르다. 그의 실제 삶이 어떻든지 간에 예수는 이제 완전히 하느님이 되었다. (414쪽)

 

저자는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뛰어난 통찰을 지닌 진정한 종교적 천재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예수의 윤리적 가르침에 큰 감화를 받는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묵시론적 맥락에서 예수가 선언한 윤리적 원칙들이 다른 맥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바트 어만은 나아가 예수를 우리에게 맞게 “재맥락화(recontextualized) 하라”고 제언한다. 예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시절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예수의 삶과 외침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위해서 우리의 가치관과 한번 비춰 보라고. 그리고 바꿔보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 책을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썼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맹목적 신앙에 빠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목소리 큰 목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는.

반지성적 행태를 보이는 목사 때문에 부끄럽다는 목사들이 있지만 부끄러워지기 전에 어른 역할을 하지 못한 그들을 지켜보는 눈도 부끄럽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How Jesus became God : the exaltation of a Jewish preacher from Galilee'. 사진=bartdehrman.com
'How Jesus became God : the exaltation of a Jewish preacher from Galilee'. 사진=bartdehrm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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