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부총리 "투자 확대를”…韓 금투업계 "규제 풀어달라" 적극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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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부총리 "투자 확대를”…韓 금투업계 "규제 풀어달라" 적극호응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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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잉 딘 후에 부총리 방한, 금투업계와 간담회 '성황'
베트남 "인프라 투자수요 많아....한국 투자자 많이 오길" 요청
금투업계 "투자규제 부담...법 완화하면 적극 투자나서겠다" 화답
브엉 딘 후에 부총리 등 베트남 정부 사절단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투자 확대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브엉 딘 후에 경제부총리(왼쪽에서 세번째) 등 베트남 정부 사절단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투자 확대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경제부총리가 한국 금융투자업계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베트남은 2014년 이후 매년 6~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이어가려면 해외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베트남 정부 의 입장이다.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베트남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후에 부총리 등 베트남 정부 사절단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투자 확대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국내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 해외 자본 유치 위해 규제 완화 노력

후에 부총리는 인사말에서 “베트남은 인프라 분야에서만 180억달러~2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수요가 있어 국내‧외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며 “교통 등 사회적인 인프라 사업을 위해 한국 기업이 투자하기 편리한 사업 환경을 만들고 있는 만큼 한국의 신규 투자자들이 베트남을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경제부총리가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인프라 발전을 비롯해 첨단‧친환경 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해외 자본에 유리한 직‧간접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국회에 제청된 증권법을 오는 10월 통과시킬 예정이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2017년 9월 외국인의 증권 투자한도 제한을 완화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파생상품 시장을 개설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그간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 베트남으로 향했고 2017년부터 베트남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이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는 16개 금융투자회사가 18개의 현지법인‧사무소를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 “투자 확대 위해 베트남 규제 완화해야”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자본시장 투자 확대의 걸림돌을 없애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현재 베트남은 대주주가 1인인 법인만 증권사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한국 기준으로는 때에 따라 직원 주주를 비롯해 고객 주주, 자본 주주를 포함할 수 있는데 베트남의 기준을 완화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그룹은 2007년부터 베트남 시장에 진출, 현재 4000억원 자본금을 기반으로 증권‧보험‧운용‧캐피탈사를 포함한 종합금융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인 1770명 가량이 현지 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그러면서 “베트남 정부가 금융투자업계 발전과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투자에 법적으로 허용해준다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브 다이 땅(Vu Dai Thang) 베트남 기획투자부 차관은 “2015년 7월 발효된 기업법에 따라 현재까지 1인 법인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현재 이런 법의 틀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건의 사항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내용을 취합해 향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도 “베트남에서는 지분이 50%가 초과되면 외국인 자격이 된다”며 “한국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을 출시할 때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시장조성의무가 생기는데 베트남에서는 외국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베트남 시장에 더 많은 자본을 출자하려면 실질적으로 원활한 위험 회피(헷지)가 있어야 한다”며 “전체 외국 자본에 이같은 권한을 부여하기 어렵다면 특정 부분에서는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미 베트남 자본시장에 진출한 대형 증권사들은 정부 측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고 베트남 진출을 계획 중인 중형 증권사들은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 “투자 확대…베트남 정부 지원 필요해”

베트남 진출을 계획 중인 중형 증권사들도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4월 베트남 하노이 소재 온라인증권사인 HFT의 지분 90.05%를 인수해 올해 안에 영업을 시작한다. 현재 이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라이선스만 보유하고 있으나 2200만 달러 증자를 통해 IB, 트레이딩 라이선스를 추가로 획득할 계획이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베트남 정부에서 라이선스 취득에 도움을 주면 감사할 것”이라며 “앞으로 베트남 증권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모기업인 대만 유안타그룹의 해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유안타그룹은 2014년 동양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도 인수합병(M&A)를 통해 진출했다. 다만 한국에 비해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규모가 적은 편이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는 “최근 대만 유안타그룹 측에서 한국 진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 진출을 추진하면서 베트남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자본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베트남에 진출한 현지 법인을 강화하려고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앞으로 베트남에서도 많은 국영 기업들이 민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과정에 증권·자산운용사 등 한국 투자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에 부총리는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요구를 이해하면서 법적인 절차를 통한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 증권사 등 외국 기업이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려면 지분한도 등 여러 제약 조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베트남은 어느 나라보다 시장 개방의 의지가 강하고 증권법 개정을 통해 해외 자본들의 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답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베트남 자본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금융투자업계에 발맞춰 베트남 정부·업계와의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베트남 자본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금융투자업계에 발맞춰 베트남 정부·업계와의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권용원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 경제가 10년 안에 싱가폴 경제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베트남 정부의 노력으로 외국인 투자환경이 우호적으로 개선되면서 우리 금융투자업계도 베트남 경제의 발전과 성장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권 회장을 비롯한 증권사 사장단 20여명은 오는 11월 베트남 하노이와 하이퐁을 방문해 베트남 정부와 민간 투자 파트너들을 만나 투자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권 회장은 “증권위원회(SSC)와는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며 “양국 간 금융투자업의 협력은 물론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발전을 체계화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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