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사퇴도 맘대로 못하는' 캐리 람 장관...내달 1일 분수령
상태바
[홍콩 워치] '사퇴도 맘대로 못하는' 캐리 람 장관...내달 1일 분수령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19.06.20 12:0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콩 행정수반 최종 임면권 가진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
'홍콩반환일' 기념 대규모 시위 예고...캐리람 장관 사퇴 요구 거세질 듯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15일 홍콩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P.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15일 홍콩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P.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 시민 200만 명이 참여한 지난 16일 ‘검은 대행진’ 이틀 뒤인 18일 홍콩의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범죄자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람 장관의 뒤늦은 사과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한 홍콩시위가 람 장관 사퇴 요구로 확장되면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20일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 람 장관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애드미럴티 지역에 위치한 홍콩 정부청사(CGO)를 에워싸고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부터 예고했던  시위에 찬성하는 기업들과 학교들이 참여의사를 밝힌 파업도 강행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캐리 람 장관, 공약 이행하라"

홍콩 시민들이 람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먼저 람 장관은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는 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법안 추진을 강행했다. 

또 지난 9일 103만명(주최측 추산)의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외면한 채 입법회(立法會)에 출석, 송환법을 2차 심의하고 법안을 억지로 통과시키려 했다.

이로 인해 12일에는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들이 충돌해 수십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홍콩 시민들은 람 장관에게 2017년 행정장관 선거운동에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당시 람 장관은 다수의 홍콩 시민들이 자신을 행정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여길 경우 반드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계속되는 퇴진 요청에 람 장관의 사퇴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람 장관은 꿈쩍도 않고 있다.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 밖에서 지난 12일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군중 속 한 참가자가 '중국 범죄인 인도 반대'라고 쓰인 영문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 밖에서 지난 12일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군중 속 한 참가자가 '중국 범죄인 인도 반대'라고 쓰인 영문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 교체설 일축...홍콩장관 사퇴 스스로 결정 못해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도 중국정부의 람 장관에 대한 태도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람 장관이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연락판공실(중연판 中聯室)은 중앙정부가 람 장관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17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중국정부가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의 정부수반인 행정장관은 시민의 투표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 대표자 1200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에서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람 장관은 지난 2017년 선거에서 777표를 획득하면서 경쟁자였던 존 창(曾俊華) 전 재정장관을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위원회에서 당선된 것만으로 홍콩 행정장관이 될 수는 없다. 홍콩 기본법(基本法)에 따라 행정장관은 선거위원회 선출된 후 중앙인민정부가 임명한다.  즉 선거에서 당선돼도 중국정부가 임명을 거부하면 법률상 행정장관직으로 취임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중국정부가 홍콩 행정장관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중앙 정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해임도 오직 중국정부만이 할 수 있다.

재스퍼 창(曾鈺成) 전 입법회 의장은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이 람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는 것은 희망일 뿐”이라며 “람 장관이 사퇴 의사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는 오직 중국 정부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라고 밝혔다.

중국 승낙에 사퇴선례 남긴 초대 행정장관 둥젠화(董建華)

그러나 홍콩 행정장관이 스스로 사퇴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콩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이 발생했던 2003년 7월 1일,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려다 홍콩 시민 5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는 홍콩이 반환된 후 일어난 첫 번째 대규모 시위였다. 당시 행정장관이었던 둥젠화 (董建華)는 2005년 개인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직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시점이다. 시위 발생 직후 사임은 아니었다.  

둥젠화 전 행정장관은 2003년 대규모 시위 직후가 아닌 2년이 지난 2005년 3월에 사퇴했다. 이유도 홍콩 시민들의 요구가 아닌 개인 건강상의 이유였으며, 후진타오 (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에게 퇴임에 대한 재가도 받았다. 

그러나 현 시진핑 (習近平) 국가주석은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 권력적이고 담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시민들이 80일간 홍콩 도심차로를 점령하며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장관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요지부동이었다. 

홍콩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홍콩의 독특한 정치 제도와 중국정부의 바뀌지 않는 태도는 람 정관의 사퇴를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거꾸로 보면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해 람 행정장관 사퇴요구로 확장된 홍콩의 시위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역사와 정치 제도 
 
영국은 1840년 옛 중국인 청나라로부터 차(茶)수입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청에 인도에서 생산한 아편 수출을 강행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하자 아편전쟁이 발발했고 1842년 청나라는 영국에 항복한다. 승전국이된 영국은 홍콩을 영국령으로 식민통치에 들어갔다. 이후 2차 아편전쟁에서도 이긴 영국은 1898년 청나라로부터 식민통치해 온 홍콩을 비롯한 신제지역에 대해 99년간 임대권을 갖는 협정을 맺는다. 이후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까지 영국이 홍콩을 통치했었다.   
1995년 영국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에 ▲ 홍콩에 대한 자본주의 체제 보장과 ▲중국이 홍콩의 입법 행정 사법권에 대해 50년간 자치권을 인정하는 특별행정구 편성을 이양 조건으로 요구했다. 
중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했고 행정수반을 간선제이긴 하나 자치적으로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반환이전 중국과 영국이 맺은 홍콩의 자치권 보장 각서가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약속을 어겨도 즉각적인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홍콩에서 선출된 임기 5년(연임가능) 행정수반인 행정부장관은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친 중국 성향의 행정수반이 간선제를 통해 선출되는 것도 1000여명의 선거인단이 친 중국 성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선출이 된 행정부장관은 ‘하나의 중국’을 통치기반으로 하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취임할 수 있어 사실상 중국 정부가 임명권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인들의 송환법 반대나 행정부장관 사퇴 요구 등은 홍콩 이양 이전 영국과 중국이 체결한 홍콩의 특별행정구 편성과 자치권 보장 약속을 중국 정부가 성실히 이행하라는 요구가 내포돼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주현 2019-06-20 19:20:19
세계적으로 중국의 입김이 너무 쎄져서 걱정이에요. 홍콩의 자치권이 보장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