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③금리 변화 보려면 중앙은행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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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③금리 변화 보려면 중앙은행을 보라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06.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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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판단이 채권 가격 변동 주효
한은 경기판단, 기준금리 변동으로 이어져
공동락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 지난 2편에서 필자는 채권에 투자할 경우에도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채권을 발행한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범하지 않더라고 채권 가격의 변화 만으로도 경우에 따라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간에 매도하는 경우 채권 가격의 변화(금리 변화)가 발생하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경기 여건이 변하는 경우라고만 간략히 언급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소 포괄적으로 밝혔던 채권 가격이 변화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사실 채권 가격의 변화 요인에 대한 설명은 다름아닌 필자와 같은 채권 애널리스트들이 수행하는 핵심 업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왠지 더 설명의 전개이나 표현에 괜히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음을 사전에 알리고 싶다.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중간에 채권을 매도하거나 반대로 그와 같은 매도되는 채권을 매수하는 타이밍을 선택하는 과정은 보통 자산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주식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주가가 상승할 지 혹은 하락할 지를 예측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

그런데 보통 주식을 투자할 경우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실적에 변화를 미칠 수 있는 요인들(보통 재료라고 하며 좋은 재료는 호재, 나쁜 재료는 악재로 분류)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저울질한다. 반면 이와 달리 채권 투자는 통상적으로 가격 변동의 요인이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다.

주식은 기업실적, 채권은 거시경제 변동

물론 회사채 투자는 주식 투자와 같이 기업 실적을 살피기도 하지만 회사채 금리의 기본적인 구성이 국채 금리에 신용등급이나 기업의 개별 여건을 반영한 스프레드를 더한 형태이기 때문에 거시 경제 여건의 변화는 회사채를 투자한 입장에서도 상당한 정도로 예의주시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처럼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채권 금리가 변한다고 할 때 여기서 말하는 거시 경제 환경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 이 부분이 필자와 같은 금리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설명하기가 가장 난처한 부분이다. 거시 경제 환경이란 실체는 그 용어가 주는 모호함 만큼이나 설명 역시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일상적인 용어로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를 표현하자면 경기나 물가가 향후에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한다는 정도로 언급하는 것이 그나마 필자가 생각할 수 있었던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다.

경기나 물가의 변화를 예측하거나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은 다소 번거롭다. 각종 기관들에게 제공하는 통계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가공함으로써 경기 상황이 이전보다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를 예측해야 하고, 물가 역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피부로 실감하는 체감 물가 외에도 경제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지표(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등)들을 찾아서 분석을 해야 한다. 아마도 그간 채권 투자의 저변이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지 않았던 이유 역시 이 과정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제 판단은 한은이 '빅 마우스'

거시 경제 여건에 대한 판단이나 예측이 쉽지 않다고 할 때 가장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한국은행과 같은 정책 당국자들의 경기와 관련한 발언들을 꾸준히 살펴보라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한 정책 당국자 가운데 특히 ‘한국은행과 같은’이라고 밝힌 이유는 바로 한국은행이 채권 금리와 연관성이 높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엄밀히 말하면 우리 나라의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금융통화위원회와 한국은행은 동일하다고 간주하겠다).

시중에서 형성되는 채권 금리는 문자 그대로 경기나 물가 상황에 대한 경제 주체들이나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거기에 회사채나 공사채 금리는 해당하는 채권 발행자의 신용도가 더해져서 결정된다. 각양각색의 금리 분포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들은 그 결정에 앞서 중앙은행이 제시한 기준금리를 근간으로 각자의 타입이나 만기에 맞게 재구성된다. 한마디로 말해 중앙은행이 한 국가의 자금 융통과 관련한 기본인 기준금리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금리들이 재배치, 재구성되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일반투자자에게는 직접적이지 않다. 각종 채권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일반투자자에게는 직접적이지 않다. 각종 채권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은 경기판단, 기준금리 결정으로 이어져

채권 투자를 하려면 중앙은행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 역시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바로 기준금리가 앞서 언급한 경기나 물가와 같은 거시 경제 환경에 대한 중앙은행의 판단이나 전망을 바탕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좋아질 경우나 물가가 상승한다고 예상하면 기준금리를 올린다(기준금리 인상, 앞선 칼럼에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경우 종전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것과 동일한 구조). 이때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진다.

물론 기준금리의 결정이 거시 경제 여건의 변화에 일일이 대응하진 않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누적될 경우 결국 기준금리를 변경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채권 금리 역시 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반영하며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경기나 나빠지거나 물가가 하락한다고 예상하면 기준금리를 내린다(기준금리 인하). 앞선 금리 인상과 달리 이때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낮아진 금리로 인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된 경기나 물가 상황에 대한 진단은 오로지 중앙은행만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 관계자들이나 이들이 발행한 간행물들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필자와 같은 민간 금융기관의 연구자들 역시 각자의 방법론들은 다르지만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실제로 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이며, 이에 따라 직접적인 채권 금리의 변화 역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하고 변경하는 과정들을 통해 나타난다. 또한 중앙은행이 다른 기관이나 외부의 영향력 행사에 굴하지 않고 경기나 물가 여건에 따라 중립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느냐는 소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추후 기회기 있을 때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중앙은행이 경기나 물가 여건을 반영한 기준금리 결정이 채권 금리에 어떠한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기준금리에 스프레드 붙인 게 채권금리

여기서 언급하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보통 초단기성 자금이 융통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금리다. 한국의 경우 현재 RP 7일물 금리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의 목표가 되는데, 사실 해당 금리는 일반적인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각기 만기와 신용도가 다른 채권들로 조금씩 스프레드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는 말 그대로 기준이 되는 금리의 역할을 한다. 연못에 돌을 던질 때 그 물결이 차츰 외부로 번져나가는 것과 유사한 흐름으로, 실제 채권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속한 영역에서 기준금리의 동향을 반영해서 결정된 금리가 실제로 접하는 금리가 된다.

따라서 중간에 파급 경로가 달라지거나 속한 위치에 의해 기준금리 결정과는 다른 변화를 보이는(혹은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채권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기준금리 결정의 전달 과정이 얼마나 원활하고 섬세하게 이뤄지는 것을 점검하는 업무 역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에 못지 않게 신경을 쓰는 사안이다(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는 살핀다는 의미).

지금까지 필자는 3편의 칼럼을 통해 은행 정기예금으로 재구성해 본 채권 투자, 채권 가격의 변화로 채권 투자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채권 가격 변화에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채권 투자 과정에서 기초적으로 살펴야 할 내용과 채권 투자가 주는 생소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취지였다. 추후에는 각종 뉴스나 이슈들이 실제 채권 투자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도록 하겠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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