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페이스북이 암호화폐에 뛰어든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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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페이스북이 암호화폐에 뛰어든 진짜 이유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19.06.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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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 이용자 활용, 전자상거래 진출 효과 극대화 "암호화폐 발행"
가격 안정된 암호화폐 지향...100개 노드(거래 처리 기관) 모집
우리 정부, 언제까지 암호화폐 법·정책 손놓고 있을 것인가
김정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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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 페이스북이 빠르면 이번 달말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를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이 발행할 암호화폐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의 형태일 것이라고 예측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안정되어 있는 코인이란 뜻으로 법정화폐(달러, 원화 등)로 표시한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적고 안정된 암호화폐이다.

투기꾼들은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를 선호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암호화폐가 더 매력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코인을 실물자산과 연동하거나, 발행주체가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중앙기관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가치에 역행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전자상거래기업과 미디어 플랫폼만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현시점에 페이스북은 왜 암호화폐를, 그것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IT시장의 거대한 전쟁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IT산업이 발전하고, 무수히 많은 플랫폼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동안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있는데, 지금까지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전자상거래(e-Commerce)와 미디어 관련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재화를 소비하다가 나중에는 미디어(뉴스, 유흥, 놀이)를 소비한다. 미국의 신흥 IT공룡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을 보면, 핸드폰 제조사 1개사, 미디어기업 3개사, 전자상거래기업 1개사로 구성되어 있다. Apple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디어 또는 전자상거래 관련된 기업이다. 애플 또한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일단 사용자를 모으고, 이렇게 모인 사용자를 이용해서 돈을 번다. 페이스북의 월 활동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 MAU : 한달에 적어도 한번은 해당 앱을 사용하는 사람)는 23억 명에 달한다. 이는 페이스북이 보유한 다른 3개 미디어 앱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제외한 수치다.

현재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은 유료 광고인데 매출액의 98%에 달한다. 게시물을 가장한 유료광고를 통해 페이스북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사용자1인당 이익, 아마존 1/40 구글 1/8 불과

활동 사용자 23억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가 연간 65조원(2018년 기준)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매우 적은 매출액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페이스북의 순이익율은 무려 40%나 된다. 애플의 최근 순이익율이 23%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수치이고, 누구라도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안정화를 꾀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최고의 자리에서 혁신의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페이스북은 자신이 다른 IT공룡들에 비해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해왔다.

 

이달말 암호화폐 발행을 선언한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 창업자겸 최고경영자.
이달말 암호화폐 발행을 선언한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 창업자겸 최고경영자. 사진=EPA·연합뉴스

 

IT 플랫폼 기업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수치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ARPU)을 꼽을 것이다. 말그대로 가입자 1인당 월 얼마의 이익을 가져다주느냐이다. 페이스북의 2018년 4분기 ARPU는 6.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광고로 먹고사는 구글(50달러)에 비해 8분의 1 수준, 전자상거래(e-커머스)를 주로 하는 아마존(380달러)의 6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가라면 이런 수치에 광분해야 정상이다.

 

주요 글로벌 IT기업들은 ARPU 비교.
주요 글로벌 IT기업들은 ARPU 비교.

여기에 더해 아마존은 2016년부터 광고 사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오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장점을 광고시장으로 연결시켜 기존 광고시장의 강자인 구글과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페이스북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MAU를 잘 이용한다면 e-커머스 시장에서도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e-커머스 시장은 녹녹하지 않다. 충성도가 높은 시장으로 통한다. 아마존 사용자를 뺏앗아오기 쉽지 않은 구조로 판단됐다. 페이스북은 이렇게 견고한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을 뒤집을 돌파구로 암호화폐를 선택한 것이다.

페이스북, 암호화폐로 e-커머스시장 진출 노린다

e-커머스에 암호화폐를 적용하면 우선 최고의 보안수준으로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다. 또한 암호화폐로 결제가 이루어지면 지불취소, 해외결제 등을 걱정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수수료(결제수수료, 환전수수료)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나아가 고객의 검색내역, 장바구니부터 실제 결제, 취소, 환불, 반품된 내용까지 모든 데이터를 플랫폼 스스로 보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마케팅, 상품추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신들의 강점인 MAU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서 전자상거래의 A부터 Z까지 다 해먹을 심산이다.

이 분야에서 앞서간 기업이 몇 개 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결제 앱을 출시했다. 정확히는 결제앱인 라쿠텐 페이에서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모두 지원하도록 업데이트 했다. 텔레그램의 암호화폐 ‘그램(Gram)’도 그 쓰임새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와 비슷할 것이다.

남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메르카도 리브르(Mercado Libre)는 페이스북 암호화폐를 공동으로 개발 중이고 개발된 암호화폐 시스템에서 노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노드(Node)팔이를 시작했다. 100개 정도의 노드를 만들 예정이며 노드에 참여할 회사를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네트워크에 참여해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 즉 노드가 될 권한을 1000만 달러에 판매할 것이라고 알려졌으며, 대형 금융기관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대형 금융기관이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돈 12억 원 정도의 돈을 내고 노드가 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1천만불에 암호화폐 노드 팔기...국제 금융기관 참여 예상

얼핏보면, 페이스북과 대형 금융기관의 이해가 상충한다. 즉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전자상거래의 A~Z를 다 해먹게 되면, 금융기관은 더 이상 수수료 장사를 할 수 없다.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행된 코인만큼의 실물자산(법정화폐)을 보유하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이 자금을 대형 금융기관이 대고 거기서 이익을 취할 것이라고 단순히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세계 대형 금융기관은 신기술에 뒤처지는 리스크를 더 심각하게 보고, 신기술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이다. 나아가 대형 금융기관은 자신들이 앞장서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더 빠르고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만들고 이를 결제수단으로 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먼저 개발도상국중 상당수 국가는 자국의 법정화폐의 변동성이 커서, 자국민이 법정화폐를 소유하는 것 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소유를 더 선호한다. 나아가 비트코인, 이더리움보다 가격이 안정화되어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면 이를 훨씬 더 선호할 것이다.

더해서, 페이스북의 세계 지역별 ARPU를 살펴보면(아래 도표),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국가의 ARPU가 매우 낮음을 알 수있다. 이는 결제방법 제한, 환전 등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페이스북은 이런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 전세계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폐, 암호화폐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야말로 자신들의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솔루션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세계 주요 지역별 ARPU 추이.
페이스북의 세계 주요 지역별 ARPU 추이.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든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페이스북의 예상대로 개발도상국 국민은 자국통화(법정화폐)보다 페이스북 코인을 자신들의 자산을 저장하는 수단(가치처장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붓기 위해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것이다. 선진국 국민은 편의성과 수수료 절감을 위해 페이스북 코인을 보유하고 사용할 것이다.

법정화폐 불안정한 개도국서 각광 예상

이런 플랫폼 전쟁에서 페이스북이 최종 승자가 될지, 아마존이 승자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스타벅스가 혜성처럼 등장해 승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이 중요한 기술인 이유는 이런 판을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지금에 와서 AI를 따라가고, 빅데이터를 따라가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지금까지의 체계와 판을 흔들고 뒤집을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도 해볼만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말로는 4차산업혁명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지만, 기업이 그보다 간단한 혁신을 하는 것 조차 주저하게 만들고 방해하고 있다. 이전 ‘스타벅스 칼럼’에서도 강조했듯이 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이 전자상거래를 하고,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이 광고로 돈을 버는 것은 혁신도 아닌 시대이다.

한국의 플랫폼 기업 카카오나 네이버 등이 전세계는 아니지만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과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동남아에서 미디어, 광고, 전자상거래로 돈을 버는 것은 혁신이라고 봐줄 수도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그것마저 주저하게 한다. 암호화폐를 금지하고(OECD의 조사결과 ICO를 정책적으로 전면금지하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 유이하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아무런 법규, 아무런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또는 알리바바가 세계를 바꾸고 지배하는 것을 구경만 하게 될 것이다.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주)케이엘넷 준법지원팀 팀장으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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