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화장품업종, 국내외 투자 확대…화장품株 사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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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화장품업종, 국내외 투자 확대…화장품株 사도 되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1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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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아모레G, 연고점 대비 20%대 하락
한한령 기간 중국 화장품 시장 변화...프리미엄 강세
아모레 "이니스프리 회복"...LG생활건강 "새 주력 브랜드 육성"
최근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가 업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올 들어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앞서 한한령(限韓令)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된 중국 전자상거래법에도 불구하고 한국 면세점을 찾은 다이공(代工·보따리상)들이 늘어나 화장품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됐다.

올 초부터 발효된 중국의 전자상거래법은 외국 면세점에서 보따리상들이 사 온 물품을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서버를 둔 온라인 쇼핑몰에선 판매가 가능해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되도 한국산 화장품의 대중국 판매가 위축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정작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문제는 중국의 바뀐 전자상거래법이 아닌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된 소비 심리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투자 효과를 살펴보고 화장품주에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처럼 화장품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오락가락하는사이 아모레를 비롯한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표주들의 주고가 연고점 대비 크게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18일 17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 19일 기록한 연고점(24만500원)과 비교하면 29.1% 하락했다. 아모레G 역시 같은날 연고점(8만3200원)보다 23.32% 떨어진 6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은 133만1000원에 마감, 4월 24일 연고점(146만6000원)보다 9.2% 내렸다.

◆ 중국 시장 입지 좁아진 韓 화장품

그간 화장품주는 2016년 하반기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 따른 한한령 영향을 받아왔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 허용할 경우 다이공을 중심으로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중국이 일부 지역에서 단체관광을 허용했다는 소식에 화장품을 비롯한 중국 소비주가 급등했다.

그러나 앞으로 한한령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3년간 중국의 사드 관련 사안에 시달린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 하반기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사실상 한한령이 해제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한한령에 허덕이던 사이 중국 화장품 시장의 판도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한한령 이전까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중심은 주로 매스티지(Masstige·준명품)시장이었다.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에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매스티지 시장 성장률이 정체되는 반면 프리미엄‧프레스티지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매스티지 시장에서는 ‘가성비‧가심비’를 내세운 중국 로컬 업체들이 한국 화장품 업체들을 대체해 나갔다.

특히 미래에 구매력이 강화될 중국 젊은 소비층의 프리미엄 화장품 선호 경향이 두드러진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5허우(1995년 이후 출생자)’는 ‘랑콤(LANCÔME)’부터 사용한다”고 표현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생활용품 시장 규모는 70조원에 달했다. 2017년보다 12.3% 늘어나며 여전히 높은 성장률은 보였다. 프리미엄 시장과 프레스티지 시장 규모가 각각 28.1%, 28.9% 증가하며 전체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 한한령 해제 후 성장세 장담 어려워

프리미엄 시장을 살펴보면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한국 업체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지난해 기준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상위 세 개 업체의 점유율은 로레알 16.1%, 에스티로더 12.1%, 시세이도 6.4% 등이었다. 이들 모두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업체들이다.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8%, LG생활건강의 시장점유율은 2.9%였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성장기에 들어선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취약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7년보다 24.2% 증가해 7조원을 기록했다. 기초 화장품 시장(36조원)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성장률(기초 화장품 시장 13.2%)을 고려할 경우  큰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앞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기초 화장품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LG생활건강의 후가 2017년보다 시장 점유율이 0.1%포인트 늘어났다. 그러나 색조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후가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이니스프리와 라네즈는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씩 하락했다.

◆ 위기 돌파구 찾는다…투자 확대

이처럼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하면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앞으로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되고 중국인 화장품 소비자가 2016년 하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전성기 때만큼의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쇼핑 시장은 둔화하고 있다. 따라서 화장품 업체로서는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의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이처럼 투자 비용이 증가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부분 화장품 업체들이 지난 1분기에 이어 올해 투자 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 수익성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 효과가 기대되는 업체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 투자 효과 고려해 접근해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6.83% 감소한 수준이다. 마케팅 등 투자 비용이 늘어났던 1분기(1866억원)보다도 27.2% 줄어드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기존 ‘캐시카우’였던 중국 이니스프리와 설화수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즉 기존 브랜드의 ‘제2의 리즈시절’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아직까진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매장 비중이 큰 곳인데 현재로선 기존점 매출이 역성장을 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브랜드 가치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야 실적 개선 가능성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설화수의 브랜드 가치 강화와 아리따움 매장 회복에 전력을 쏟고 있다”며 “현재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주력 브랜드 외에 다른 브랜드의 ‘리즈시절’을 열기 위해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특히 ‘후’가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리 잡은 만큼 상대적으로 투자 확대에 대한 부담이 적고 그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국에서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화장품‧생활용품 시장 점유율은 2.9%에 불과하긴 하지만 2014년 1.2%에서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

2분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는 30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6% 증가할 전망이다. 1분기(3221억원)보다는 6.6% 줄어든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후의 고성장이 유지되는 시점에 ‘숨’과 ‘오휘’ 등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단기적으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중장기 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분기 실적 발표 후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률 둔화 가능성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과도한 우려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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