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치 강매' 태광에 과징금 21.8억…태광 "이호진 개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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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김치 강매' 태광에 과징금 21.8억…태광 "이호진 개입 없어"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6.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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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계열사에 김치·와인 대량구매 지시
이호진 전 회장, 경영 통괄…총수일가 33억원 사익편취
태광 "이 회장, 개입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대량구매하도록 전 계열사에 지시한 태광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 등을 고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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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대량구매하도록 전 계열사에 지시한 태광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 등을 고발 조치한 가운데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경영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호진 전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 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통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의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 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고가(10kg당 19만원)에 무려 512톤·95억5000만원 상당을 구매하도록 했다. 또한,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는 46원어치의 와인을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은 이러한 방법으로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휘슬링락CC와 메르뱅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 등 총 141억5000만원어치를 19개 계열사에 강제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부당이익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번 조치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최초의 제재"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태광그룹 고위 관계자는 "해당 의견서를 받아보고 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이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 경영 개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해당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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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태광그룹이 이호진 총수 일가의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전 계열사가 강매하도록 지시하는 등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21억 8000억원을 부과하고 고발조치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치 부당 거래액 95억5000만원

공정위에 따르면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 5월에는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까지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티시스는 2011년에는 5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12년에는 125억3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휘슬링락CC와 합병된 2013년에는 다시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휘슬링락CC는 2011년에 124억4000만원, 2012년에는 167억6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던 김기유 실장은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 실적 개선을 위해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는 계획을 세웠다. 

휘슬링락CC는 강원도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대량생산했다. 김 실장은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 구매를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녀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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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계열사별 과징금 현황. 표=공정거래위원회

◆ 와인 부당 거래액 46억원

메르뱅은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한 곳이다. 

태광그룹은 경영기획실은 2014년 7월 '그룹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했다. 세광패션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해 와인을 구매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 전 계열사는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와인 거래 역시 김치와 마찬가지로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된 2016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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