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목사의 그 말이 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가...『권력과 교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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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목사의 그 말이 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가...『권력과 교회』 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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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기독교인 김진호와 강남순ㆍ박노자ㆍ한홍구ㆍ김응교, 한국 교회의 ‘가장 아픈 곳’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왜 성조기를 흔드는가, 대형교회는 어떻게 특권층의 안식처가 되었나 제시
'권력과 교회'.창비 펴냄
'권력과 교회'.창비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어느 목사가 내뱉은 말들 때문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그 목사가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더더욱 분노를 자아낸다. 어떤 이에게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물론, 한기총은 주요 회원 교단이 많이 빠져나간 허울뿐인 단체니까 그의 발언에 반응하지 말라는 의견도 있다. 관심을 주면 도와주는 거라면서. 그러나 한국 기독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과 그냥 교회에 출석만 하는 교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무시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내뱉는 말의 논리나 개연성을 떠나서 그 수준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북에서 지령을 받은 주사파 정권” 이라거나 “당장 청와대에 진격해 대통령을 끌어내자”라는. 심지어 “청와대에 진격할 때 사모들이 앞장서라”라며 낯뜨거운 선동을 한다. 문제는 이런 발언들에 “아멘”하고 환호하는 동료 목사들과 교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부 교계의 일탈이라 보지 않고 한국 기독교의 정체성으로 해석하며 비판하는 책이 있다. 한국 교회는 왜 북한 문제에 민감한지, 왜 권력을 탐하는지, 왜 막말을 하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권력과 교회, 한국 교회의 정체성을 파헤치다

『권력과 교회』는 제도권 신학 바깥에서 민중 신학을 연구하는 김진호가 대담 형식으로 쓴 책이다. 강남순, 박노자, 한홍구, 김응교 등 한국 교회를 걱정하는 학자들이 대담에 참여했다. 그들은 한국 개신교가 왜 보수적인가, 왜 대형교회를 지양하는가, 그리고 왜 이토록 반 지성적이며 욕망만을 좇는지를 분석한다.

저자와 대담자들은 그 시작에 해방 후 월남한 교회가 있고 그 중심엔 서북청년단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교회 내에 팽배한 반공주의의 시작인 것이다.

 

“맥아더 사령부의 장교들은 필리핀이나 일본에서도 기독교 반공주의 국가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실패했죠. (중략) 한반도 남쪽에서 개신교 반공 국가를 만들고자 했을 때는 ‘서북지역에서 내려온 엘리트’라는 적합한 파트너가 있었던 거예요. (중략) 한경직처럼 영어를 할 줄 아는 개신교 신자도 많았죠.” (145쪽)

 

이렇게 월남한 기독교 청년들을 중심으로 서북청년단이 결성되었다고. 이들이 “(각종 민간인 학살 사건에 참여한 것을 포함해서) 1950~60년대에 반공 청년으로 활약하였고 오늘날 ‘가스통 할아버지’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지난 정부 때 관제 데모에 동원된 단체들 역사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서북청년단이 나오더라는 대담자의 설명이다.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큰 이들은 자기들이 피해자라는 ‘순교자 담론’까지 더해서 남한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영락교회로 대표되는 이들 월남한 교회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교회 주류로 자리 잡는다. 그 과정에 반공을 국시로 삼는 정권들의 도움이 있었다. 당연히 교회는 반공의 선봉에 서게 된다. 공산당, 특히 김일성은 사탄의 앞잡이라면서. 저자와 대담자들은 그런 신념에 영향받은 후배 목사들이 한국 교회를 끌고 가는 현실이라고 분석한다.

전광훈 목사의 발언 중 압권은 “청와대 진격할 때 60대 사모들이 앞장서라”였다. 왜 목사가 아니고 사모여야 하는가. 성 역할이 차별적으로 나뉜 한국 교회의 모습을 드러낸 발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지만 교회야말로 성 역할이 고정된 곳이다. 여성은 교회에서 “한복 입고 안내를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보다는 “설거지하고 밥하는 일을” 맡는다. 물론 봉사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다. 심지어 여성 교인들에게 권장되는 모범적인 헤어스타일이나 복장도 존재한다고.

 

“어느 기독교 쇼핑몰에서 ‘사랑의 교회 스타일’이라는 것을 정해두고 판매할 정도였어요. 단정하고 수수하며, 여성스럽지만 노출이 최대한 억제된 패션이었죠. 그런 여성상이 많이 소비되고, 또 이를 자기화하기 위한 노력이 존재하는 거죠.” (49쪽)

 

교회 여성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사모’라는 자리다. 목사의 부인이라는 존경을 담은 호칭과는 달리 교회 내에서 사모의 역할은 제한적이며 차별적이다. 교회가 작을 때는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야 하며 성장할 때는 목사의 그림자로 살아야 한다. 심지어 미자립 교회 사모는 생계도 책임져야 하고 ‘목사님’ 대신 험한 일을 해야 한다는 믿음까지 가져야 한다.

그런 차별이 쌓여 “사모가 앞장서야” 하는 발언까지 나왔고 그런 발언에 많은 목사와 사모가 ‘아멘’하고 화답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왜곡된 믿음을 갖게 한 저변에는 한국 교회가 제왕적 목사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분들이 믿는 것은 예수가 아니라, 구약 중심으로 보는 권위주의적 성서 해석이 아닐까요. 구약에서 권력과 건물숭상주의에 관한 부분만 부분 절취 해온 거죠. (중략) 그런 목회자는 대개 ‘보스’ 같이 행동하죠. 설교 시간에 ‘십일조를 안 내면 암에 걸린다’라는 식으로 협박조나 명령조, 반말투로 이야기하고 자기를 내세울 만한 건물을 지어요. (중략) 목회자-성도 관계를, 주인-노예 관계로 규정하는 행동이 교회의 주류를 차지해버렸어요. 이른바 성경에 나오는 영적(spiritual) 리더가 아닌 거예요.” (204~205쪽)

 

권력을 지향하는 이런 목사들이 권력자에게 한 발언을 ‘뉴스앤조이(2016.10.30.)’ 기사 '목사들의 박근혜 대통령 찬양어록'에서 잘 볼 수 있다. 아주 가관이다. 저자는 목사들이 권력자를 찬양하는 그런 발언을 두고 ‘마조히즘’적이라고, 반대로 성도들에게 반말을 내뱉는 버릇을 ‘사디즘적 행동’이라고 분석한다.

 

군부독재에 무릎꿇었던 이들이 '본 회퍼’를 거론하다니  

한기총은 그런 목사들이, 교회들이, 교단들이 모인 단체다. 이 글에서 한기총의 정통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렇게 모인 목사들이 내세우는 성경 구절을 다시 생각해 본다. 로마서 13장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해야 합니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이미 있는 권세들도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세를 거역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요, 거역하는 사람은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표준 새번역 성경, 로마서 13장 1~2절)

 

이 구절은 고대에는 로마 황제를 위해, 중세에는 왕권신수설을 위해, 현대에는 히틀러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한 구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두환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정당성을 부여받고자 한경직 목사 등 한국 교회의 대표자들을 종용해 이용했던 성경 구절도 바로 이 구절이다.

난 성경의 원리를 해석할 능력도 그럴 마음도 없다. 다만 전광훈 목사도 언급한 ‘본 회퍼’ 등 많은 신학자가 성경을 수단으로 삼는 것을 비판하고 불합리한 권력에 저항한 것은 알고 있다. 아마 그는 히틀러에 저항한 독일의 신학자 ‘본 회퍼’와 자기를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그 발언을 듣고는 왜 내가 부끄러워지는지.

절대 그럴 수는 없지만, 역사를 한 번 가정해 본다. 전광훈 목사에게 히틀러 앞에 서게 해 보는 것. 그가 과연 ‘본 회퍼’처럼 온몸으로 저항하다 담대하게 처형장으로 끌려갈지 아니면 그 시절 독일 일부 목사들처럼 히틀러에게 협조하고 종교적 근거를 만들어줄지를 상상해 본다. 역사는 절대 가정할 수 없는 거지만, 왠지 그가 어떤 자리에 설지 그림은 그려진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왜 자꾸 부끄러워졌을까. 어두웠던 시절에 빛이 되는 걸 거부한, 핍박받는 자의 아픔에 귀를 닫은, 권력의 회유에 무릎 꿇은, 그런 교회를 비판하기 전에 그 자리에 아무 생각 없이 있었던 나를 먼저 비판한다. 그들의 말을 신의 말씀으로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를 비판한다. 그런 나를 부끄러워하고 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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