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니지] 청년들이 떠나는 나라...심각한 이민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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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튀니지] 청년들이 떠나는 나라...심각한 이민 실태
  • 김수린 튀니지 통신원
  • 승인 2019.06.0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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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위해. 자녀에게 자유를 주기위해... 튀니지를 떠나는 이유들
유럽국가 이민자 수용 거부...'위험한' 밀항에 해상사고 증가
청년들이 국가 버리지 않도록 일자리 만드는 나라되어야
김수린 통신원
김수린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김수린 튀니지 통신원] 지금 한국의 2030세대들은 취업난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 세계를 포함해 튀니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려워지는 튀니지 경제...이민자 증가

튀니지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튀니지 국내 총생산(GDP)대비 예산 적자가 작년 6.3%에서 현재 9.3%로 더 악화되었어요. 높은 실업률과 정치 불안, 그리고 유로존의 경기 둔화가 튀니지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2019년 튀니지 GDP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제 친구 중에 튀니지 시내 카페에서 일하는 튀니지 남자가 있습니다.

튀니지의 주요 경제지표.
튀니지의 주요 경제지표.

하루에 6~7시간 일하는데 평균 20디나(한화 8천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튀니지 최저시급은 한 달 기준으로 340디나 입니다. 한화로 14만원 정도인데 이것도 중소기업이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기준이니, 실제는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가에 따른 편차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어쨌든 일하는 노동량에 비해 받는 임금이 현저히 적다는 생각입니다.

당장 유럽으로 넘어가 일하게 되면 최저시급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상황이니까요. 1유로는 3.5디나 가까이 됩니다. 튀니지의 디나는 화폐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튀니지의 많은 2030 세대들이 이민을 결심합니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프리카 불법이민자들. 목숨을 건 이민 길이었지만, 유럽국가들은 불법체류자들의 수용을 꺼리고 있다. 사진=ANSA통신·연합뉴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프리카 불법이민자들. 목숨을 건 이민 길이었지만, 유럽국가들은 불법체류자들의 수용을 꺼리고 있다. 사진=ANSA통신·연합뉴스

대부분의 튀니지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하기 때문에 유럽으로 이민 가기 좋은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튀니지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전문적인 직업 의사나 엔지니어들이 이민가려는 욕구가 많습니다. 지난 2017년에 튀니지를 떠난 이민자중 45%가 의사였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탈출하는 여성들도 

아랍국에 사는 여성들도 이민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무엇보다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어 있는 나라, 여성으로서 의견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나라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자기 자식에게 이런 자유를 누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더 이민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튀니지는 비자 발급이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안정성이 보장되어 있는 여권국입니다. 웬만한 나라들은 90일 내에 무비자이지만, 튀니지는 유럽을 가려면 비자가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튀니지 사람들은 불법 이민을 감행합니다.

튀니지를 탈출하는 이민자수 추이.
튀니지를 탈출하는 이민자수 추이.

튀니지에서 불법 이민은 매우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어학원에서도 심도있게 다루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튀니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튀니지 인권 단체 FTDES(Forum Tunisien des Droits économiques et Sociaux)에 따르면 2018년에만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로 6000명이 불법 이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민 경로는 튀니지 항구 도시 라굴레트에서 이탈리아 팔레르모 섬까지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식입니다. 튀니지 해안가는 불법 이민의 중요한 출발지입니다. 2박 3일이 넘게 걸리는 밀항이지만 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많습니다.

위험한 불법이민...권할수 밖에 없는 가족들

그렇지만 음식과 물이 부족하기에 배에 타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골라내서 바다에 던지기도 한다는 충격적인 얘기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로 제 친구 오빠와 지인이 배를 탔는데, 지인이 바다에 던져지고 난 뒤 이탈리아에 도착한 친구 오빠는 트라우마 때문에 튀니지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합니다.

이토록 위험한데도 튀니지인들은 왜 떠나려할까, 가족들이 말리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족들이 이민을 부추기는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가족중 한 사람이 밀항을 하려하면 가족들이 필요한 경비를 준비해줍니다. 이민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 사람조차 불법 이민해 정착하면 돈을 많이 벌고, 튀니지로 돌아와 좋은 차와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받는 역효과도 있다고 언론에서 지적합니다.

지중해를 건너는 밀항선에서 물과 음식이 부족해지면, 선장들은 무작위로 이민자를 골라 배에서 뛰어내리게 한다고 튀니지 인권단체들이 폭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중해를 건너는 밀항선에서 물과 음식이 부족해지면, 선장들은 무작위로 이민자를 골라 배에서 뛰어내리게 한다고 튀니지 인권단체들이 폭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튀니지 정부가 해야할 일은
 
하지만 불법 이민의 또다른 큰 문제는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다는 사실입니다. 작은 배에 많은 사람이 타다보니 배가 침몰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정식으로 출항한 배가 아니기 때문에 행선지 이탈리아 정부나 튀니지 정부에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구조 요청을 신청하면 이탈리아 측에서는 아직 자신의 땅으로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튀니지 인권단체 FTDES는 며칠 전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로 가다 전복된 보트에 대해 지원을 요청했지만 튀니지 정부는 거부했습니다. 

2018년 5월 자료에 따르면 그해에 2만3370명이 이민에 성공한 반면 131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합니다. 다른 해에 비해 이민을 간 사람의 수가 적지만 사망자수는 비스하거나 조금 적습니다.

튀니지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보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국민들이 나라를 떠나는 것을 비난하기전에 취업에 도움되는 일자리 증진 프로젝트나 시스템 마련에 전력해야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젊은이들이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한채 차가운 바다 속에서 목숨을 잃기 전에, 꽃을 피울만한 좋은 땅을 제공하는 일이 튀니지 정부의 책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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