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에 시름깊어진 건설사·주택조합…'후분양'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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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에 시름깊어진 건설사·주택조합…'후분양' 돌파구 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6.07 19: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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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 높게 못 올려"
조합원 부담 가중, 공급 축소 우려 커져
업계, 규제 피해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방안 고심 중
HUG는 6일 아파트 분양가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6일 신규 아파트 분양가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정부가 상승 조짐을 보이는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 규제 카드를 꺼냈다. 앞으로 분양하는 새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시세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 조치에 건설사를 비롯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등 관계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 바뀐 기준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는 6일 서울과 경기 과천·분당, 대구 수성구 등 전국 34개 '고(高)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 상한 기준을 지금보다 최대 10%포인트 낮추는 내용을 담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신규 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최근 1년 이내 인근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을 경우 그 아파트 분양가를 넘지 못하게 하고 ▲분양 후 1년 이상 지난 아파트만 있을 경우 그 아파트 분양가에 시세 상승률을 최대 5%까지만 반영하도록 했다. 또 ▲이미 준공한 아파트만 있을 때는 주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이 경우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종전 100%까지 책정할 수 있었던 것에서 105%를 넘어서지 못하게 된다. 

HUG는 분양 보증을 독점 발급하는 공기업으로 이 분양 보증이 있어야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HUG의 이번 규제는 사실상 정부 규제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번 개선안은 오는 24일 분양 발급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선안은 HUG가 2016년 8월 고분양가 관리지역 아파트 심사 기준을 바꾼 이후 2년10개월 만의 변화다. 정부가 최근 서울 등 민간 아파트 분양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HUG 규제안 발표에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분양 일정을 아예 미루는 등 공급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UG 규제안 발표에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분양 일정을 아예 미루는 등 공급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합원 부담 가중·공급 축소 우려

이번 규제 변경의 첫 대상은 서울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 재건축인 래미안 라클래시와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인 서초그랑자이, 사당 3구역 재건축인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청량리제4구역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강남의 노른자위', '초역세권' 등 올해 분양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주목 받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분양가 규제를 적용 받는다면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시세보다 월등히 싼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으로 강남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다시 '로또 아파트'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HUG 기준의 분양가에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HUG의 인위적 분양가 통제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급 일정을 미뤄버리는 등 공급축소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HUG의 규제 강화는 조합원의 부담 가중으로 연결돼 재건축 사업장들의 분양 연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UG 규제안 발표에 후분양 등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UG 규제안 발표에 후분양 등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분양으로 분양가 규제 피하자"

분양가 규제 강화의 대안으로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강남권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후분양 단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후분양은 주택 건설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수요자가 직접 주택을 확인하고 분양 받는 제도로 최근 정부가 후분양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옛 여의도 MBC 부지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 '브라이튼 여의도'는 현재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애초 다음 달 주상복합 건물과 오피스텔을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주사업자인 신영그룹 측과 HUG간 분양가를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 측은  3.3㎡당 평균 40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검토중인 반면 HUG는 3000만원대를 요구하고 있다. 

변경한 HUG 기준을 적용할 때 브라이튼 여의도의 분양가는 3500만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여의도에서 최근 10년 이내 준공한 아파트는 없다.

가장 최근에 준공한 아파트는 2008년 3월 입주한 여의도 자이로 당시 분양가는 3.3㎡당 3443만 원이다. 

지난달 HUG와 분양가 협상을 진행하다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중단한 래미안 라클래시 조합도 고민에 빠졌다. 이미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오는 24일 이후 분양보증을 받는다면 분양가 책정에서 더 불리할 수 있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인 삼성물산 관계자는 "후분양 등은 조합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후분양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서울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후분양 사업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또 올 하반기 이주가 시작될 서초구 반포 주공1·2·4주구나 서초구 방배13구역, 잠원동 신반포 4주구 등도 후분양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2년 뒤 분양 시장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양이 지연될 경우 금융이자 등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만큼 후분양이 대세를 이룰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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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정신차려라 2019-06-08 23:16:42
로또 아팟이 나오면 또 어떤가? 오래 무주택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싸게 공급하는게 뭐가 문젠가 주변 시세 다주고 살거면 뭐하러 분양받나 더 입지 좋고 생활권 갖춰진곳에 그냥 사고 말지

공정경제 2019-06-07 19:18:22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폭등하는 분양가 잡으려면 원가연동 분양가상한제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