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필요한 세상...『네트워크의 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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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필요한 세상...『네트워크의 부』 리뷰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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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생산' 용어 처음 만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의 저서
원제 'The Wealth of Network: How Social Production Transforms Markets and Freedom'
네트워크 정보경제에 대한 광범한 이해와 통찰력을 제시
하버드대 로스쿨 버크만센터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브로드밴드 정책을 조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의 과도한 감시 활동이 정보의 흐름과 시민적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네트워크의 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지난주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꺼낸 이유가 최근공유경제라는 키워드가 각종 뉴스에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이 단어를 처음 쓴 미국 하버드 법대로런스 레식교수와 이를 대중적으로 알린제러미 리프킨의 애초 의도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대응하는 차원에서였다.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사회운동 차원이기도 했고.

그렇지만 지금의 논란은 용어만공유이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만 드러내고 있다. 누구 할 것 없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모양새다. 게다가 결정권을 가진 쪽에서는 양자 간 대결 구도를 만들어 마치 당사자가 아니라는 듯 지켜보며 훈수만 둔다. 그들은 혁신의 승자와 패자 구도를 만들어서 어두운 면을 강조하거나, 합법과 불법을 들먹이며 협박을 한다. 힘을 가진 그 누구도 앞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우려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

조신 연세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정부 역할을 아쉬워한다. 먼저타다' 갈등과거부터 되풀이돼온 혁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한 것. 그는 혁신에 대해정부나 전문가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한다고 본다. 또한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조신 교수는 정부와 관료들에게 적극적인 생각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요즘 논란이 되는 문제의 핵심을 지적한다. 면허비용을 보전하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른 면허와 달리 택시에만면허 양수도를 가능하게 한 정부를, 타다가 불법이니 당장 구속하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행정 조치나 법적 판단을 미루고만 있는 관료들을, 이러한 논의가 처음 나온 게 7년 전인데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는 관계 부처와 관료들을 비판한다. 이한상 교수는 이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왜 젊은이들이 택시를 피해타다로 이동하는지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료 생산이 불러오는 세상의 변화

이렇듯 지금 세상은 혁신과 비혁신이 대결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지난 10여 년간 생긴 일이다. 언제부턴가 인터넷 덕분에 동료와 서로의 재화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 생산을 하게도 되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문화를 창조하였지만, 기존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부닥치게도 되었다.

‘요하이 벤클러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이를동료 생산(Peer Production)’ 덕분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저서 네트워크의 부에 의하면동료 생산위계적 관리에 따라서 배정되는 작업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개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 의존하는 생산 시스템이다.

벤클러는 이 책에서 이렇듯 인터넷이 불러온네트워크 정보경제시대를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특징은 시장(市場, market)을 이용한 전유적(專有的, proprietary) 방식의 경제체제인데, “네트워크 정보경제가 발전하면서 비시장(非市場, nonmarket)을 이용한 비전유적(非專有的, nonproprietary) 방식으로 바뀌는 현상들을 분석한 것이다. 벤클러는 바뀌게 될 새로운 세상은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과 부닥치면서 발전한다고 봤다.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버크만 클라인 센터 (Berkman Klein Center)'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브로드밴드 정책을 조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의 과도한 감시 활동이 정보의 흐름과 시민적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요하이 벤클러.하버드대학교 로스쿨 '버크만 클라인 센터 (Berkman Klein Center)'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브로드밴드 정책을 조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의 과도한 감시 활동이 정보의 흐름과 시민적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회적 생산은 시장과 자유를 어떻게 바꾸는가

책의 부제 사회적 생산은 시장과 자유를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볼 수 있듯이비시장 기반의 정보 생산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설명한다. 벤클러는 이러한 생산 방식이 경제, 정치, 문화, 법에 미치는 의미를 설명하며 인터넷 생태계의 정책 변환 필요성까지 주장한다.

『네트워크의 부』는 이러한 방대한 분야를 3부에 걸쳐서 풀어낸다. 1부에서는 동료 생산 프로젝트 사례들과 사회적 생산의 경제학을 설명한다. “전유적 전략에 의존하지 않는 비시장 방식의 협업이 왜 지속 가능한지, 어떻게 정보경제의 생산성을 향상하게 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2부에서는 네트워크 정보경제가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설명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개인적 자율성, 정치적 자유, 문화적 자유, 정의와 국제 개발, 사회적 유대로 나누어 접근한다. “협업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주고, 네트워크 공론장이 매스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주적 담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고, 공유재 기반의 연구와 개발 그리고 혁신이 어떻게 세계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조망한다.

3부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정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과거 승자들 중심의 법과 정책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공헌과 사회적 생산의 가치를 반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네트워크 정보경제에 적합한 정책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80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책에 담긴 벤클러의 생각 중에서 세상이 주목한 건공유재에 기반을 둔 동료 생산(peer production)’이다. 벤클러는 이러한동료 생산이 가능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정보와 문화 생산에 필요한 물리적 장치들은 선진국의 개인들에게 널리 보편적으로 보급되었다. 둘째, 디지털화와 정보 커뮤니케이션의 등장으로 정보·지식·문화 생산과 전달비용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셋째, 기여자들의 작업을 교환 가능한 기능적 단위인 모듈(modularity)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동기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가능해졌다. (169~170, 764)

 

달라진 인터넷 환경과 발전하는 기술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자기의 재화와 기술을 기꺼이 동료와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벤클러는 그 덕분에 위키피디아, 오픈 혹은 프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각종 P2P 방식의 서비스들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공유경제철학을 담고 태어난, 오늘날 논란이 이는 일부 사업모델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공유경제와 다른 '온디맨드(on demand) 경제'라면서.

 

온디맨드 경제를 구축하는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도 동료생산과 똑같은 거래 비용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온디맨드 경제의 핵심 추동력은 사회적 동기가 아니라 가격 신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온디맨드 경제식 기업들은 조직적 관리를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가격 신호에 대응하는 세분화된 노동 분할로 대체할 수 있었다. (중략) 한편으로는 온디맨드 경제가 미치는 가장 해악적 효과는 인터넷의 핵심적인 특성들을 거꾸로 뒤엎는다는 점일 것이다.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벤클러는 이 책이 처음 나온 2006년과 한국에서 출판한 2015, 즉 지난 10년 사이에 벌어진 많은 변화에 대한 의견을 한국어판 서문에 담은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는 논란이공유경제때문이라거나온디맨드 경제때문이라거나 하는 산업 분류의 문제가 아닌 건 확실하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으로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으로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의 선택이 답을 알려줄까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서 모임을 마치고 방향이 같은 일행과 함께 '타다'를 불렀다. 우리 목적지를 확인하고 배차된 '타다'는 예상보다 빨리 데리러 왔다. 차량 내부는 성인 세 명이 앉기에도 안락 한데다 깨끗했고 상쾌한 향기도 났다. 기사는 우리 대화에 끼어들거나 무례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요금은 비슷한 거리를 택시로 탔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의 학습효과가 주변으로 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타다'에 맞불을 놓으려는지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새로운자체 플랫폼 택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타다'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기존 조합원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타다'로 손님이 몰리는 이유가 과연 플랫폼 탓일까.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까 타고 싶은 걸 타는 거고, 타고 싶지 않아 안 타는 것 뿐인데.

그러고 보면 혁신이 꼭 첨단 기술만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진화하는 기술, 달라지는 문화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사람들의 요구를 잘 읽어 내는 것도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클러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변화하는 세상과 어울리는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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