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양정철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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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양정철 뜯어보기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6.0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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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움직임할 것' 정치권 예상 뛰어넘는 행보
박남춘, 김경수, 오거돈 등 지자체장 만남도 예정
만남 자체를 비난하긴 어려워...홀로 킹메이커 가능할까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온갖 막말이 횡행하고 “5+1로 하자”(청와대)vs“3+1R까지만 ‘용인’할 수 있다”(한국당)는 치열하지만 재미없는 줄다리기가 횡행하면서 여야 극한대립이 뻔한 돌림노래를 연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행보를 찬찬히 짚어보면 흥미로울 지도 모르겠다. 일단 양 원장의 최근 움직임이 흥미로운 것은 예상과 판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명실상부한 킹메이커임에도 정권 교체 직후 “잊혀질 권리를 달라”며 표표히 떠나 2년의 시간을 보낸 양정철의 ‘복귀설’이 들리면서부터 여의도의 주목도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연구원장이라는 애매한 자리를 맡기로 결정된 이후에도 양정철은 ‘병참기지를 맡게 됐을 뿐’이라면서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양정철은 지난 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토크콘서트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수천 지지자들 앞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옆에 앉혀놓고 “우리 당에는 다음 대선에 잠재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들이 차고 넘치지만, 유시민·조국이 가세를 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안심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근 친문 비문을 가리지 않고 정치실세들을 만나는 그의 행보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근 친문 비문을 가리지 않고 정치실세들을 만나는 그의 행보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곧바로 양 원장이 친문 그룹 차기 주자 띄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럴 가능성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이렇게 직접적으로 움직인 것은 의외라는 반응도 뒤따랐다.

그리고 서훈 국정원장과 ‘사적인 만남’이 언론에 포착됐다. “몰래 따라 다니며 뭘 알고자 한 것이냐. 추구하고자 한 공적 이익은 무엇이냐. 기자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는 거친 반응에선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언론과 각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양비’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기 충분했다.

‘국정원장하고 네시간 반 저녁 먹는 걸 보니 세긴 세다. 어쨌든 부적절한 모양새가 연출됐으니 이제는 정말 당분간 운신의 폭을 좁힐 것’이라는 예측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양정철은 그러지 않았다.  서울시청과 경기도청을 차례로 방문해 박원순 시장, 이재명 지사의 손을 잡았다. 서울시청에선 "시장님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정책의 보고이고 아이디어 뱅크"라고 말했고 경기도청에선 “지사님이 갖고 계신 획기적인 발상과 담대한 추진력을 통해 축적된 경기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강조했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두 광역단체장은 양정철의 깍듯한 상찬을 받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함박 웃음을 지었다.

행동반경이 좁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친문 띄우기’라는 분석도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7일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을, 내주에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난다고 한다. 대전 등 다른 지역 방문 일정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야당은 “민주연구원장이냐 문주연구원장이냐”며 비난을 퍼붓고 언론과 호사가들도 제각각 촌평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을 리 만무한 양정철은 개의치 않을 것 같다. 내밀한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만남’ 자체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정철이 다음에는 어떤 예측을 깰까? 

그는 지난 달 14일 민주연구원으로 첫 출근하는 길에 현관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에게 "다음 총선은 싸우는 정당이냐 일하는 정당이냐,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 이념에 사로잡힌 정당이냐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냐에 대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었다.

아마도 그 말 안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양정철의 말 대로 되면 정권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말은 말이고 실천은 실천이다. 그리고 말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실천은 혼자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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