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무기 '희토류`...원소중 가장 까다로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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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의 무기 '희토류`...원소중 가장 까다로운 녀석들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6.05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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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57~71번 란탄족 원소 14개에 스칸듐,이트륨까지
전자를 꼭꼭 숨기는 버릇, 주기율표 창안 멘델레예프도 두손 들어
자성 강한 가돌리늄, MRI장치· 암종양 제거에 이용
희토류 분리 · 정제 매우 힘들어...인력투입 많고 환경오염 문제있어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큰 무기로 등장한 희토류.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은 희귀물질 희토류의 대미 수출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이것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물론이고 주요 선진 산업국가들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름처럼 희귀한 만큼, 그 부피가 크지 않을 것은 쉽게 추측된다. 이 조그마한 물질들이 어떤 이유로 전세계에 큰 충격파를 몰고 오게 되는걸까. 

중국만 '엄청난 매장량'의 복을 받은 나라인가. 왜 중국이 전세계 생산의 90%를 공급하게 된 것일까. 미국, 호주등 땅덩어리가 큰 사라에는 이런 희토류 암석이 없을까.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특유의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희토류의 어떤 성질이 이런 `무서운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됐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무역전쟁이 예고되자 강서성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기 유한공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무역전쟁이 예고되자 강서성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기 유한공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신화·연합뉴스

 

◆원소 주기율표에 있는 희토류들

휴대폰등 IT 부품, 전자부품을 탑재한 무기, 자기공명영상장치(MRI)등 의료기기에도 두루 쓰이지만, 희토류는 자연상태에서 쉽게 눈에 띄는 원소들이 아니다.

희토류로 분류되는 물질 대부분은 원소 주기율표상 번호 57번 La(란탄, 원자량 138.905)을 중심으로 한 란탄족 원소들을 말한다.(멘델레예프가 발견했다는 것은 아니다.) 란탄족이 아니지만, 스칸듐(Sc 원자번호 21번), 이트륨(Y 원자번호 39번)도 희토류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란탄을 비롯해 세륨(Ce 원자번호 58번), 프라세오디뮴(Pr 원자번호 59번), 네이디뮴(Nd 원자번호 60번), 프로메튬(Pr 원자번호 61번), 시마륨(Sm 원자번호 62번), 유로퓸(Eu 원자번호 63번), 가돌리늄(Gd 원자번호 64번), 테르븀(Tb 원자번호 65번· 터븀), 디스프로슘(Dy 원자번호 66번), 홀뮴(Ho 원자번호 원자번호 67번), 에르븀(Er 원자번호 68· 어븀), 툴륨(Tm 원자번호 69), 이테르븀(Yb 원자번호 70번· 이터븀), 루테튬(Lu 원자번호 71번 )이다. 원소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 그리고 21번, 39번이다. 

원소 발견을 예측하며 주기율표를 만들었던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도 희토류 원소들 앞에서는 두손을 들었다. 이후 화학자들이 가세한 끝에 란탄족들은 아예 주기율표 본체에서 빠져나와 하단에 별도로 배치됐다.

멘델레예프가 이처럼 곤혹스러웠던 가장 큰 이유는, 이들 희토류 원소들의 예측 불가능한 성질 때문이었다. 원소는 원자핵과 이를 둘러싸 돌고 있는 전자의 껍질에 따라 s,p,d,f,g라는 오피탈 공간을 갖는다. 하나의 오피탈을 채우면 그 다음 오피탈에 전자가 들어서는 식이다.

란탄족 원소들은 f오피탈에서 전자를 다 채우면 다음 오피탈에서 전자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f오피탈에 채운 후에 다른 전자를 깊숙이 숨기는 버릇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전자의 수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에너지 준위가 두단계나 아래에 있는 오피탈 층에 전자를 숨기는 녀석도 있다. 때문에 원소의 성질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예컨대 특정 란탄족 원소와 어떤 원소가 쉽게 결합하는지를 알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 희토류 원소들의 또하나 특징은 자연상태에서는 각 원소가 순수한 상태로 볼 수 없다는 것. 이들은 서로 란탄족 원소들과 함께 섞여서 무리지어 존재한다. 

17세기 이후에 란탄족 희토류 원소가 대거 발견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이테르비 섬'의 암석들이 그런 경우였다. 당시 이 지역의 유명한 지구화학자였던 요한 가롤린은 반짝이는 빛깔의 암석이 많은 이테르비 섬의 아마추어 지질학자들이 보내오는 암석들을 연구하며 어떤 물질들이 들어있는지, 새로운 원소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을 했다. 

이 때 가돌린은 이테르비 섬에 란탄족 원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화학자들이 가돌린의 연구를 더 깊게 검토하고 화학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란탄족의 새로운 원소들을 하나씩 발견해냈다.

이테르븀은 이테르비 섬 이름을 딴 것이고, 이트븀, 테르븀, 에르븀 이름은 이테르비 섬내 지역명에서 유래했다. 홀뮴은 스톡홀름에서, 툴륨은 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 이름을 빌려왔고, 가돌리늄은 가돌린을 존경한 프랑스 화학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다.

◆왜 중국이 큰소리를 치고 있을까...북한도 가능할까

희토류 생산이 얼마나 어려운지, 화학자들이라면 쉽게 접해봤을 일화도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한 화학자는 란탄족 69번 원소인 툴륨을 암석에서 분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툴륨이 함유된 광석을 큰 도가니에 넣고 화학물질을 사용해 처리하고 끓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제했다. 이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려 하루에 한 두번만 반복할 수 있었다. 그는 그 과정을 수작업으로 1만5000번 반복했고, 수백㎏의 광석을 정제한 끝에 겨우 수십g의 툴륨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금은 화학적 방법을 통해 이보다 더 쉽게 정제할 수 있지만, 그만큼 희토류를 분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의 예를 들면 희토류를 포함한 암석이 풍부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나라에 분포해있다. 호주, 미국 등에도 있고 북한에도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지질상 이점이 아니라 암석을 쪼개고 화학처리를 하고, 이를 정제하는 과정들에서 수작업이 많이 들어간다는 특유의 공정때문에 중국이 생산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다 정제이후 버리는 암석이 산처럼 쌓여 환경을 오염시킨다. 화학물질중에 산성물질이 많이 하천오염도 예상된다. 선진국가들은 희토류 생산에 대해 환경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규제가 느슨해 생산이 쉬운 것.

미국이 중국에 맞대응해 자국내 희토류 생산을 늘리겠다고 나서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넘어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도 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기 어렵다. 앞에서 말한대로 광석을 채굴, 정제하는 것이 아니라 암석을 쪼개서 화학반응시키는 과정을 통해 극히 미량을 정제할수 있기 때문이다.    

회토류 물질중 이용 사례가 많은 가돌리늄은 쌍을 이루지 않는 전자가 많기 때문에 강한 자성을 띄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회토류 물질중 이용 사례가 많은 가돌리늄은 쌍을 이루지 않는 전자가 많기 때문에 강한 자성을 띄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희토류는 어떤 성질의 물질일까...강한 자성의 물질

원소 성질이 이처럼 예측 불가능성이지만 이미 꽤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다. 희토류 원소들은 대부분 강한 자성을 띈다.

란탄족 원소들중 하나인 가돌리늄은 오비탈을 홀로 채우고 있는 전자의 수가 가장 많다. 쌍을 이루지 않은 전자가 많기 때문에 어떤 원소보다 강한 자성(磁性)을 띄고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가돌리늄은 자기공명장치(MRI)를 활용한 의료기술에 많이 사용된다.

MRI 장비는 강한 자석으로 신체 조직을 자화(磁化)시켰다가 자석의 힘을 차단한 후 나타나는 신체조직의 움직임을 영상화하는 장비다. 신체는 자기장이 사라지면 조직이 이완되면서 무작위로 재배열된다. 가돌리늄이 붙은 조직은 이완이 천천히 이뤄지는데, MRI는 그 시간적 차이를 이용해 영상을 얻는다. 예를 들어 종양을 표적으로 들러붙는 물질에 가돌리늄을 붙여두면, MRI스캔에서 이 종양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돌리늄은 종양과 정상세포간 차이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MRI 장비의 종류에 따라 종양을 회색빛 신체조직에 떠있는 하얀 점으로, 또는 하얀 하늘에 떠 있는 검은색 구름으로 보이게 한다.

가돌리늄은 강한 방사능을 쏘아 종양을 죽이는 분야에서도 유용한 물질로 활용된다. 쌍을 이루지 않는 전자배열 구조 덕에 가돌리늄은 중성자를 많이 흡수할 수 있다. 정상적인 신체조직은 중성자를 잘 흡수하지 않는데, 중성자를 흡수한 기돌리늄이 방사성으로 변해 핵분열을 일으킬 때 주변에 있는 조직을 파괴하게 하는 방법이다. 의사들은 종양이 가돌리늄을 흡수하도록 유도한 후 가돌리늄의 방사성으로 종양을 파괴시킨다.

화학자들은 가돌리늄의 위험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인체에서 빨리 배출되지 않을 경우 떠돌아다니다가 신장 조직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사후경직처럼 신체 근육을 뻣뻣하게 만들기도 하고, 피부를 가죽처럼 딱딱하게 만들기도 한다. 호흡곤란을 일으킨 사례도 의학계에는 보고되고 있다.

희토류 원소들은 숨겨놓은 전자들 덕분에 전자부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원소로 각광을 받았다.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꿈을 가상현실로 만드는데 필수적인 이 물질이 무역전쟁의 도구로 주목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2차대전에서 독일 나치정권과 이에 동조한 화학자들이 브롬, 염소로 독가스를 만들어 유대인을 학살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콩고내전은 소형휴대전화용 건전지 생산에 유용한 탄탈(Ta 원자번호 73번· 탄탈럼)과 니오브(Nb 원자번호 41번· 나이오븀)를 독차지하려는 부족들이 벌인 전쟁이다. 이로써 500만명의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모두 인간의 탐욕이 원소를 이용한 결과다. 

(이 글은 미국 과학저널리스트 샘 킨의 책 '사라진 스푼(The disappearing Spoon·  출판사 해나무)을 참고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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