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끝 모를 추락…연초 대비 24%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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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끝 모를 추락…연초 대비 24% 내려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6.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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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개편안 3000억 비용 증가 예상...성수기 3분기까지 실적 우려 높아져
지난해 차입금 규모 59조…주가상승 발목잡을 듯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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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국전력이 연일 하락세다. 유가 하락으로 반등을 노렸으나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발표에 다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분기는 물론 하반기까지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또 지난해 차입금 규모가 확대되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오전 11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50원(0.96%) 내린 2만5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2만6000원) 주가는 지난 1월 2일 연초(3만4050원) 대비 23.6% 하락했다. 시가총액 규모 또한 같은 기간 21조9000억원에서 16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시각 한전KPS(-1.90%)와 한전기술(-0.70%) 또한 약세다. 

◆ 정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할인액 부담해야”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한국전력의 실적 우려를 키우면서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통해 누진제 관련 ▲누진구간 확장안(현행 3단계 누진제 구조 유지 및 여름철 누진구간 확장·할인추정액 2874억원) ▲누진단계 축소안(여름철 누진구간을 2단계로 축소·할인액 1911억원) ▲누진제 폐지(할인액 2985억원)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달 누진제 개편에서 어떤 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국전력은 최대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세 개의 안 중에서도 ‘누진구간 확장안’의 경우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지만 한국전력 실적에는 가장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료=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도 토론회에서 “누진제 개편안 자체만 보면 한국전력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재무환경과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 측에서는 추가 부담을 지는 데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 재정이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전력은 공기업이지만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로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한국전력이 누진제 개편에 따른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찬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 과장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책임을 고려해서 부담할 것”이라며 “국민의 냉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인 만큼 국회 심의를 거쳐 기금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성수기 실적도 장담 못 해

통상 여름철이 포함된 3분기는 한국전력의 성수기로 통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해 여름철 요금 인하 효과가 사라질 경우 올 3분기 한국전력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누진제 개편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규제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까지 커진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전력 실적 악화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금기시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1조8421억원이다. 석 달 전 2조1714억원, 한 달 전 2조985억원에서 꾸준히 낮아졌다.

당장 비수기로서 수익성이 가장 저조한 2분기의 경우 영업손실 4979억원을 기록, 실적 부진이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299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영업손실 7885억원)보다 적자폭이 20.1%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1276억원)과 비교하면 393.7%나 확대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연료비가 대폭 증가, 실적 악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의 연료비는 환율이 10원 올라갈 때마다 1600억원 가량 늘어난다.

현대차증권은 5일 실적 우려로 한국전력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3만8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강성진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저점 반등하던 주가가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 발표 이후 다시 하락했다”며 “누진제 개편 및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 목표주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적자(1768억원)가 지속되면서 부진할 것”이라며 “7월부터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원자재 가격 시차를 감안하면 유가와 석탄가격 하락 효과는 각각 3분기, 4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차입금 규모 확대…주가에 부담

이 가운데 지난해 한국전력의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3년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이듬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 매각 등에 힘입어 한국전력 차입금 규모는 2014년 말 61조5000억원에서 2016년 53조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2016년 전기요금 인하 정책으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설비투자(CAPEX)까지 진행되면서 차입금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58조8000억원인데 앞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80% 수준만 반영해도 매년 잉여현금흐름(FCF)이 4조원에서 5조원 가량 부족해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증가하더라도 매년 차입금이 늘어난다면 시가총액이 늘어나기 어렵다”며 “현재로선 차입금이 감소하거나 최소한으로 유지되면서 EBITDA가 증가해야 시가총액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때문에 현재 한국전력 주가는 ‘낙폭 과대’같은 트레이딩(trading) 아이디어나 전력구입단가(SMP), 환율, 실적 등 단기 지표에 의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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