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제목과 흥행의 함수관계①...원제가 궁금한 외국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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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제목과 흥행의 함수관계①...원제가 궁금한 외국영화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6.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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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영화 타이틀은 흥행에 도움이 될까
원제를 직역하거나 전혀 다른 제목으로 창작하기도
최근엔 원어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
원제 발음을 우리말로 옮긴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스틸 컷.  원제는 'Catch me if you can', 직역하면 '잡을테면 잡아봐'다. 사진=스틸 컷
원제 발음을 우리말로 옮긴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스틸 컷. 원제는 'Catch me if you can', 직역하면 '잡을테면 잡아봐'다. 사진=스틸 컷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얼마 전부터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영화 제목이 있었다. ‘모스크바에서는 울어봤자 소용없다’.

국내 영화, 80년대 후반 개봉, 그리고 주인공은 강수연이었다는 추측으로 검색을 시작했고 그 결과 순식간에 과거 기억의 편린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었다. 물론 추측은 상당히 빗나갔다.

80년대 후반 개봉한 것은 맞지만 강수연은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뿐이고 결정적으로 이 제목은 북한 상영 당시 제목이었음을 확인했다.

이 영화의 우리나라 제목은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였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원제에 가까운 걸까? 원제는 ‘Moskva slezam ne verit’, 직역하면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이다.

원제를 직역한 남한의 제목이 냉정하고 비장한 반면 북한 제목은 오히려 온정적이다. 인생만사 눈물로 호소한다고 될 일이 있겠느냐고 충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제목은 보통 번역가 혹은 영화 수입배급사가 정한다. 과거엔 원제를 잘 살린 국내 제목을 무엇으로 정할까 묘수를 고민했지만 최근엔 일찌감치 그런 수고를 덜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개봉 전 인터넷이나 방송, SNS 등을 통해 제작 단계부터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은 매니아들이 많기 때문에 어설프게 번역한 제목을 붙이기 보다는 원제를 우리말 발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제목으로 이미 영화의 홍보는 시작된 셈이니 말이다. 

잘 지은 제목 하나가 흥행을 좌우할 수도 있을까. 제목 덕분에 흥행이 잘 되는지, 흥행이 잘 돼서 제목이 오래 기억되는지 그 함수관계를 데이터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기억되기 쉽고 예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라면 이미 성공적인 출발인 셈이다.

 

직역(直譯)이 제일 쉬웠어요원제를 직역한 제목들

외국어를 직역한 글을 보면 마치 번역기의 도움을 받은 듯이 느껴진다. 단어 하나 하나에만 충실하다보면 때로는 전체 문장의 뜻을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직역한 제목을 그대로 살려 오히려 담백하게 다가온 영화들이 있다.

장 가뱅과 잔느 모로가 출연한 현금에 손대지 마라 (Touchez Pas Au Grisbi, 1953)', ‘007 두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1967)', 존 르 까레의 소설을 영화화한 추운 곳에서 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1965)' 와 같은 장르물 영화들은 때로는 명령조(?)로 강한 인상을 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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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그대로 직역한 영화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1958)',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 1952)'은 직역이지만 담백하고 감성적이며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 1990)',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 등은 잘 만들어진 원제를 그대로 살려 역시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들이다.

반면 직역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제목도 있었다.

'나쁜 종자 (The Bad Seed, 1956)'는 일본 제목 '악의 종자( 種子)'를 차용한 제목으로 다소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고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Paris brûle-t-il?, 1966)'는 제목만 봐선 파리가 도시이지 곤충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고.

 

원제를 살려서그러나 감성과 매력을 더한 제목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몽고메리 크리프트 주연의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 1951)',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1953)',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The Apartment, 1960)'는 원제를 살리면서 스토리를 엿보게 하는 제목들이다.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 1973)', ‘지옥에 빠진 육체(Descente Aux Enfers, 1986)', ‘유혹의 선(Flatliners, 1990)' 역시 흥미를 유발하는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멋진 제목이 탄생했다.

그 유명한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1990)'을 직역했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 

 

원제를 편집하여 만든 멋진 제목으로 흥행을 거둔 영화들.
원제를 편집해 만든 멋진 제목으로 흥행을 거둔 영화들.

 

최근 영화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Music & Lyrics, 2007)',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등은  다소 평범한 원제에 액센트를 더해 흥행 성공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번역 제목이 신의 한 수가 된 영화들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미국에 실존했던 악명높은 강도들.

상남자 캐시디와 선댄스 출신 꼬마를 원제로 한 영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멋진 이름으로 개봉됐다. 공동 주연을 맡았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당시 극중 이름을 따서 지원하고 있는 영화제가 바로 독립영화 최고의 축제 선댄스영화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 ‘파리는 안개에 젖어(La Maison Sous Les Arbres, 1971)' 등도 원제보다 훌륭한 제목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영화들이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 1971)', ‘지옥의 특전대 (The Wild Geese, 1978)' 는 원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스토리를 제목에 힌트로 삽입한 영화들. ‘와일드 기스는 야생 거위를 뜻하지만 '영국 용병'이란 뜻도 있다고.

원제가 잠자는 경찰을 깨우지 마라(Ne réveillez pas un flic qui dort, 1988)'인 알랑 들롱 주연의 프랑스 영화는 국내에 들어오면서 분노는 오렌지같이 파랗다로 바뀌었다. 극중 대사에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La terre est bleue comme une orange’를 차용한 것.

영혼은 그대 곁에(Always, 1989)'항상’,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Internal Affairs, 1990)'내부 사정’,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1994)'냉혹한 현실로 원제를 직역했다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9)'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역시 밋밋한 원제를 버리고 멋진 제목으로 바뀐 영화들.

 

일본 제목을 그대로 빌려온 고전 영화들

내일을 향해 쏴라(明日に向って撃て)’,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俺たちに明日はない)','암흑가의 두 사람 (暗黒街のふたり)' 등도 일본 제목을 차용한 것이지만 고전 영화들은 일본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경우가 다반사. 과거에는 일본을 거쳐 영화를 수입하기도 했고 일본 개봉 당시 제목이 한자(漢字)인 경우 그 의미를 전달하기 쉬운 까닭에 그대로 차용한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 옮긴 제목들을 그대로 차용한 영화들.
일본에서 옮긴 제목들을 그대로 차용한 영화들.

 

워털루 브릿지에서 비극의 결말을 맞는 커플의 이야기 ‘Waterloo Bridge’(1940)는 일본 개봉 당시 애수 (哀愁)’, ‘My Darling Clementine(1946)'황야의 결투(荒野闘), Summertime (1955)'여정(旅情)으로, 동명의 노래로도 유명한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1955)'모정(慕情)’ 으로 일본 제목을 빌려 그대로 사용했다.

 

원어 발음 그대로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들

원어 발음 그대로 우리 말로 옮겨 제목으로 삼는 경우는 직역으로는 영화의 매력이 반감될 우려가 있거나 흥미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경우일 것이다. 물론 원어 발음 그대로 쓰더라도 길지 않아야 하고.

원제를 직역한다면 어떤 느낌이길래?  옮겨보니 이렇다.

명작 영화 하이 눈(High Noon, 1954)'정오’,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사슴사냥꾼’, ‘드레스드 투 킬(Vestida para matar, 영어로는 Dressed To Kill, 1980)'살인을 위해 차려입다’.

 

원어 발음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제목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
원어 발음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제목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건드릴 수 없는’,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 1989)'가업(家業)’,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영국인 환자’,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착한 윌 헌팅의 이야기다.

프루프 오브 라이프(Proof Of Life, 2000)'생존 증거’,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잡을 테면 잡아봐’,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소수의견’,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망각이다.

지금은 부부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한 스페인 영화 하몽 하몽(Jamon Jamon, 1992)'을 직역한다면 ?

돼지 뒷다리의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시켜 만든 스페인의 대표적인 생 햄이다. (속어로는 몸매가 좋은 여성을 뜻하기도 하고 감탄사로 쓰기도 한다).

 

이게 최선이었을까아쉬운 제목의 영화들

동명 소설을 영화한 한 게리 쿠퍼 주연의 교수목(絞首木, The Hanging Tree, 1959)'...섬뜩한 제목.

‘12인의 노한 사람들(12 Angry Men, 1997)'...()? No?

어댑테이션 (Adaptation, 2002)'…각색이란 뜻인데, 혹시 어댑터와 관련있는 영화인가?

붙어야 산다(Stuck On You, 2003)'…포스트잇 광고?

저지 걸(Jersey Girl, 2004)'…원제는 뉴저지 소녀를 뜻하는데, 굳이 이런 제목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ristina Barcelona, 2008)'…성의도 없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왼편 마지막 집(The Last House On The Left, 2009).…피자 주문하세요?

서프러제트(Suffragette, 2015)'…’suffragette’20세기 초 영미 여성 참정권 운동가. 생소한 단어를 그대로 쓴 이유는 뭘까.

그 규칙은 당신에게 적용되지 않아요(Rules Don't Apply, 2016)'…경고문인가요?

지랄발광 17세(The Edge of Seventeen, 2016)'…’엣지의 뜻이 지랄발광이었구나.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The Family Fang, 2015)'…?

 

영화 제목, 개봉 연도, 그외 영화에 관한 정보 등은 네이버 영화아마존 재팬을 참고했습니다.

개봉 연도는 국내 개봉 연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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