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종량세 개편 기조에 희비 엇갈린 국내·수입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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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종량세 개편 기조에 희비 엇갈린 국내·수입 맥주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6.03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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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수입맥주 다른 과세표준은 조세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
종량세 전환시 국내 캔맥주 가격 342.37원↓
국내 맥주 "환영받을 일" Vs 수입 맥주 "아직 정해진 것 아냐"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주류 세금이 50년 만에 기존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알코올 도수 또는 양 기준)로 개편이 유력해진 가운데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마케팅에 숨죽였던 국내 맥주업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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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이 3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성노 기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현행 종가세를 리터당 840.62원의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맥주만 종량제로 전환한 뒤 나머지 주종 중기적 개편▲맥주 및 탁주 종량세로 전환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맥주와 탁주 종량세 우선 전환·나머지 주종 5년 유예)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홍범교 연구기획실장은 "현재 국내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표준이 다른 것은 조세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세제 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종량세 전환 이후 국내 맥주의 경쟁력 강화는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 국산·수입맥주, 종가세서 '세금 역차별'

현재 주세제도는 원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로 원가가 높으면 높은 세금을, 원가가 낮으면 낮은 세금을 부과했다. 반면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와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국산 맥주 과세 기준은 제조원가에 유통비, 판매비,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 반면 수입 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용만 포함된 수입 신고가이다. 수입 신고가를 의도적으로 낮추면 세금 역시 적게 낼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꾸준이 일고 있었다. 

국내 맥주와 비교해 낮은 세금을 부과받은 수입 맥주는 '1만원 4캔' 마케팅으로 가정용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출고수량을 보면 수입맥주는 35.5% 증가한 반면 국산 맥주는 2.1% 감소했다. 

업계 안팎에서 국내 맥주의 역차별과 형평성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고원가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산 수제 맥주 측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 국내 맥주 주세 부담 1.64% 감소…캔맥주 342.37원 저렴해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류 과세를 종량세로 전환을 제시한 가운데 맥주가 우선적으로 개편이 유력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종량세로 전환되면 국내 맥주의 주세 부담은 약 1.64% 감소하고, 캔맥주는 종전보다 342.37원 저렴해진다.

수입 맥주와 과세기준이 달라 '세금 역차별'을 받아왔던 국내 맥주 업계로서는 반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홍 연구기획실장은 종량세로 전환되면 고가 수입 맥주의 세부담은 하락하고 저가 수입 맥주의 세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저가 맥주의 개별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하지만, 개별 브랜드 간 경쟁,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으로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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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세가 종량세 개편으로 전환이 유력한 가운데 국내·수입 맥주의 희비는 엇갈렸다. 사진=연합뉴스

◆ 종량세 전환에 쾌재 부른 수제·국내 맥주

맥주의 종량세 전환이 유력한 가운데 수제·국내 맥주 업계는 쾌재를 불렀고,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 수입 맥주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국내 맥주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과세 기준에서 수입 맥주가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라며 "종량세로 바뀐다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기업으로서는 정부 취지에 맞춰 따라갈 뿐"이라면서도 "국내 맥주 가격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의 세율 개편에 대해선 공감하며 기존 과세 기준에 따른 형평성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로 개편을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기성 맥주와 다르게 고원가에 따른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업 구조상 원가가 높으면 세금이 올라가는 기존 종가세는 수제맥주업계에는 큰 타격이었기 때문이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대부분 수제맥주는 청년들이 꿈을 안고 시작하는 사업"이라며 "세금체계 형평성은 중요한 부분으로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하는 업계 특성상 종량세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 1%만 가져와도 5000명 정도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역시 종량세를 시행할 경우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소규모 수제맥주 산업의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제맥주협회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단가가 올라가면 세금도 올라가는 현 과세 기준은 기성 맥주와 비교해 비싼 원가에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수제맥주 업체들에는 큰 걸림돌"이라며 "종량세로 전환된다면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맥주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가정용 시장을 공략했던 수입 맥주 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 맥주 업계 한 관계자는 "가이드 라인이 정해진 것이지, 아직 세율이 달라지진 않았다"면서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당장 종량세 찬반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며 "세율 개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은 현재 검토 중으로 공청회 결과 등을 고려해 확정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기 및 형식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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