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중 관세인상, "한국 등 제3국 이득...美 소비자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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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중 관세인상, "한국 등 제3국 이득...美 소비자만 피해"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6.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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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준은행, 월스트리트저널 등 지적..."미·중마찰 장기화 대비 틈새시장 찾아야"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이 미국내 자유시장 시스템을 균열시켜 미국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10일자로 대중 수입품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 조치가 오히려 미국 정부의 세수는 감소하고 소비자 비용은 늘어나는 '자중손실(自重損失:Deadweight Loss)'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대중 관세인상으로 美소비자 부담 '두배'

자중손실은 재화나 서비스 교역에서 자유시장 균형(free market equilibrium)이 손상될 경우 발생하는 경제 비효율성과 그에 따른 손실을 의미한다. 이는 주로 독점적 가격결정, 과세 또는 보조금 지급 등 기업이나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기인한다.

뉴욕연준은행은 ‘자중손실’ 발생 경과를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예시로 설명했다.

미국 수입업자가 중국산 제품을 100달러에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대중 관세 10%를 부과하면 이른바 '자유시장 균형'에 손상이 발생한다. 대중 수입비용이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오르면 제3국으로부터 수입대체 수요가 발생, 베트남으로부터 109 달러에 대체 수입한다. 결국 미국 수입업자는 가격을 9달러 인상해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식이다.

지난해 발동된 관세인상 조치로 인해 미국 수입업자에게 연간 360억 달러의 추가 관세비용과 168억 달러 규모의 '자중손실'이 발생, 미국 소비자는 528억달러의 추가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가구당 414달러씩 부담한 것이다.

지난달 10일 관세인상(10%→25%) 조치로 미국 소비자들은 올해도 관세비용 269억 달러와 자중손실 791억 달러 등 총 1061억달러의 비용을 떠안야 한다. 가구당으로 따지면 831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부담이 두배이상 커진 것이다. 

뉴욕연준보고서는 이번 관세 인상으로 세수증가는 기대에 못미치는 반면, 수입대체 수요증가에 따른 '자중손실'은 급증해 미국으로서는 어떤 이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준은 지난 3월에 발행한 분석 보고서에서 2018년 미국의 관세인상 조치가 기대했던 중국 수출기업의 수출단가 인하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미국의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 미·중 다툼 속 한국 등 제3국이 '수혜'

또 다른 연준 보고서는 대중 관세조치에 따라 미국 수입업자들이 미국제품 소싱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며, 사실상 중국 수입을 대체하는 제3국이 수혜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난 2017년 2월 미국의 중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이후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은 급감한 반면, 태국·베트남의 해당 제품 대미수출은 급증한 사례연구를 근거로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지난달 29일자 신문에서 “트럼프 관세의 진정한 수혜자는 중국의 주변국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중 간 통상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며, 실질적 승자는 중국의 수출 경쟁자인 한국, 대만, 동남아 국가들이 될 것이라는 요지다.

이 신문은 지난해 9월 본격 발효된 301조 관세의 영향으로 미국의 대중 수입은 급감한 반면 한국, 대만, 동남아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자료=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의 대중 수입은 지난해 10월 '8% 증가'에서 올 3월 '18% 감소'로 반전했지만,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은 같은 기간 5% 증가에서 21% 증가로 크게 성장했다. 또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도 지난해 10월 15% 증가에서 올해 3월에는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엇보다 작년 4분기 9% 증가에 그쳤던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올해 1분기 18% 이상 늘어났다"며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중에 한국기업들이 빠르게 중국상품의 대미 시장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 1분기중 중국의 대(對)대만 및 동남아 수출이 증가한 점을 들어 일부 중국기업들이 관세회피 목적으로 이들 주변 국가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수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 중국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결국 동아시아 경쟁국들이 최종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장기화 대비 '틈새시장' 찾아야

작년 트럼프 정부의 대중 301조 관세 부과로 촉발됐던 미중 간 무역분쟁은 올해 4월 양국 간 갈등 조정을 위한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이제는 관세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규제, 수출통제, 환율보호, 희토류 공급중단 등 문제로 확전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데이비드 달러(David Dollar) 브루킹스 선임연구원은 "최근 양국 간 갈등이 불공정무역 조정에서 첨단기술 패권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전세계 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현지 통상전문 로펌 ST&R의 니콜 콜린슨(Nicole Collinson) 대표는 "원만한 협상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철회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며 "관세조치 장기화 시 미국기업이 세부담을 피해 제3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수입전환 효과가 발생하고, 이에 미국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틈새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25% 관세 부과 대상인 7133개 중국산 제품의 제재이전 대미 수출액은 2422억 달러이고 한국은 545억 달러였다. 관세대상 품목에서 중간재 비중이 50% 이상 차지하며, 특히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기술집약 산업분야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이 기사는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작성자 이정민)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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