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맛보기 단동] ⑧국제정치의 '밀당'들...걷어내야할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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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맛보기 단동] ⑧국제정치의 '밀당'들...걷어내야할 그늘
  • 필명 이 강
  • 승인 2019.06.01 10: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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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샹그룹 마쇼홍 체포, 르린건설 왕웨이량 체포...국경 정세 요동
北 둘러싼 미중 '밀당에 희생'說 파다...한반도의 그늘 한 단면
우리 민족 볼모로 한 힘겨루기...남북 만남 확대로 극복해야

[오피니언뉴스=필명 이 강 통신원] 단동 따피엔즈(丹东 大騙子,단동 대사기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중국의 중앙무대라 할 수 있는 북경이나 상하이의 사람들이 단동 사람들을 약간 조롱하듯이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 유래에 대해선 분분한 설이 있지만 중국의 개방 시기 전후해 실제 발생했던 어이없는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단동의 모 인사가 압록강 상의 단교(한국전쟁 때 미 공군에 의해 절반이 파괴된  단동-신의주를 잇고 있었던 끊어진 철교)를 중국 남방의 한 기업에게 허위로 팔았던 웃지 못할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겁니다.

단동에서 바라본 압록강 단교(오른쪽). 미 공군의 폭격으로 중간지점에서 끊어져있어, 관광객들이 걸어서 돌아보고 온다. 사진= 필명 이 강
단동에서 바라본 압록강 단교(오른쪽). 미 공군의 폭격으로 중간지점에서 끊어져있어, 관광객들이 걸어서 돌아보고 온다. 사진= 이 강 통신원

압록강 단교 사기사건

그 모씨가 단동시정부 고위 관리를 사칭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압록강 단교는 국가 소유 및 관리의 시설물이니까요. 현재 압록강 단교는 단동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입니다. 중국 애국주의 교육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한창인 지금 중국 당국으로서는 중요하게 부각시키고픈 역사의 현장일지도 모릅니다.

당시의 미 공군 타격의 정밀도가 그 정도였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의 미군 폭격은 압록강 철교를 거의 정확히 절반만을 파괴해 단동 쪽 절반만을 남겨뒀습니다. 그 이후에 체결된 조중 국경조약에서 명문화 되듯이 압록강 수면은 양국이 공유하지만 교량 등 시설물의 경우 그 중앙지점에서 국경이 그어졌기 때문에 미 공군의 공습이 철교 단동 쪽까지 마저 파괴했었다면 역사가 좀 다르게 써졌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무튼 단동은 역사의 전환기나 주요 시점에 종종 등장하는 도시입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생각해 보면 우선 2002년 북한의 신의주 자치특구 발표와 북한에 의해 지명된 특구 행정장관 양빈(네덜란드 화교)을 둘러싼 북중 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중국의 일방적 조치로 북한의 신의주 특구 구상은 단 열흘 만에 무산됐습니다.

'단동의 실력자' 홍샹그룹 마쇼홍 체포사건

2016년 8월에는 단동의 대북 무역 1위 업체인 홍샹(鴻祥)그룹의 마쇼홍 대표가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홍샹그룹은 이른바 장성택의 지휘권 아래 있었던 북한의 S회사와 석탄거래를 제일 많이 했던 회사였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의류공장을 비롯한 여러 건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도, 2015년도에 석탄 값이 하락하자 싱가포르를 경유한 유류거래를 북한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싱가폴이나 홍콩 등을 거점으로 하는 거래이었기에 미국 등의 정보기관들에 쉽게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동 현지에서는 잘 나가던 홍샹이었기에  중국당국의 조치 뒤에 숨은 틀림없는 미국의 영향력을 말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당시에 중국이 유엔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불만 메시지가 자주 등장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몇 주 후 또 하나의 주목받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동의 르린건설(日林建設) 회장 왕웨이량의 체포 및 구금입니다.

단동에서 압록강 너머 보이는 북한 신의주의 요즘 모습. 압록강물은 더 푸르고 신의주는 더 가까와보인다. 사진= 필명 이 강
단동에서 압록강 너머 보이는 북한 신의주의 요즘 모습. 압록강물은 더 푸르고 신의주는 더 가까와보인다. 사진= 이 강 통신원

르린건설은 단동에서 시작한 전국적인 기업이었습니다. 또한 이 회사의 회장 왕웨이량은 그 세력과 영향력이 막강해서 단동 및 랴오닝성을 넘어선지 오래됐습니다. 단동 사람이라면 모두 그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동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싫어했는데 그자의 기업 본위의 이기적인 행위들이 단동 사람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르린건설 왕웨이량 체포사건..중국의 반격

아무튼 그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단동 시민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이면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왕웨이량은 중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친미적 행보를 해온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체포 당시 여러 죄목가운데 미국 대선자금과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2016년도에 일어난 마쇼홍과 왕웨이량 체포 사건은 미국에 대응하는 과정상에 실행되는 중국의 양면적 모습을 대표합니다.

중국은 북한과 관계가 깊었고 북한의 캐시박스 중 하나였던  홍샹그룹을 미국의 압력에 의해 내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불편한 속내를 왕웨이량을 찍어 누르면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동은 국제정치의 모순관계가 작동하는 도시입니다.

강대국 '밀당' 그리고 암투...걷어낼 '그날'을 기다리며

단동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있고 그 대리인들의 부침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2017년 이후 최종적으로 강화된 유엔 및 미국의 독자제재가 시행된 후 단동에선 미국의 위성을 통한 감시와 에이전트들의 정보 보고, 그리고 그 감시망을 뚫고 일어나는 소위 비법의 거래들과 그를 단속해야 하는 중국 당국 간의 밀고 당기기가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압록강은 무심히 흐르는데, 강변을 오가는 국제사회의 '밀당'은 복잡하기만 하다. 단동 강변에서 본 압록강. 사진= 이 강 통신원
압록강은 무심히 흐르는데, 강변을 오가는 국제사회의 '밀당'은 복잡하기만 하다. 단동 강변에서 본 압록강. 사진= 이 강 통신원

문제는 단동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힘겨루기와 '밀당'의 근원에 한반도의 존재와 운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재편된 세계질서의 그늘이 한반도에 드리운 이래 우리 민족은 아직 그 그늘을 스스로 걷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힘겨루기와 밀당이 우리민족을 볼모로 해 일어나는 것에 초연하게 우리의 만남들이 바로 그 현장 안에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단동에서 남과 북의 만남이 계속되어서 민족의 운명에 드리운 그늘을 쫓아 걷어낼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 이 강`(필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단동에 정착, 다양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본인 사정상 필명을 쓰기로 했으며, 사진도 싣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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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중 2019-06-01 18:12:12
통일맛보기. 단동 이야기가 왠지 남과북이 지금보다 더 가까워 지는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미리보기 하는 느낌입니다. 좋은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이선호 2019-06-01 10:48:30
좋은 글 너무 잘보고 있습니다. 현지의 분위기와 상황들이 잘 전달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