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두 번째”...NH證 ‘정영채호’, 승기 잡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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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두 번째”...NH證 ‘정영채호’, 승기 잡은 비결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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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에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대박'...KPI 없애고 '고객중심' 강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NH투자증권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여의도 증권가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금융(IB)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NH투자증권을 업계의 최강중 하나로 우뚝 세운 덕분이다. 회사 안팎에는 정 사장이 강조해온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이 꽃을 피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규모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524억원)보다 352.7% 증가한 237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또한 전분기(117억원)보다 1370.9% 늘어난 1716억원이었다. 매출은 같은 기간 60%나 늘어났다.

이쯤되면 '실적 대박'이란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또 지난해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3년 내 IB 부문 연간 경상이익 3000억원, 5년 내 전사 경상이익 1조원'라는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 2021년 IB 부문 年 경상이익 3천억 목표

올 1분기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크게 좋아졌지만 NH투자증권의 성장세는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어 이른바 '연타석 홈런'을 친 셈이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증시 상황이 우호적이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4.5%, 33.7%나 늘었고 매출 또한 55.3% 증가했다.

깜짝 실적의 1등 공신은 IB 부문이다. NH투자증권의 IB 부문 합산 수익은 105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1% 늘었다. 특히 회사채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부동산 금융 등 각 분야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다.

DCM 분야의 경우 회사채 발행 인수‧주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기업공개(IPO) 시장 불황에도 현대오토에버‧드림텍 상장을 주관하면서 ECM 실적도 준수했다.

또 롯데계열사, 포스코케미칼, 원익IPS 등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자문 수수료를 비롯해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와 잠실 삼성SDS타워 등 부동산금융 딜, 인수금융 부문의 대성산업가스, 한온시스템 리파이낸싱 등이 실적에 기여했다.

NH투자증권이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의 통합 이후 IB 명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 사장의 'IB DNA'가 단단히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증권업계의 ‘사관학교’로 통하는 대우증권에 입사해 기획본부장, IB2담당 상무를 역임한 정 사장은 2005년 우리투자증권로 이직하면서 IB 부문 성장을 주도했다. 2009년 IB사업부 대표에 올랐고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수장에 올랐다.

30여년간의 증권사 생활 대부분을 IB 관련 분야에만 꾸준히 종사해 온 만큼 ‘IB 대부’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다. 현재 그는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NH투자증권 IB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정영채 표’ 고객 만족 철학 통했나

정 사장은 취임 때부터 ‘고객 가치’를 강조해왔다. IB파트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발로 뛰며 고객과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금융투자업의 본질은 고객 관리에 있다’는 지론을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회사의 실적이 아닌 고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금융투자회사의 미래나 장기적 성장이 단기적인 수익이나 그에 따른 직원의 고과가 아닌 고객의 만족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올 초 재무성과 위주로 구성된 KPI(Key Performance Index·핵심성과지표)를 폐지한 것도 이같은 경영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 사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재무성과 중심의 KPI 대신 ‘과정’을 강조하는 평가 체계를 갖춰 고객 가치를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KPI를 없앤 건 NH투자증권이 처음이다.

기존의 KPI가 ‘돈’으로 연결되는 정량적 지표를 평가했다면 ‘과정 가치’ 평가 체계에서는 고객과의 관계 마케팅, 즉 고객을 만나 니즈를 파악하고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새로운 영업직원 평가 체계는 크게 ▲금융상품 학습 및 고객 분석 등 ‘사전 준비활동’ ▲보고서 및 정보 제공 등 ‘고객 접촉활동’ ▲정보 제공 및 고객행사 안내 등 ‘사후 관리활동’ 등으로 기존의 평가 지표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물론 다만 각 지역본부‧지점별로 평가 기준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이중 가장 눈여겨 볼 만한 평가 방식중 하나는 직원들이 일지(日誌)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고객과 만난 직원들은 일지에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는다. 이는 직원을 업무를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 KPI 폐지…직접 직원 설득하며 새로운 경쟁력 키워

물론 올 상반기부터 도입된 KPI 폐지의 성패 여부를 살피기엔 아직 섣부르다. 영업 중심의 업무 특성상 직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평가 체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 탓인지 일부에서는 "직원들에게 또 다른 방식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 직원들 중에는 고객을 만나지 않거나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서 일지를 임의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KPI 평가 부작용을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나오자 정 사장은 직접 자산관리(WM) 사업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서 정 사장은 “여러분이 고객을 열심히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돕고자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결과로서 나타난 재무적인 손익은 제가 책임지겠다”며 “제가 CEO로 일하는 동안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여러분을 신뢰하고 찾는 ‘여러분의 고객’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이 지난 1월 일산 NH인재원에서 개최된 '2019년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정 사장이 지난 1월 일산 NH인재원에서 개최된 '2019년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과정 가치를 강조하는 중에도 고객 관리에 소홀한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눈속임을 할 수 있겠지만 머지않아 그 한계가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며 “새로운 평가 체계를 꾸준히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작용들은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 사장이 경쟁사나 여타 금융사와 '결이 다른' 평가 체계를 만들 수 있었던 데는 NH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과의 통합 과정에서 지주사가 증권 계열사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도록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항상 잘하는 증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며 “은행‧보험업과 구분되는 증권사의 특성을 더욱 살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임 전 회장이 그런 뜻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NH투자증권 달라진 위상 이끌어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이 정 사장이나 NH투자증권의 향후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 사장은 취임 당시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최고의 인터넷 플랫폼인 ‘구글’이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처럼 고객과 자본이 몰려드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판도가 IB 부문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IB 부문에 강점을 지닌 정 사장이 취임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됐다”며 “NH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 초기에는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정 사장 취임 이후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오늘날 증권업계 대세로 자리 잡은 ‘IB맨 최고경영자(CEO)’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 사장 취임 때까지만 해도 대형 증권사 CEO 자리에 IB 전문가가 오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의 무게 중심이 리테일 중심에서 IB로 옮겨가면서 정 사장 이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등 IB 관련 분야에서 굵직한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잇달아 CEO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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