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협력적 공유사회는 요원한 것인가...『한계비용 제로사회』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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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협력적 공유사회는 요원한 것인가...『한계비용 제로사회』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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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스쿨 교수 제러미 리프킨의 공유경제 입문서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이어 자본주의 패러다임 위기 예언한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대전환이 새로운 경제 시대를 이끌 기술적·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민음사 펴냄.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대전환이 새로운 경제 시대를 이끌 기술적·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민음사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택시 기사들이 요금 문제와는 다른 이슈로 뉴스에 등장한 건 아마 우버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2013년 우버는 한국에서우버 블랙을 선보였다. 고급 외제 승용차와 기사를 함께 제공하면서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자 한 고민이 보였다. 그렇지만 택시사업자들의 거센 공격과 그에 손을 들어준 서울시의 협공으로 우버는 끝내 범법자가 되었고, 한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도 비슷한 분위기다. 여러 사업자가 시도한한국형 차량 공유 사업이 규제와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에 밀려 주춤하는 모습이다. ‘카카오 카풀이 그랬고 지금의타다가 그렇다.

택시 기사들의 분노를 자아낸 이런 사업모델들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제러미 리프킨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은 소유권보다 접근권을 선호하면서 자동차와의 관계를 바꾸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카셰어링, 에어비앤비, 카우치서핑… 이제 공유가 대세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미 2000년에 이미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해서세상은 재화를 소유하기보다는 타인과 공유하는 경제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 역시 시장을 소외하고 재화를 공유한다는 개념 자체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십오 년 후에는 갈수록 많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소유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한적인 것으로, 심지어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소유의 종말저자 서문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이렇듯 오늘날 기존 산업을 흔드는 사업모델인공유경제이론을 제공한 학자 중 하나다. 특히 2014년에 출간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는 공유경제가 나온 배경과 그 전망을 폭넓게 다뤘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제러미 리프킨은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해온 저명한 사회사상가이다. 그는 현재 펜실바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세계는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가 되어간다고 주장한다. 정확히는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사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가 출현을 앞두었다고 하며, 이는한계비용이 0(zero)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열한 경쟁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최고점에 달해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각각의 추가 단위가제로에 가까운한계비용으로 생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11)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이 기술력과 생산성 덕분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 제로(0) 수준이 되어서 상품 가격을 거의 공짜로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또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노동 환경도 변하면서 프로슈머들이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경제 환경이 변하며) 소비자가 스스로 생산자가 되면서 둘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프로슈머들은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제로를 향해 접근하는 한계비용으로 생산하며 서로의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할 것이다. (215)

 

이렇듯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는 환경에서 재화나 서비스를소유하는 것에서 접근하는 것으로전환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게 나온 게숙박 공유’, ‘자동차 공유와 다양한 ‘P2P’ 사업모델들이다. 리프킨은 이런 사업들이 나온 배경을 과도한 산업화의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무시무시한 경고에 시달렸다. 지구의 환경 자원을 희생시키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번영을 창출한 이백 년에 걸친 산업화의 결과였다. (중략) 탈출구는 전체 경제생활 방식을 거꾸로 바꿔 놓는 것이었다. (중략) 그렇게 고삐 풀린 소비는 공유경제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378~379)

 

인터넷의 특성인 분산적, 협력적 성격을 활용해서 자신이 가진 재화나 서비스를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한 적합한 상대를 찾게 된 것이다. ‘공유경제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리프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출발한 이러한 사업모델들이 기존 산업들과 영역이 겹치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한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렛대 삼아 적은 자본 투자로 시장 주도 기업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누구라도 그렇게 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기존 산업계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고 있고, 동시에 지적재산권으로 겹겹이 보호받는 난공불락의 사유화를 창출하고 있다. (333)

 

책에서는 인터넷 산업을 예로 들었지만, 한국으로 치환하면 진입장벽으로 보호받는 기존 산업계와 규제를 만들어서 보호해주는 부처와 관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비영리 단체 ‘경제동향 연구재단(the Foundation on Economic Trends)’을 설립해 사회의 공공 영역을 수호하기 위한 계몽 운동 및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The 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제러미 리프킨은 비영리 단체 ‘경제동향 연구재단(the Foundation on Economic Trends)’을 설립해 사회의 공공 영역을 수호하기 위한 계몽 운동 및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The 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협력적 공유사회를 위하여

대통령 비서실 미래전략 수석을 지낸 조신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지난 5월 24일에 올린 페이스북 글이 떠올랐다. 그 글은 금융위원장이 얼마 전에 밝힌혁신의 승자에 관한 의견을 듣고 썼다고 했다. 조신 교수는혁신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시각을 지적하면서 마지막에 지난 소회를 적은 게 내 마음에 다가왔다.

 

내가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할 때 ICT 신산업 활성화가 중요한 정책과제였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정부도 사실상 해결책 제시를 포기한 이슈가 적지 않았다. (중략)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이 결정되려는 조짐이 있으면 이익집단들이 해당 기관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부터 벌이는 행태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후략). (조신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hincho4804 )

 

나도 당시 그분과 함께 일을 했었기에 어떤 분위기였는지 잊지 못한다. 내가 보기에도 부처와 관료들은 혁신을 시행 못하는 모습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약자 대 강자 프레임혹은착한 사람 대 나쁜 사람 프레임을 만들어서 약자 혹은 착한 사람 편을 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약자나 착한 사람은 언제나 기존 산업과 그 기업들이었다. 요즘의 택시사업자들처럼. 그들은 진입장벽이라는 보호막 안에서 자기 밥그릇에 들어오는 뜨내기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규제 혹은 사업 자격을 담당하는 부처나 관료들도 마찬가지였고. 수십 년 전에나 만들었을 정책 프레임을 소중하게 지키고 있었다.

제러미 리프킨의 책들을 읽다 보면 이상주의적인 미래 예측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도협력적 공유사회즉 사회를 강조한다.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를 강조한 것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시간과 남는 재화를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쓰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프킨은 그런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사회가 잘 버무려져야 하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거버넌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얘기한 거버넌스는 정책이기도 하고 정부이기도 하고 그런 정책과 정부의 혜택을 이미 받는 기득권을 가진 기업이기도 하다.

그 주장을 대한민국으로 치환하면 리프킨이 꿈꾸는협력적 공유사회는 우리나라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세상은 우리 생각의 속도보다 빨리 변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래전 그대로인 곳이 아직 많다.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나라는 변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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