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에 밀려서”…유통株 눈높이 낮춘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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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에 밀려서”…유통株 눈높이 낮춘 증권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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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이마트 등 한달새 주가↓... 유통 중심 온라인상거래 업체로 옮겨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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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이달 들어 유통주(株)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부진에 향후 사업 전망도 어두워진 탓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유통 기업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 주도권을 전자상거래업체들에게 빼앗긴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30일 15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30일과 비교하면 11.2% 떨어진 수준이다. 이날 주가는 장중 15만6000원까지 내리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같은날 14만3000원에 거래를 마친 이마트 또한 한달 동안 16.8% 하락했다.

◆ 유통의 중심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유통업종 전망에서 공통적으로 온라인 쇼핑 성장세를 언급했다. 이미 유통 시장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각 유통업체의 실적은 온라인 쇼핑 시대의 대응 전략과 그 성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91조3000억원)보다 22.6% 급증한 111조8939억원을 기록,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68조8706억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61.5%를 차지했다.

모바일 쇼핑 비중이 60%를 웃돈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간편결제 등 고객 편의성을 강화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모바일을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분기(1월~3월) 31조4953억원에 달해 연간 규모가 1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의 경우 11조1953억원을 기록, 월별 거래액 기준으로 처음 11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유통업종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재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쇼핑을 휘어잡고 있는 유통 강자들이 온라인 쇼핑에서는 좀처럼 힘을 못 쓰는 탓이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 상위 3개 업체는 옥션‧지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약 16조원), 11번가(9조원), 쿠팡(8조원) 순이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의 판도도 전자상거래업체를 중심으로 바뀐 셈이다.

◆ 유통업계 주도하는 ‘쿠팡’

전문가들은 이들 전자상거래업체 가운데서도 쿠팡의 강력한 '메기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가 양분하던 전자상거래업계에 ‘다크 호스’로 등장했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4억원에서 지난해 4조4227억원 4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났다. 물론 영업손실 역시 2014년 1215억원에서 2018년 1조970억원으로 같은 수준으로 불어났으나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내세운 만큼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쿠팡의 강력한 무기는 단연 ‘로켓배송(밤 12시까지 주문 시 이튿날 배송)’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밤 12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까지 시작했다. 이들 서비스는 모바일에 익숙하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유료회원제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차용해 지난 10월 내놓은 ‘로켓와우클럽(유료 회원제)’ 서비스 가입자는 7개월만에 250만명을 넘었다.

사진제공=쿠팡
사진제공=쿠팡

경쟁사들이 잇달아 ‘로켓배송’과 비슷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쿠팡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앱 분석서비스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자들은 쇼핑앱 중 쿠팡을 가장 많이(1066만명) 사용했다. 같은 기간 이베이코리아의 지마켓 사용자수는 425만명, 11번가의 경우 621만명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쿠팡의 영업손실이 지속되더라도 외형 성장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은 만큼 온라인 쇼핑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의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ulfillment By Amazon‧FBA)’를 따라한 물류 서비스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비롯해 택배 면허를 가진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유통과 물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실적 악화의 주원인은 프로모션보다는 물류인프라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라며 “직매입을 계속 늘려 규모의 경제효과를 확대시키면서, 향후에 풀필먼트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유통과 물류의 수직계열화 시현을 통해 차별적인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쿠팡 인기에 오프라인‧홈쇼핑 유통업체 타격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온라인 쇼핑 규모 확대와 쿠팡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성장세를 이유로 유통 대기업들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대신증권은 30일 유통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확대(Over 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이마트의 목표주가를 21만원에서 15만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으로 내렸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쇼핑 거래액 상위업체들은 유통 3사(롯데‧현대‧신세계)가 아닌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쿠팡”이라며 “온라인 쇼핑 시장은 이들의 ‘3파전’이 벌어지고 있고 기존의 유통 질서는 이미 파괴됐다”고 진단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쿠팡이 4년 전 소프트뱅크로부터 최초로 10억달러 투자를 유지했을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 강도가 세졌다”며 “그간 신규 사업자들이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행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인식시키고 있는 데다 ‘마켓컬리’ 등 새로운 업체들의 시장 참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홈쇼핑 업계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홈쇼핑업체들은 잇달아 쿠팡에 대적할 만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8월 온라인쇼핑몰 식품관인 ‘싱싱냉동마트’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패션‧식품 상품을 5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H익스프레스’, ‘H퀵’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롯데홈쇼핑, GS홈쇼핑, CJ오쇼핑 등도 당일‧새벽배송을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 증가가 예상되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이들이 쿠팡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홈쇼핑업체들의 주가 또한 지난 1분기 실적 부진에 온라인 쇼핑 경쟁 심화 우려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30일 종가 기준 현대홈쇼핑 주가는 지난달 30일보다 8% 내렸다. 같은 기간 GS홈쇼핑과 NS홈쇼핑 또한 각각 2.97%, 13.6% 떨어졌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홈쇼핑 업계에서는 IPTV 업체들의 송출 수수료가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전자상거래업 환경은 쿠팡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새벽 배송 경쟁 확대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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