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신협회장, 더이상 '관료' 출신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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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신협회장, 더이상 '관료' 출신은 안된다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5.3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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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관출신 낙하산 인사 반대" 목소리 높인 이유 있어
유력후보 김주현 전예보사장,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고시 동기
카드수수료 인하로 업계 아사지경, 목소리 대변할 인물로 '부적합'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제12대 여신금융협회 회장 선출을 두고 카드업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특정 경제관료를 출신 후보로 추전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무금융노동조합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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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 차기 회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사무금융노조는 관료 출신 인사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회장에 10명의 후보자가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사무금융노조의 '관료 출신 반대' 함성에도, 후보추천위원회의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는 일명 '금융당국 시그널'이라 불리는 인사는 최종 3명 후보중에 굳건히 회장후보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3명 최종후보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이 그들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유력후보는 바로 김주현 전 예보 사장이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그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동기다. 재무부 관세국, 증권국, 국제금융국 등을 거쳐 금융정책실 사무관, 서기관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감독정책 국장, 사무처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신재윤 금융위원장 임명때 경합했던 인물이다.

세간의 따가운 눈총에도 관료 출신 인사가 리스트에 생존해 있다는 것은 8개 카드사 대표이사와 7개 캐피탈사 대표이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마음을 샀든,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은 시그널'이 있었든 둘 중 하나가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말해 김 전사장의 능력이 출중하거나 아니면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해 추진된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른 카드수수료 경감효과는 약 8000억원으로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한 수치로만 보면 8개 카드사가 각각 1000억원씩 손해를 본다는 셈이다. 

대부분 카드사가 지난 1분기에 악화된 실적을 냈고, 2분기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반영분이 온전히 적용돼 실적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이 "너무 힘들다"며 하나같이 곡소리를 내는 이유이자 사무금융노조가 총파업 카드까지 거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리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김 전 사장의 경력이나 배경은 업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여신금융업에 전문적으로 종사한 경험이 없으며 금융당국(최종구 위원장)과 연줄로 인해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협회회장이 목소리를 내야할 절박한 시점인데도 말이다.   

카드업계는 전체 223만개 가맹점 가운데 214만개 가맹점의 수수료가 인하돼 극심한 수익 감소를 경험했던 2012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서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서 카드사들은 눈 뜨고 코를 베였다. 

당시 여신금융협회장 역시 행시 22회 출신으로 재무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관료 인사(이두형 전 회장)였다. 사무금융노조가 극렬하게 관출신 인사를 배척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신금융 업계는 현재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해박한 전문 지식과 경험 그리고 금융당국에 업계 목소리를 당당히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고 있다. 관료 출신인 것도 모자라 금융당국 수장과 연줄이 있는 인물이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괜히 뜨거운 감자를 먹다가 입천장을 모조리 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회장 선출은 이제 생존의 문제"라는 한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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