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품은' MBK, 카드산업 '메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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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품은' MBK, 카드산업 '메기'될까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5.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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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카드사, 카드산업 전문 CEO 드물어…
카드사 CEO 대부분 상품 경쟁력 아닌 M/S 올리기에만 급급
MBK, 업권 전문가를 CEO로 선임할 듯
합리적인 경영으로 카드산업 '메기' 역할 기대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롯데카드를 품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카드 수수료율 개편 등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카드업계에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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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를 인수한 MBK컨소시엄이 카드업권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인사를 CEO로 선임해 기업 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지난 27일 롯데지주와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MBK컨소시엄은 향후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등의 승인 과정을 거쳐 10월까지 롯데카드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사모펀드인 MBK의 카드업계 진출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 등으로 고정 비용을 줄이고 단기적으로 실적만 올린 뒤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를 걱정하는 것이다. 

카드산업 M&A(기업인수합병)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했기 때문에 기업 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 정통한 전문 CEO 선임을 통한 합리적인 경영으로 국내 카드 산업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권 출신' CEO 드물어…단기 성과에 급급

MBK컨소시엄이 국내 카드산업의 메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카드사 CEO의 전문성 결여에 있다. 

일반적으로 CEO의 덕목으로 경영능력, 리더십 그리고 전문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업권에 대한 해박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시장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현재 국내 7개 카드사 CEO 가운데 업계에 정통한 인사는 드문 상황이다. 

삼성카드 수장인 원기찬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삼성카드로 적을 옮기기 전까지 27년 동안 인사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원 사장 이전에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던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역시 삼성전자, GE, 삼성SDI를 거치는 등 카드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든 인물이었다. 

롯데카드를 이끌고 있는 김창권 사장은 산업은행 출신으로 삼성KPMG 부동산본부장,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 전무·부사장 등을 거친 '부동산 전문가'다. 채정병 전 사장 역시 롯데그룹,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롯데카드에 합류했다.  

은행권에 있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수장들 역시 취임 이전에는 카드산업과 동떨어진 커리어를 쌓았다. 

최근 10년 동안 신한카드를 이끈 이재우·위성호 전 사장, 임영진 현 사장 등은 모두 은행원 출신이다. KB국민카드 대표이사들을 보면 영업본부 부사장을 거쳐 2014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김덕수 전 사장을 제외한 이동철 현 사장, 윤옹원·심재오·최기의 전 사장 모두 행원 출신이다. 

이밖에 우리카드(정원재, 유구현, 강원), 하나카드(장경훈, 정수진) 전·현직 대표이사들 모두 은행원 출신으로 카드산업에 대한 경험 없이 수장 자리에 앉았다. 

현대카드를 이끌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 정도가 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종합상사,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을 거쳐 2003년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7년째 카드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다만, 그 역시 현대차그룹 인사 이동 차원에서 카드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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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카드사 CEO 가운데 업권에 대한 경험을 가진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 MBK, 전문 CEO 선임해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카드산업 메기될 것

대기업 카드사는 그룹 인사 이동 차원의 선임이 적지 않고, 은행계 카드사의 대표이사는 대부분 은행원 출신으로 현업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보장받은 기본 임기는 평균 2~3년이다. 임기 기간에 시장을 파악하는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뿐더러, 눈에 보이는 실적(시장점유율)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이야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 CEO들은 대부분 은행 출신으로 카드업계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아무래도 임기가 짧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은행을 통한 카드 발급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도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카드업을 부수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어 업권 자체에서 최고경영자 배출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CEO의 임기 기간이 길지 않아 카드사의 단기업적주의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산업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카드사 CEO 대부분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회사 경쟁력보다는 M/S(시장점유율)에 치중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렇다 보니 상품 가격은 올라가고, 저수익 상품들이 많이 출시돼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롯데카드 최종 인수작업까지 4개월여가 남은 상황에서 MBK는 카드산업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CEO 선임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성이 없는 CEO 선임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업계에 만연해 있는 '사내정치' 등으로 인해 해당 기업은 물론 카드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MBK가 업계에 정통한 인사를 선임한다면 합리적인 경영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에만 집중할 수 있고, 이는 곧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메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권 출신 인사가 경영을 책임지고 좋은 성과를 낸다면 업계·업계 종사자에 모두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 역시 "카드산업에 전문성 있는 인사가 CEO로 선임된다면 롯데카드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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