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코드] 봉준호 영화의 완성은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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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코드] 봉준호 영화의 완성은 디테일이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5.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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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강한 주제의식과 생생한 디테일로 봉준호만의 장르 개척
국내서 '기생충' 30일 상영 예정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영화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영화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종려나무는 일명 대추야자나무로 불리는 나무다. 사막의 오아시스에 주로 자라는 종려나무는 사막을 유랑하는 유목민들에게는 생명나무로 불리며, 곧고 수려하게 뻗은 잎사귀는 영광’, ‘승리의 상징으로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영웅들에게 바치기도 했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그를 환영하는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한 것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중요한 서사다.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영화감독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939년부터 1954년까지 그랑프리(Grand Prix du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로 불렸던 최고상은 1955년 '황금종려상(Palme d'or)'으로 바뀌었다.

종려나무를 떠올린 것은 예의 그런 의미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무엇보다 개최지인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의 칸(Cannes) 해변에 종려나무가 많아서라고 한다. 칸 영화제 상징이 된 황금종려상의 종려나무 잎사귀는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시인인 장 콕토(Jean Cocteau)가 디자인했다.

밋밋한 그랑 프리에서 황금 종려상으로 바꾸게 된 것은 다른 영화제들의 상징을 의식해서라고 한다.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은 황금곰상, 베니스영화제 대상은 황금사자상이다.

 

72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사진=칸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72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사진=칸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영화의, 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칸 영화제

칸 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 속하는 두 영화제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독일의 베를린 국제영화제다.

베니스 영화제보다 한 발 늦은 칸 영화제는 영화의 종주국(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 대중 영화 상영)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의 개입으로 정치색이 강화된 베니스 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한 영화제로 만들어졌다.

베니스 영화제는 무솔리니를 홍보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만들어져 1942년까지 최우수상 명칭은 '무솔리니 컵'이었다. 베를린 영화제 역시 1951년 동서화합을 명분으로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는 영화제로 시작되어 그 순수성이 의심되었던 것.

정치색을 배제한 것외에도 칸 영화제는 차별되는 것이 있다. 베니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는 일반인의 티켓 구매가 가능하지만, 칸 영화제는 영화제 사무국이 직접 선정한 감독, 배우, 작가, 배급사, 영화바이어 등에게 초대장을 발송하며 이를 받은 영화인들만 참석할 수 있다. 대중성 보다 독창성과 예술성에 더 비중을 두면서 지금까지 최고의 영화제로서의 인정받고 있다.

 

솔담배, 형사수첩, 그리고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아버지는 영남대 교수,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이사장을 지낸 제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씨다. 이촌역의 타일 벽화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봉감독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작업실과 서재에 들어가 디자인 관련 해외 서적들을 보며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봉감독의 섬세한 묘사, 예술적 감성은 어릴 때부터 체득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도 자신의 시나리오 콘티를 직접 그리기도 한다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입학,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 후 '노란문'이라는 영화 동아리를 만든다. 1994 6mm카메라로 찍은 백색인을 연출하면서 영화계에 데뷔한다. 2000년 개봉한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냉소가 호평을 받아,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받는 등 해외영화제와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봉감독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게된 작품은 2003살인의 추억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 영화는 525만 명을 동원했다.

 

극중 송강호가 형사수첩으로 쓰던 농협 수첩. 봉준호 감독은 스쳐지나갈 장면에도 완벽을 추구한다. 스틸 컷.
극중 송강호가 형사수첩으로 쓰던 농협 수첩. 봉준호 감독은 스쳐지나갈 장면에도 완벽을 추구한다. 스틸 컷.

끔찍한 살인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블랙 코미디와 풍자로 풀어 내어 흥행에 성공한 봉감독은 이후 봉테일이라는 닉네임도 얻게 된다. 관객들 그 누구도 눈치 채기 어려운 작은 소품들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에 집중한 봉감독은 특히 송강호가 들고 다니던 형사수첩이 농협마크가 찍힌 것이어야 한다며 스텝들을 힘들게 했다는 후문. 그의 이러한 완벽한 미장센은 관객의 주의를 흩트리지 않고 완벽히 영화에 몰입하도록 해준다.

그 후 한국형 블록버스터 괴물로 천만영화 감독에 이름을 올리고, 마더로 한국영화중 첫 미국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받는다. 또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할리우드 배우를 대거 캐스팅한 2013년 다국적 프로젝트 설국열차로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2017년에는 새로운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옥자를 내놓는다.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영화에 투영한다.

봉감독의 강점은 강한 주제의식과 함께 생생한 디테일이 주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계층간의 갈등, 사회 양극화, 가족의 의미 등을 다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한 관객을 비웃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순된 현실을 고발한다.

 

영화 '기생충' 한 장면.사진=네이버영화
영화 '기생충' 스틸 컷.사진=네이버영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은 '레버넌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였다. 그는 폐막식 직후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 되는 느낌이었다"고 극찬했다. 봉감독 조차도 “한국 관객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많아 외국 관객들이 100% 이해하진 못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으나 결과는 심사위원단 만장일치였다.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살인의 추억이후 16년만에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환경에 대해서 집요하게 탐구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봉준호 감독의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전했다. ('시네 21' 인터뷰에서)

한편 영화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 가족의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룬다. 한국에서는 5 30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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