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기업가 정신 톺아보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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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기업가 정신 톺아보기 ①
  • 이정태 멘토
  • 승인 2019.05.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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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은 신화化된 고정관념일 수도
위대한 창업가들, 창업후에 실패 두려움으로 불안
과감한 창업가중 극소수만 성공...왜 그럴까 궁금증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미국의 대학 평가(기업가 정신 과정 부문)에서 20여년 이상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뱁슨 대학(Babson College). 기업가 정신 과정 1학년 학생들이 수강하는 FME(Foundation of Management and Entrepreneurship) 수업에서는 3명씩 한 팀이 되어 20팀이 한 학기동안 예비 창업팀으로 서로 경쟁한다.

3번의 라운드를 거치면서 투표로 통과하는 팀을 계속 줄여 가는데, 최종적으로 2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2팀에게는 최대 3000달러(약 330만원)까지 사업지원금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지원자금 규모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애매한 자금을 지원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 담당 교수들의 말에 의하면, ‘작은 실패’, '빠른 실패‘를 경험해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실행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클 것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첫 과정에서 ’실패‘를 맛보게 한다는 건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업가 정신’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전정신과 성공일 것이다. 남들이 도전하기 힘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애초에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하고 큰 부를 획득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실제로 주위에서 그렇게 성공한 많은 창업가와 기업가들이 있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끊임없이 회자되고, 창업 교육과정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학습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영대학원에서 사례연구(case study)를 핵심적인 학습 방법론으로 채택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 성공을 통해서 배우는 것,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리스크와 부딪히며 시장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본령이라 할 것이다.

기업가 정신, 신화 또는 고정관념을 넘어

기업가형 인재의 역량으로 창조적, 창의성, 위험감수 및 모험도전, 인내, 자기 신념, 자율, 성취욕구, 유연성 및 적응력, 시장기회 포착력 등을 일반적인 특징으로 들곤 한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이러한 특징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슈퍼맨처럼 이런 모든 역량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창업가가 잘 되려면 이러 특징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암암리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신화化'는 불가피하다. 마치 어릴 때 위인전을 읽으면서 소년시절부터 총명했던 위인들의 삶과 생활에서 본받을 점을 찾아 닮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성공하면 모든 게 용서되고 받아들여진다. 기업가 정신은 결국 성공을 핵으로 품고 있는 창업가 마인드인 것이다.

세계최대 IT기업중 하나로 키웠지만, 구글 창업자들도 창업초기에는 실패 두려움때문에 회사를 매각하려고까지 했다. 미국 마우틴뷰 시티에 건설되는 구글 신사옥 건설계획도. 사진= 연합뉴스
세계최대 IT기업중 하나로 키웠지만, 구글 창업자들도 창업초기에는 실패 두려움때문에 회사를 매각하려고까지 했다. 미국 마우틴뷰 시티에 건설되는 구글 신사옥 건설계획도. 사진= 연합뉴스

과감한 창업이 성공열쇠? 진실은 정반대일지도

그러나 생각해보자. 실제로 성공한 창업가들은 다 그러할까, 그들이 간 길을 그대로 잘 따라 가면 성공할 수 있을까. 경영 베스트셀러 ‘오리지널스’를 쓴 애덤 그랜트는 일반적인 상식에 반기를 든다.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가설이 틀렸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이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센트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글로벌 안경 플랫폼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와비파커 창업자들, 나이키 공동창업자 필 나이트,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들은 처음부터 모든 걸 걸지 않았다. 와비파커 창업자들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안경을 파는 사업이 잘 안 될 경우에는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놓기도 했고,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창업 기간내내 두려움과 우유부단함과 회의에 시달렸다고 한다. 구글 창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초기 단계에 검색엔진에 정신이 팔려 박사과정연구를 소홀히 할까봐 200만 달러의 헐값에 구글을 팔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명실상부한, 엄청난 성공을 한 글로벌 창업가들이 되었다.

이쯤 되면, 조금 헷갈리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가 정신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창업가들이 밤잠을 줄여가면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요컨대, 기업가정신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들 중 소수만이 성공의 문턱을 넘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더 복잡하게 하는 포인트가 또 있다. 기업가 정신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사람은 콜럼버스이다. 알다시피, 콜럼버스는 스페인 왕실과 산타페협약을 맺고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사람이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항로를 개척하는 대가로 귀족 칭호를 얻고 식민지 총독이 될 수 있으며, 획득하는 모든 귀금속의 10분의 1을 소유하게 된다는 협약. 실제로 콜럼버스는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금제품으로 유럽인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이라는 유럽의 기업가정신의 토대는 그 이후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②번으로 이어짐.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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