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하나...英 메이 총리 끝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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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하나...英 메이 총리 끝내 '사퇴'
  • 최원정 글로벌에디터
  • 승인 2019.05.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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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강경론자 존슨 전 외무장관 유력...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커져
브렉시트 입장 둘러싼 정치권 내 혼란 가중될 듯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사퇴 성명을 발표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사퇴 성명을 발표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최원정 글로벌에디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보수당 대표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브렉시트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 구조로, 차기 보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승계하게 된다. 당내 대표적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차기 당대표 1순위로 꼽히는 만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는 등 영국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렉시트 혼란 수습 못한 채 결국 사임 결정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과 만나 6월 7일 당대표를 사퇴하겠다는 성명을 내놨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며 “브렉시트 완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지만, 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나의 후임자가 국민투표 결과를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의회 내의 의견 합의를 강조하며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양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을 읽어 내려가던 메이 총리는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결정으로 사임한 캐머런 총리 후임으로 총리직을 맡았던 메이 총리는 지난 3년 임기내내 브렉시트 협상에 매달렸지만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메이 총리는 원래 EU잔류를 지지했던 인사지만, 총리에 오른 후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며 국민투표의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방법을 놓고 영국내에서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메이 총리 역시 갈팡질팡하며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11월 어렵게 마련한 EU와의 합의안조차 올해 하원의 벽을 넘지 못하며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게 됐다. 

메이 총리의 사퇴 발표에 여야 정치권은 경의를 표하며 메이 총리의 헌신에 감사했지만, 브렉시트를 놓고는 확연하게 온도차를 보였다.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은 “브렉시트를 완수한다는 것은 언제나 엄청난 과제였다. 그녀는 매일 용기와 결의를 갖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 역시 “매우 감동적이고 위엄있는 연설이었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지는 보수당 내에서 이번 사퇴 발표를 놓고 메이 총리가 품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수당 인사들은 앞으로 메이 총리의 뜻을 따라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노동당 등 야당에서는 조기총선 등을 거론하며 보수당이 앞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보수당 당 대표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장 유력한 차기 보수당 당 대표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음 총리는 누구…어떻게 선출하나 

메이 총리는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주에 보수당 신임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수당측은 24일 일정을 서둘러 당대표 선출 절차가 7월말까지는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수당 당대표 경선은 2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하원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출하고, 이후 전국 보수당원 투표로 최종 1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이 1단계 경선을 관장하며, 일정에 따라 하원의원들은 투표를 진행해 매 투표에서 최하 득표 후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최종 2명을 선출하게 된다. 이후 전국 12만명에 달하는 보수당원들이 우편투표를 통해 최종 당대표를 결정한다. 

앞서 메이 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될 당시 최종 2인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앤드리아 레드섬 전 하원 원내총무가 사퇴하면서 당원 투표 없이 메이 총리가 선출됐다. 

현재 당대표 1순위로 꼽히는 사람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다. 이미 보수당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힌 존슨 전 장관은 대표적인 강경파로, “노딜 브렉시트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EU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때문에 보수당 내부의 EU잔류파나 온건파 등을 중심으로 존슨 전 장관의 대표 선출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보수당 의원 60여명은 ‘원 네이션 컨서버티즘(One Nation Conservatism)’ 그룹을 결성해 '노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을 가로막겠다고 밝혔다. 

존슨 전 장관 외에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이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앤드리아 레드섬 전 하원 원내총무 등의 출마도 예상된다.

경선이 진행되면 이들 후보자들은 브렉시트에 대한 입장을 놓고 경선 승리를 위해 후보자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브렉시트는 어떻게 전개될까. 

거론되는 후보자 중에서는 존슨 전 외무장관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일간 더타임즈가 조사업체를 통해 지난 10~16일 보수당원 8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존슨 전 장관은 39%의 지지율을 받았다.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13%로 1위와 큰 격차를 보인 2위에 머물렀다. 이 밖에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이 각각 9%를 얻었다. 

존슨은 EU와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EU측은 영국의 EU탈퇴 시한을 연장하면서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존슨 전 장관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딜이든 노딜이든 영국은 10월 EU를 떠날 것”과 같은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차기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할 경우 의회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정부 불신임 투표로, 이 경우 영국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예상된다.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총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분열된 보수당은 이미 이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누가 차기 대표로 선출되든 국민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기 총선을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출신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 역시 “메이 총리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극단주의자 때문에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며 "의회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EU 탈퇴 결정을 취소하고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의 사퇴로 브렉시트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영국이 더욱 무질서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외신들은 향후 노딜 브렉시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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