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진정성 상실한 한지선의 ‘깊이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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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진정성 상실한 한지선의 ‘깊이 반성’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5.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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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 문화평론가] ‘한지선 깊이 반성’ 

지난 23일 밤부터 24일 아침까지 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 토픽 상위권에 있었던 제목이다. 여전히 그녀의 이름은 불명예스러운 검색어 1위에도 랭크돼 있다.

그녀가 출연하고 있었던 드라마보다 TV뉴스의 파급 효과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신인배우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줬으니. 그것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경우로 말이다. 

지난해 9월 한지선은 만취한 상태로 택시에 타 60대 기사의 뺨을 때리고, 보온병을 집어 던져 머리 등을 가격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이 후 자신을 연행한 경찰관과 또 다른 경찰관에게도 서슴없이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행패의 정석'을 보여준 셈이다. 

◆ 피해자에 대한 사과조차 없는 한지선의 ‘깊이 반성’

그런데 그녀가 받은 처벌은 고작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 폭행에 공무집행방해혐의까지 더해졌으나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 참작된 결과란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피해자인 60대 택시기사는 “자식보다 어린 아가씨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아직도 사과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난 시점인데도 말이다. 그녀의 소속사는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는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SBS제공/연합뉴스
배우 한지선. 사진=SBS제공/연합뉴스

‘깊이 반성’의 기본 자세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우선 아닌가.

한지선의 무엇을 보고 ‘깊이 반성’했다고 한 것인지, 그것이 법에서 판단한 양형 이유였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녀는 주취폭행 사건 후 한달 만에 광고 촬영을 했고 최근에는 SBS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에 출연 중이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흔히 말하는 ‘자숙 기간' 조차 없었다.

당시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였다는 점이 활동에 아무런 제약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집행유예 1년이란 시간은 법이 정한 ‘자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양심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내팽개친 채 연예 활동에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대중은 공분할 수밖에 없다. 대중이 이럴진대, 한지선의 출연 모습을 본 피해자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 대중이 그녀에게 선고한 괘씸죄

그녀 역시 사건이 알려지고 난 후 물의를 빚은 많은 연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속사의 공식 사과문 뒤로 숨어버렸다. 잘못은 본인이 저질러놓고 소속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방패막이 되는 모양새다.

이는 대중이 무엇을 듣고자 하는지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는 처사다. 늦어도 이미 한참 늦은 사과마저 스스로 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니 그녀를 향한 시청자들의 퇴출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다. 

최근 유난히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나 이번 한지선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검증 없이 출연이 가능했다고 하니 방송사들이 얼마나 캐스팅에만 급급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프로그램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뿐이다. 시청자들의 보이콧 요구로 결국 그녀가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하기로 결정되면서 대본의 전면 수정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각 방송사는 연예인의 캐스팅을 고려할 때 이번 한지선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법은 그녀에게 초범이라는 점과 ‘깊이 반성’했다는 점을 이유로 피해자의 아픔을 지나치게 간과한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을지 모르지만, 대중은 그녀의 패륜적 행위와 진정성을 상실한 말뿐인 반성에 괘씸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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