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지부진한 주가…업황 회복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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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지부진한 주가…업황 회복은 언제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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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불똥에 최근 한달간 약세..."하반기엔 나아질 것" 분석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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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반도체주(株)가 대외 불확실성 속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된 데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 속도가 아직 더뎌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탓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하반기가 다가올수록 업황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4만3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4월 17일 기록한 연고점(4만7600원)과 비교하면 한달간 7.9%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6만8000원에 장을 마감, 한달전 연고점(4월 19일 8만2400원)보다 17.48% 내렸다.

 

◆ 반도체 기업 가이던스 하향 조정

이들 기업의 주가가 맥을 못추는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회복세를 보였던 낸드 현물 가격은 이달 들어 정체‧하락하는 추세로 돌아섰고 D램(DRAM)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업황 회복 시점으로 제시했던 올 하반기 전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 반도체 업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 엔비디아는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한 데 따라 서버용 수요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스티펠(Stifel)의 케빈 케디시 연구원은 16일 엔비디아의 1분기(지난달 28일 마감) 실적 발표 이후 “지난해 중국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재고를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이 중국에서 예상보다 많은 재고의 영향을 밝힌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까지 (데이터센터의) 지출이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또한 같은날 2분기(지난달 28일 마감) 실적 발표 이후 업황에 대해 ‘저점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리 디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올해 메모리반도체 고객들이 기술 로드맵을 개발하는 데 자원을 집중하는 탓에 메모리반도체 지출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점차 재고수준이 정상화되면서 내년에나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분기 가이던스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 미·중 무역분쟁 심화 부담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이 반도체 업황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무역협상 성과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양국은 지난 10일 마무리된 고위급 정상회담에서 끝내 ‘빈손’으로 헤어졌다. 미국은 또 이날부터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해 사태가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회담 개최 여부조차도 불투명하다.

만약 그때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반도체 전방산업의 수요 예측이 어려워진다.

이승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과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정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올 들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불편하게 만든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주가 모멘텀(상승동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 관세뿐 아니라 중국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 무인기(드론)업체 DJI와 중국 폐쇄회로TV(CCTV) 업체 하이크비전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앞으로 미국 기업과 부품 등을 거래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처럼 이 역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후폭풍'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 화웨이 제재 여파 지켜봐야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화웨이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등이 화웨이에 제품 공급을 중단할 경우 화웨이의 제품 경쟁력이 낮아지고 판매량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미 상무부의 제재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23일까지 7거래일 연속 약세로 마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제재가 화웨이 관련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가 주도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모멘텀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화웨이 주도하에 살아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화웨이의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대해선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화웨이는 그간 보급형 스마트폰뿐 아니라 하이엔드(high-end) 스마트폰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해왔다. 화웨이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이용하면서 두 시장에서 모두 경쟁을 벌여온 삼성전자로선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중국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질 경우 애플 매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 장비 출하량 증가…업황 회복 기대

반도체 업황 회복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신호들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북미 지역 반도체장비 업계의 출하액이 19억1080만달러를 기록, 전달(19억2540만달러)보다 4.7% 늘어나면서 업황 회복 기대를 높였다. 출하 규모가 증가한 건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장비 출하량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만큼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전방업체들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계절적 성수기를 맞는 3분기부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반도체 가격 하락폭 역시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도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보유한 서버용 D램 재고는 올 2분기 말 4주 수준으로 전분기 말(7주)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3분기부터 서버용 수요 개선과 반도체 가격 하락폭 축소는 확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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