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리포트] 식품사업 성공 비결, '맛' 아니라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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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리포트] 식품사업 성공 비결, '맛' 아니라 '스토리텔링'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5.2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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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미셸 & 오귀스탕',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대성공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
미셸 & 오귀스탕은 2인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글로벌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전도유망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미셸 & 오귀스탕 광고 영상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흔히 식품과 관련된 사업의 첫번째 성공비결은 ‘맛’이라고 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라는 양념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은 2인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미국 시장 진출까지 일궈낸 ‘미셸과 오귀스탕(Michel & Augustin)’ 이라는 식품 회사의 성공 사례를 통해 혁신적인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소개했다.

◆ 고교 동창이 만든 스타트업

이 회사는 고등학교 동창인 미셸 드 로비라(Michel de Rovira)와 오귀스탕 팔루엘-마르몽(Augustin Paluel- Marmont) 2004년에 설립했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서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두 사람은 함께 ’파리 빵집 가이드 북’을 제작해 1만2000권 가량을 팔기도 했다. 그 후 제과 제빵 자격증을 딴 팔루엘-마르몽의 아이디어로 제과 스타트업을 구상했고 파리 시내의 제과점 주방을 빌려 쿠키를 구우며 시작했다. 회사 이름은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벤 엔 제리(Ben & Jerry)’를 벤치마킹했다.

설립 이후에는 승승장구했다. 2007년 새로운 맛과 용량의 마시는 요구르트 ‘마시는 암소(Vache à boire)’라인을 시작으로 2008년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2010년 안주용 비스켓, 2011년 디저트 제품, 2014년 유기농 과일주스와 레모네이드 제품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끝에 10년째인 2015년 40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미셸 & 오귀스탕'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7624개 스타벅스 지점에 초콜릿 쿠키 제품을 판매했다.

급기야 2016년 다논(Danone)그룹이 지분 40%를 인수했고, 올 4월에는 지분의 95 % 인수를 결정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대기업 중심의 보수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프랑스 제과업계에 등장한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공사례라고 보도하고 있다.

'미셸 & 오귀스탕' 제품은 직접 손으로 쓴 듯한 글씨체로 패키징해 눈길을 끈다. 사진=미셸&오귀스탕 홈페이지

◆몇가지 성공비결...프리미엄化·튀는 패키징·게릴라 마케팅

'미셸 & 오귀스탕'의 성공에는 몇가지 비결이 있다.

첫째는 프랑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 프리미엄 전략이다. ▲프랑스산 재료 ▲무색소·무방부제 ▲‘식용유보다는 버터’와 같은 고급화 전략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가공식품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원산지 특허를 받은 지역 특산품 치즈, 버터 등을 재료로 사용하고 100% 채식 유제품, 유기농 주스를 출시하는 등 프랑스 소비자들의 식생활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꿰찼다.

두번째는 개성있는 패키징과 기업과 제품에 대한 열정적인 홍보다. 직접 손으로 쓴 것 같은 글씨체와 낙서를 연상시키는 구성, 창립자 두 사람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린 브랜드 로고를 앞세우고 코믹한 제품명을 개발하는 등 독특하고 개성 있는 패키징을 선보였다.

기존의 경쟁사 제품들과는 달리 대용량, 투명 용기를 사용한 것도 적중했다. 보통 식사 후 디저트로 먹는 초콜릿 무스의 경우 기존의 1인용 소량 포장 대신 가족 식사 등에서 여러 명이 나눠먹을 수 있는 대용량으로 출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또 직원들의 제품개발 모습과 기업정신 등 반드시 알려야 할 의무가 없는 정보들까지 간단하고 친근감있게 설명하면서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투명한 경영을 어필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미셸 & 오귀스탕 대표들은 직접 젖소분장을 하고 길거리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유투브캡처

마케팅 방식도 남달랐다. 깔끔하고 예쁜 전문 광고가 아닌 거리에서 일반인이 찍은 것 같은 거친 느낌의 광고 영상을 제작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을 위해 활동적으로 발로 뛴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연출했다.

두 명의 대표는 직접 젖소 등으로 분장한 모습으로 길거리로 나와 이목을 끄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들이 SNS 상에서 화제거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

'미셸 & 오귀스탕'의 채용담당자가 직원 모집을 위해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혹시 구직 중인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외치며 구인광고지를 나눠주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7500번 이상 공유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마케팅 방식도 남달랐다. 깔끔하고 예쁜 전문 광고가 아닌 거리에서 일반인이 찍은 것 같은 거친 느낌의 광고 영상을 제작해 눈길을 사로 잡았다.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을 위해 활동적으로 발로 뛴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연출했다.두 명의 대표는 직접 젖소 등으로 분장한 모습으로 길거리로 나와 이목을 끄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들이 SNS 상에서 화제거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미셸 & 오귀스탕'의 채용담당자가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혹시 구직 중인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외치는 구인광고 영상. 유투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사진=유투브 캡처
'미셸 & 오귀스탕'의 채용담당자가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혹시 구직 중인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외치는 구인광고 영상. 유투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사진=유투브 캡처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직접 소통 효과로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줄리 롭베이(Julie Robveille) 마케팅 컨설턴트는 '미셸 & 오귀스탕'의 성공요인으로 스토리렐링 마케팅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스타트업들은 다들 각자의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확장시키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에 올인하고 있으며 그들은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자극하고 놀라게 하는 법을 터득했다. 욕망을 일깨우고 호감을 얻으면서 소비자를 동참시키는데 그러면서도 물건 판매라는 최종의 목적을 절대 잃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OTRA 파리무역관은 “미셸&오귀스탕의 제품은 스타트업으로서 새로운 면이 크지 않지만, 혁신적인 마케팅 방식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동네의 재래시장 쇼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프랑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용한 것으로, 사소한 정보라도 적극 소통하는 열정이나 대화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먹혀 들었다는 설명이다.

파리무역관은 또 “도덕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작고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도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정직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작성자 곽미성)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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