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니지] '가난한 이들 헤아리자'...금욕의 라마단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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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튀니지] '가난한 이들 헤아리자'...금욕의 라마단 축제
  • 김수린 튀니지 통신원
  • 승인 2019.05.19 12: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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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은 이슬람식 음력 축제.. 해마다 축제기간 변동해
낮엔 금식, 밤부터 새벽까지는 식사하며 즐겨...경기 활기띄기도
기업도 일찍 끝내고, 성생활도 금기...신문지 가린채 영업하는 카페도
김수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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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 김수린 통신원] 오늘은 5월 18일, 튀니지에서는 라마단(رمضان)으로 주변이 시끌벅적합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에 시작하는 이슬람교의 대대적인 행사예요. 라마단이라는 명칭은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라미다(ramida)’ 또는 ‘아라마드(arramad)’에서 유래됐습니다.

금식으로 가난한 자들의 상황을 헤아리며 자제력을 기르고 목이 타는 듯한 목마름을 느껴보자 라는 취지에서 생겨났는데요.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동안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독실한 신자들은 침을 삼키지 않기 위하여 침을 뱉는 상황도 발생하는데요.

이슬람 신자가 아닌 외국인들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지만 금식하는 사람들 앞에서 먹는 것은 실례입니다. 그들은 라마단을 지켜야 하는 무슬림은 아니지만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로요. 실제로 아랍어를 배우는 부르기바 학원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지만 라마단 기간에 교수님 앞에서 커피나 물조차 마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라마단 기간에도 예외는 있는데요. 군인이나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 그리고 월경을 하고 있는 여성들은 금식을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또 운동선수들은 경기 중 라마단이 껴 있을 경우 라마단을 지키지 않습니다. 라마단이 끝나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지키지 않은 일수를 그 해 안에 채워서 마무리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라마단 기간은 매 년 달라지는데요. 이슬람 달력에 따라 1년에 약 10일 정도씩 빨라집니다. 라마단 달은 음력이라서 어떤 때는 여름에, 어떤 때는 겨울에 오기도 합니다.

2000년 이후 라마단 기간의 변화. 제공=김수린 통신원
2000년 이후 라마단 기간의 변화. 제공=김수린 통신원

이슬람 신자에게 부여된 5가지 의무 중의 가운데 하나가 금식(Ṣawm)입니다. 다른 4가지 중 첫 번째인 샤하다(Shahādah)는 ‘하나님(알라) 이외에는 어떠한 신도 존재하지 않고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전령’이라는 뜻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매일 정기적으로 5번 예배하는 쌀라(Ṣalāh), 세 번째는 일정범위 안에서 내는 적당한 자선을 뜻하는 자카(Zakāh)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하즈(Ḥajj)로 자신의 현재 재정적·환경적 상황이 괜찮다면 일생에 한번 메카로 순례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사실 이 다섯 가지의 의무를 다 지키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슬람 신자들은 많이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라마단을 하는 오후동안은 성적 쾌락과 음악을 듣는 일을 삼가야 하며, 가능한 한 모든 감각적 즐거움으로부터 멀어져야만 합니다. 라마단을 하는 기간 동안은 기업들도 일찍 끝내고 낮잠 자는 것을 정부에서 권장합니다.

낮에 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가 휑합니다. 가끔씩 빵집이나 카페를 열기도 하지만 라마단을 하는 신자들을 배려해 신문지로 창문을 다 막아놓고 영업합니다.

해가 지고 밤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약 오후 7시 20분부터 나오는 5분 가량의 코란 방송을 기점으로 무슬림들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요. 새벽 3시까지 사람들은 밖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다양한 음식을 팔고 먹으며 분위기를 즐깁니다.

라마단 기간 동안 밤늦게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튀니지 사람들. 사빔- 김수린 통신원
라마단 기간 동안 밤늦게 길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튀니지 사람들. 사잔= 김수린 통신원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보니 라마단 달에는 축제가 금기시돼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라마단을 겪었을 때는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카페에서 유명한 가수를 초대해 노래를 부르고 단 음식을 먹으며 다들 들떠보였어요.  저는 처음에 라마단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음식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는 그 힘든 기간을 왜 이슬람 신자들이 좋아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직접 라마단을 행하는 나라에서 살아보니 이슬람 신자들은 라마단 그 자체가 축복을 받은 달이며, 신(알라)의 은혜가 더욱 더 가깝고 다가가기 쉬운 때라고 생각해 이슬람 신자들은 라마단을 기다리고 좋아합니다.

라마단 기간중 낮에 신문지로 창문을 가려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카페들. 사진= 김수린 통신원
라마단 기간중 낮에 신문지로 창문을 가린 채 영업하고 있는 카페들. 사진= 김수린 통신원

또한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경제도 매우 활기를 띕니다. 특정한 몇몇 식당에서는 라마단 기간에만 가격을 올리기도 해요. 라마단이 시작하기 직전에 마트에는 생필품을 사러온 사람으들로 북적이는데요. 이슬람교지만 평소에는 술을 마트나 조그마한 펍에서 팝니다. 그러나 라마단 때는 아예 닫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시는 분은 미리 준비하고 쟁여놓습니다.

한국에서 내내 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라마단을 접해봤어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던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에서 휑한 거리와 문을 닫힌 상점들을 보면서, 종교의 힘과 신념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또 한국이면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문화를 체험했다는 보람도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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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드레곤 2019-05-19 22:29:51
이슬람 문화에 대해 설명을 너무 잘해줘서 많이 이해하게 되었어요..감사합니다!!!

효고현거주자 2019-05-19 22:20:19
말로만 들었던 라마단 기간을 자세히 알게되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글이 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