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리포트] 블루보틀은 어떻게 사람들을 줄 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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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리포트] 블루보틀은 어떻게 사람들을 줄 세웠을까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5.1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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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야기 하고 싶은 브랜드'로 대성공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
블루보틀이 국내에 1호점을 열었는데 수많은 인파가 장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최근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루보틀(Blue Bottle)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혹자는 ‘커피업계 애플(Apple)’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한국에서 1호점을 열 때 커피한잔을 마시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은 블루보틀의 성공비결을 분석하며 단순히 혜성처럼 반짝 등장한 브랜드가 아니고 창업 후 17년 동안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slowly & steadily)’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온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 '천천히, 지속적으로'가 만들어낸 저력

블루보틀은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커피광이었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작은 창고에서 직접 원두를 볶으면서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었던 창업자는 한 번에 5파운드씩만 로스팅해 최상의 한 잔 커피를 만들어냈다.

블루보틀은 업계에서 드물게 수 차례 벤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구글 벤처, 우버 등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투자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창업자의 커피 맛에 대한 완벽주의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다. 투자자들은 성공한 실리콘벨리 IT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줬던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디테일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블루보틀에서 발견하고 미래에 대한 성장과 혁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블루보틀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됐다. 사진=블루보틀 홈페이지

블루보틀은 먼저 커피를 추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창업 초 메뉴를 6가지로 단순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또 2007년부터 일본의 커피기구와 추출 기법을 도입하고, MIT와 협업하여 드리퍼와 필터 등을 자체 개발하는 등의 실험적인 노력을 지속해왔다.

매장에서는 48시간 이내에 로스팅한 원두만을 사용해 최상의 커피맛을 제공한다. 주메뉴인 드립커피는 한 잔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여전히 수제 방식을 고집한다.

◆ 품질을 최우선시 하는 조직문화

바리스타 채용과 교육을 위한 전문과정이 있으며, 품질관리자가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는 등 품질을 최우선시하는 조직문화가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에 배여 있다.

이를 통해 ‘cupping’이라 부르는 소싱-구매-로스팅-바리스타오퍼링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품질관리는 당연한 것으로 정착됐다.

블루보틀 매장은 애플(Apple) 매장과 느낌이 비슷하다. 이는 단순히 인테리어와 로고 디자인 때문은 아니다.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구성돼 있다. 창업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선을 거스르는 오브제(objet)가 없고, 미니멀한 가구를 사용해 고객이 제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은 기본적으로 노와이파이(No WiFi), 노컴퓨터(No PC) 정책을 고수한다.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놓고 온전히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라는 의도와 동시에 바리스타와 더욱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전체적으로 테이블 높이는 낮고, 바리스타가 고객을 보면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동안 커피의 맛과 제조방법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 일관된 '고급스럽지만 미니멀' 이미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사이트, 제품 패키지에서도 고급스럽지만 미니멀한 브랜드 아이덴터티(BI) 그대로 적용된다.

블루보틀은 대중 감정의 시대(Mass Connoisseurship)이라 불리는 트렌드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는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 현상과 함께 집단지성에 근거한 소비대중의 권력화 현상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제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고 있고 매우 디테일한 제조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러한 콘텐츠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고 성공적이어서 자생적인(organic) 키워드 서치를 장악하고 있고,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콘텐츠가 구매 사이트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블루보틀은 디테일한 제조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사진=블루보틀 홈페이지

온라인 매체 질트(Jilt)의 샘 홀리스 기자는 "통상 검색 키워드 상단에 노출되려면 검색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 등을 통한 미디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나, 브랜드 버즈를 통한 소비자의 자발적인 검색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구매까지 이어지게 되면 노출뿐 아니라 판매에 이르는 광고 효과를 공짜로 누릴수 있기에 ‘ 사람들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블루보틀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브랜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블루보틀은 ▲리테일 매장 ▲온라인 정기배송(Subscription) 모델인 ‘Blue bottle at Home’ ▲밀폐용기 포장판매(RTD: Ready-to-drink offering) 3가지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했다.

블루보틀 매장은 48시간 이내 로스팅된 원두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매장과 로스팅 장소(roastery)가 인접해 있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 관리를 위해 향후에도 공격적인 글로벌 매장 확장보다는 통제 가능한 범위내 확장과 권역별 브랜드 협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예상된다.

매장은 브랜드 경험과 철학을 전파하는 쇼케이스여서 그 자체가 하나의 광고 미디어로 활용된다.

정기배송 모델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고객 테이터 확보와 혁신이 가능한 온라인 이커머스 영역으로 옮겨 왔다는 점과 예측 가능하고 정기적인 매출원과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망관리)의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온라인 사이트와 이커머스 기능은 투자자 중 하나인 구글 벤처스의 프로젝트팀과 협업해 탄생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앞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활용성이 큰 혁신 플랫폼으로 평가할 수 있다.

블루보틀 커피 제품들. 사진=블루보틀 홈페이지

지속 성장 중인 스페셜티 커피 수요를 맞추고 더 많은 고객에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선택한 또 하나의 전략은 RTD(Ready- to-drink offering)이다. 커피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운 지역의 유기농 제품제조업체, 맥주 제조사 등의 파트너와 협업하여 대량 생산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고 있으며 자체 생산라인에 대한 별도의 투자 없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재 정기배송과 RTD 매출 비중은 현재 전체의 25% 수준으로 아직은 초기단계다.

◆ 네슬레가 5억달러를 투자한 이유

2017년 네슬레가 지분 68%를 인수할 때 지불한 금액은 약 5억달러였다. 당시 매장 수는 50개로 2만5000여개를 거느린 스타벅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으나 회사가치 평가액은 7억달러 이상이었다. 지금도 매장수는 크게 늘지 않아 미국(57개), 일본(11개)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블루보틀 커피로고

네슬레가 거액을 투자한 진짜 이유는 매장 매출이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가진 하이엔드 제품군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보완, 그리고 브랜드 후광효과를 활용해 전 제품군에 걸친 소비자군, 특히 밀레니얼 세대 공략으로 봐야 한다.

이미 네스카페(Nescafe)와 네스프레소(Nespresso) 제품군을 보유한 네슬레는 현재는 틈새시장이지만 향후 메인스트림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페셜티 커피 제품군과 브랜드를 미리 확보하고, 규모 확장을 위해 이커머스와 RTD 사업을 점차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은 블루보틀의 사례분석을 통해 ▲시장에서 최고의 전문가·제품으로 포지셔닝 ▲비즈니스 규모에 상관없이 강력한 브랜드 구축 ▲고객과의 관계 형성 통한 마케팅 구전 효과 극대화 ▲스마트한 파트너십 통한 혁신과 효율 아웃소싱 등이 사업성공의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작성자 박지웅)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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