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 달러를 왜 '3억원'어치나...리디노미네이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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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부자, 달러를 왜 '3억원'어치나...리디노미네이션 때문?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5.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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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PB들 "리디노미네이션 문의·달러 구매 많아져..화폐개혁 논의, 불안감 키워"
강남권 자산가들,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해져...금수요도 급증
원화 가치 하락 `악영향`...환율변동 영향은 크지 않을 듯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원·달러 환율 강세 배경으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 등이 꼽히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부각하면서 달러를 구매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재력가들이 리디노미네이션이 진행되면 음성 자금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달러를 사들이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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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일부에서는 화폐단위 변경 불안감에 따른 달러 사재기가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디노미네이션 불안에 달러로 모여드는 강남 자산가

대형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강남권 일부 PB 사이에서는 자산가들이 리디노미네이션을 대비해 달러를 사두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 "음성 자금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리디노미네이션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달러 보유 욕구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강남권에서 달러를 사두려는 재력가가 많다는 것은 업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폐 개혁이 일어나면 불가피하게 음성 자금이 공개되고, 또한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재력가들은 상대적으로 가치 변동이 덜한 미 달러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 부각에 따른 '달러 사재기 현상'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식당에 가면 7000원을 7.0, 7500원을 7.5 등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많다.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달러대비 숫자가 커 국제 거래상의 불편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과거 1953년과 1962년에 신·구 화폐의 환가비율(換價比率)을 각각 100대 1, 10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이 진행된 바 있다.  

강남권 PB "화폐단위 변경 문의·달러 니즈 늘어나…"

실제로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달러 구매는 늘어나고 있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최근 달러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금액 자체도 1억~3억원 정도를 문의하는 자산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최근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 이슈와 경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달러를 보유해야겠다는 심리가 커지면서, 기존에 달러를 보유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달러 구매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화폐개혁에 대해 문의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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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년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11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 탐장 역시 미 달러화 구매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는데 공감했다. 김 팀장은 "최근 국내 경제 불안감에다 원화 가치 하락 불안감이 겹치면서 미 달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화폐개혁에 대한 관심과 달러에 대한 니즈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심리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金)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KRX 금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42.9㎏으로 지난달(22㎏)보다 95%, 3월(17.2kg)보다 149% 증가했다. 

"강남권 자산가의 달러 매입, 환율에 미치는 영향? 글쎄…"
   
이처럼 강남권 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에도 금융권에서는 일명 '자산가들의 달러 매입'이 달러 강세 현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KB국민은행의 김 팀장은 "화폐개혁 불안감에 따른 불안심리로 달러 구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환율이 올라가는데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은행의 조 팀장은 "달러 니즈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순 있지만, 환율 급등 요인이 한 두 가지가 아닌 만큼 리디노미네이션이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 연구원들 역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에 따른 자산가들의 행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면서 "(달러 구매 급증과 강달러 현상과 상관관계는)가능성은 있지만,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은 많기 때문에 확답할 순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산가들의 달러 구매에 의해 환율이 요동칠 정도로 한국 환거래 규모가 작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달러 수요의 대부분은 기업등 기관 수요가 절대적이다.

한편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188.60원)보다 2.9원(0.24%) 오른 11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7년 1월11일(1196.4원)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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