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리포트] 잠이 부족한 당신....'슬립테크'는 알고 있나요
상태바
[KOTRA리포트] 잠이 부족한 당신....'슬립테크'는 알고 있나요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5.18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CT 활용, 수면 부족 문제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 주목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
충분한 수면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일본에서 '슬립테크(sleep tech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pixabay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만성적인 수면 부족 국가로 알려진 일본에서 편안한 잠을 가능하게 해주는 ‘슬립테크(sleep tech)’가 뜨고 있다.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평균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서도 20세 이상 성인 중 40% 가량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이며, 남성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40년 전과 비교해 약 10% 감소했다.

수면은 건강관리의 중요한 요소이면서 노동생산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면시간을 1주당 1시간 늘리면 단기적으로 1.1%, 장기적으로는 약 5%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인해 일본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약 15조 엔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직장인 남성의 평균 수면시간 추이. 자료=일본 총무성
일본 직장인 남성의 평균 수면시간 추이. 자료=일본 총무성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에서는 ICT를 활용해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슬립테크’가 큰 주목을 얻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리나가 타쿠로는 올해 주목할 만한 일본 경제 키워드의 하나로 슬립테크를 꼽기도 했다.

◆ '편안한 잠' 돈주고 사야 하는 시대

KOTRA 후쿠오카무역관이 만난 컨설팅 기업 K사의 관계자는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생수를 돈으로 사는 것이 당연하듯이, 편안한 잠도 돈으로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며 "슬립테크는 향후 시장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슬립테크에 특화한 일본 벤처기업도 각광받고 있다. 뉴로스페이스사는 2013년에 설립, 도쿄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으로 IT기술을 활용한 수면 개선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했다.

이불이나 매트리스 밑에 설치해 사용자의 심박수, 호흡, 수면 등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수면상태를 데이터화하는 제품인 ‘얼리센스(Early Sense)’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초로 에어컨이나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해 사용자의 쾌적한 수면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2017년 이후 여러 소비자의 방대한 수면 관련 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분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편안하고 질 높은 수면을 위한 행동·환경 개선을 제안하는 비지니스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뉴로스페이스사가 개발한 얼리 센스(왼쪽)와 사용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오른쪽). 사진=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뉴로스페이스사가 개발한 얼리 센스(왼쪽)와 사용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오른쪽). 사진=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최근 일본 유수 대기업들과의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 소고기덮밥 체인점인 요시노야(吉野家)와 협업해 24시간 운영 점포에서 근무하며 생활리듬이 깨지기 쉬운 종업원에게 최적의 수면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종업원별 수면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 및 직원의 건강관리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종업원 입장에서는 복리후생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식업 체인점이나 편의점, 배달업체나 병원 등 24시간 운영되는 사업체를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일본 2대 항공사인 ANA와는 해외 출장이나 여행 중이나 귀국 후 시차로 인한 수면 부족이나 집중력 저하를 완화시켜주는 ‘시차 적응 애플리케이션’을 공동개발했다. 이는 ▲시차 적응을 위해 필요한 빛을 쐬는 방법 ▲식사 방법 ▲수면·낮잠·운동의 타이밍 ▲숙면을 위해 시간대별로 하면 좋은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정보 등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뉴로스페이스의 슬립테크 비즈니스는 일본 국책 연구기관인 NEDO의 연구개발형 벤처지원사업에 채택됐으며 올 1월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재팬 헬스캐어 비즈니스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복수의 벤처캐피털 및 금융기관으로부터 총액 3억4000만 엔(약 37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사업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 글로벌 기업도 속속 슬립테크에 관심

글로벌기업도 슬립테크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파나소닉(Panasonic)은 시간대에 따라 자동적으로 전구 색상을 바꾸어 쾌면과 상쾌한 기상을 도와주는 실링 라이트를 개발·발매했다. 파나소식은 일본의 대표적인 침구 메이커인 니시카와산업(西川産業)과 협업해 수면 관련 서비스를 공동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노키아(NOKIA)는 매트리스 밑에 설치해 수면 사이클 및 심박수 추이를 분석해주는 ‘노키아슬립(Nokia Sleep)’을 일본에서 발매 중이다. 이 제품은 웹 기반 서비스와 연결해 매트리스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움직임과 연동하여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일본, 미국, 태국에 거점을 두는 전기전자 기업 ‘치로(Cheero)’는 소리, 빛, 향기를 통한 숙면 서포트 기기인 ‘슬리피온2(sleepion2)’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수면을 위한 음원과 생체리듬과 호응하는 빛, 천연소재 아로마향을 통해 질 높은 수면을 유도해 준다.

이불 전용 청소기 ‘레이캅’을 600만 대 이상 출하하며 일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 한국계 기업 ‘레이캅재팬’은 신제품 ‘푸토콘(FUTOCON)’을 선보이며 슬립테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이 제품은 본체와 전용 매트리스로 구성, 이불 속 온도를 수면을 취하기에 가장 적합한 33℃±1℃로 유지함으로써 질 높은 수면을 구현해준다.

이불 내의 온도조절을 통해 쾌면을 유도하는 ‘푸토콘(FUTOCON)’ 사진=레이캅재팬 홈페이지
이불 내의 온도조절을 통해 쾌면을 유도하는 ‘푸토콘(FUTOCON)’ 사진=레이캅재팬 홈페이지

기존에 쓰는 이불 위에 전용 매트리스를 올리고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설정하기만 하면 되는데 13만8240엔(약 150만 원)이 되는 고가 제품임에도 40~50대 직장인의 수요가 높아 견실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생의 약 3분의 1은 수면이기 때문에 질 높은 잠을 위해 투자를 하는 수요자는 많다”며 “특히 일본은 수면 관련 유망시장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침구류 전문지인 침구신문(具新聞)에 따르면 일본의 수면 비즈니스 시장규모는 1조2359억 엔이며 잠재시장은 3조~5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KOTRA 후쿠오카무역관은 “일본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き方改革)’ 정책도 잔업시간을 줄이고 근로자의 수면시간을 확보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큰 목적중 하나인 만큼 수면 관련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작성자 고충성)이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