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잇따른 사업조정과 매각...자금 비축에 들어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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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잇따른 사업조정과 매각...자금 비축에 들어간 이유는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5.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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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투썸플레이스 매각, 푸드빌 재무구조 개선에 이용
CJ제일제당 중국 사료사업도 매각작업중....곧 가시화 전망
"아시아나항공 인수 준비 안돼"....`DHL의 꿈`은 버리지 않은 듯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CJ그룹이 자금 비축에 들어갔다. `글로벌 경기위축`이 `글로벌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수합병(M&A) 같은 대규모 자금 투자 대신, 사업별 구조조정을 통해 식품, 물류, 문화, 바이오 등 4대 부문의 재무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톱5 종합물류회사'라는 CJ대한통운의 꿈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앞에 일단 `멈춤` 상태에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최근 수년동안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추진했던 CJ그룹.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엇갈린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수년동안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추진했던 CJ그룹.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엇갈린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불화에 대비해 자금을 비축하라"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과 강달러, 온라인의 공습 등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CJ그룹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식품 사업분야에서는 북미시장, 중국시장에서 외식사업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결과물이 신통찮다. 최근 예상치 못한 강달러 현상은 원당, 곡물수입등에서 수입가격 압박에 시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곡물 수입기업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가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현재 달러당 1180원을 웃도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초 원당과 곡물 등 글로벌 원재료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분석할 수 있는 `국제 산업시장 분석실(Global Ml Room)`을 신설하기도 했다. 최근 강달러 현상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넷플리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의 급부상과 홈쇼핑에서 `e커머스`로 진화하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확장도 이 분야 오프라인 비지니스가 강점이던 CJ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년동안 굵직한 M&A, 이젠 내실화할 타이밍          

CJ그룹의 M&A는 지난 2011년 대한통운을 1조8천억원에 인수하며 물류사업에 본격적인 발을 들였고, 올해초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기업 쉬안스컴퍼니 인수를 완료하면서 `글로벌 식품기업`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렇지만 인수대금이 만만찮았다.

그룹은 지난해말 인수발표때 총액 18억4000만달러(2조881억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했다. 그 사이 실사를 통해 인수할 것과 남겨둘 것을 정리한 결과, 16억7600만달러(1조8866억원)로 보정했다. 

문제는 인수자금 조달. 애초에 CJ헬스케어 매각대금을 포함, 자체 자체 보유자금 1조5000억원, 나머지 5억달러는 차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투신운용이 조홍래 대표명의로 CJ제일제당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한투운용은 "쉬안스 인수대금 대부분 차입으로 이뤄져 지난해 개선된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말 기준 총 차입금 4조9228억원에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쉬안스컴퍼니의 인수는 자금규모면에서가 아니라 사업적인 면에서 그룹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부문중 북미시장에 대한 본격적 진격을 알리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식품유통업계 전문가는 "CJ의 외식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하나, 냉동식품은 북미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을 확인했다"며 "쉬안스컴퍼니 인수는 이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냉동식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 파이, 아시안 에피타이저 등의 분야에서 네슬레등 글로벌 식품기업과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쉬안스를 통해 북미 냉동식품 대리점 유통망에 접근, `비비고 만두`, 동그랑땡, 너비아니등 냉동식품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쉬안스컴퍼니와의 시너지 발생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룹관계자는 "북미시장에서 외식사업은 실패했다는 평가는 심하고, 아직 성과를 못내고 있는 건 맞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쨌든 한투운용의 지적대로 올해 CJ제일제당 차입금 규모가 상당폭 늘어날 것은 부담이다.

CJ 대표 브랜드 `비비고`는 자랑이자 아쉬움이다. 북미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같은 냉동식품 사업은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한식세계화를 목표한 한식 외식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CJ 대표 브랜드 `비비고`는 자랑이자 아쉬움이다. 북미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같은 냉동식품 사업은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한식세계화를 목표한 한식 외식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썸 플래이스의 매각, 자금비축의 일환?

CJ그룹이 안고있는 가장 큰 고민중 하나는 CJ푸드빌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불투명한 사업전망이다.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는 "북미시장, 중국시장에서 외식사업의 실패를 CJ푸드빌이 다 떠안은 것"이라며 "이로 인해 푸드빌의 부채가 7000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2018년 CJ푸드빌의 재무제표를 들여다 보면, 자본 부문에서 심각한 균열이 보인다. 자본금 729억원에 기타자본 2102억원이 잡혀있지만, 결손금이 3126억원 인식되어 있다. 외부주주지분 327억원과 합치면 자본총계는 110억원에 그치는데 비해 부채총액은 7210.6억원이나 된다. 매입채무는 그렇다치더라도 단기차입금이 1460억원에 이른다.

CJ그룹이 푸드빌의 자회사인 투썸플레이스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이 때문. 지난달말 매각 발표에서 CJ푸드빌은 60% 지분중 45%를 2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운용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게 팔기로 했다. 매각대금은 2025억원으로, 푸드빌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의외의 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한 알짜 자회사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푸드빌 전체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투썸 플레이스를 올리브영과 합병하고, 푸드빌을 매각하는 쪽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외식산업이 쇠퇴하고 냉동식품시장이 커지면서 인수자를 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후 푸드빌의 방향과 관련, "올리브영과 합병을 추진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며, 푸드빌은 현재로선 `매각이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투썸플레이스의 매각자금으로 푸드빌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후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외식사업 자체의 비전이 불투명해진 것이 부담이다.

◆제일제당 사료부문 중국 비즈니스도 매각 협상 진행중?

CJ그룹의 또다른 사업구조 조정 이슈는 CJ제일제당의 사료사업부문이다. 

사료사업은 동남아에서는 꽤 성공했으나, 야삼차게 몰아부쳤던 중국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3년 중국 베이다황 그룹과 손잡고 설립한 `베이다황CJ식품과기유한책임공사`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대두 등을 중국으로 수입해 현지에서 동물용 배합사료를 만드는 사업인데, 현지파트너와 원만하지 않았다. 당시 청산을 밝히고 8개공장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중국내 사료사업 기업이 인수 관심을 보였지만, 중국사업 대신 동남아 사료사업 인수에 관심을 두는 바람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로운 인수희망자와 협상중에 있는데, 조만간 매각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은 이같은 사업조정을 통해 내부자금을 1조원이상 추가로 확보하고 글로벌 장기불황에 대비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그런 와중에도 식품, 물류, 문화, 바이오 등 4대사업은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DHL`을 공언했던 CJ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유심히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DHL`을 공언했던 CJ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유심히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덩그러니 남은 `한국의 DHL` 꿈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보로 CJ가 거론된 것은 스스로 공언했던 비전과 관련있었다.

2011년에 인수된 CJ대한통운은 2017년까지 해외 물류기업을 인수 또는 신설하며 덩치를 키웠다.

CJ스마트카고, 중국 최대 냉동냉장기업 CJ로킨 인수(4550억원), CJ스피멕스, 인도의 다슬 로지시틱스, 중동·중앙아시아의 이브라콤 인수 등이 그것이다.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은 당시 언론 등을 통해 "4년내 매출을 4배 이상인 27조원으로 늘리겠다"며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에서 대형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1위 물류기업 DHL을 거론하며 범 아시아 1등을 넘어 글로벌 톱5 물류기업 도약`을 공언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겐 이 공언이 잔상으로 남았다. 투자자들은 대한통운의 비어있는 자리 `항공물류`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채우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룹의 판단은 여기까지 가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 비중이 너무 적은 반면, 여객운송이 80~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때문에 그룹 사업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운영하는 노선도 대한항공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고 인수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는 아시아나항공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화물 부문이 없다는 점은 아시아나항공이 저평가되는 이유일 뿐, 인수자가 이 부문을 중점적으로 키워나갈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가능성은 오히려 화물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 항공기 투자에 정통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저가항공사(LCC)이 수익을 내는 부문은 6시간내 단거리 노선 때문"이라며 "하루 2회 왕복 운항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미주, 유럽등 장거리 노선이 `황금노선`인 시대는 지나 노선 경쟁력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

투자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격이 1조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CJ그룹 입장에서 `DHL의 꿈`을 완전히 접을 상황은 아니지 않을까. 다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7월께 하겠다고 밝힌 만큼, 타이밍이 문제다.  

그룹관계자는 "대한통운의 인수이후 대규모 M&A로 자금을 많이 집행했다"며 "지금은 불황에 대비해 주요 사업부문을 추스릴 때"라고 말했다.  

CJ그룹이 계열사별 사업조정을 통해 자금을 비축하려는 의도가 글로벌 불황에 대비하려는 것인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려는 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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