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포트] 아르헨티나, '치솟는 환율·물가' 잡으러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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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리포트] 아르헨티나, '치솟는 환율·물가' 잡으러 나서다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 승인 2019.05.1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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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 자유적금제 도입...달러 소매 거래 축소하고 페소화 안정 찾는 게 주목적
아르헨티나에서는 페소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큰 경제정책 목표중 하나다.  사진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환전소.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아르헨티나에게 2018년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G20와 세계 청소년 올림픽대회 등 국제사회 주요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가였지만, 동시에 18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다시 손을 내밀게 된 한 해였다. 

계속되는 경제침체 분위기 속에, 2018년 8월 말에는 단 이틀 만에 1달러 당 30페소 였던 달러 환율이 42페소까지 폭등하는 달러 파동이 일어났다. 이후 올 초까지 달러당 37~ 40페소 선에서 안정을 유지하던 환율은 다시 이번 3월말 부터 연일 상승세를 거듭해, 4월 26일엔 달러당 45.89페소로 장을 마감했다. 

◆ 치솟는 환율에 골치아픈 아르헨 정부 

 페소화 가치는 1992년 화폐 개혁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물가 상승률도 50% 달했다. 당연히 임금인상률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실질 급여 수준이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2018년 2월부터 2개월 단위로 표시된 페소 대비 달러 환율. 자료=아르헨티나 중앙은행
2018년 2월부터 2개월 단위로 표시된 페소 대비 달러 환율. 자료=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사실 아르헨티나의 환율 문제는 아르헨티나 정치 및 경제에서는 아주 고질적인 이슈다. 대두와 같은 소수 농산품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경제 구조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세계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국가 경제가 휘청거리고,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하지만 정부는 툭하면 닥쳐오는 국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에 급급해 장기적 대안이나 개발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민들의 심리(心理)도 페소화 불안정에 기여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페소와 현지 은행에 대한 불신이 일상화 되었고, '언제든 폭락할 수 있는 것이 페소'라는 인식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저축은 달러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소위 ‘침대 매트 밑 달러’ 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페소 가치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당장 달러를 사서 집안 침대 밑에 보관하곤 한다. 지난 2001년 경제위기 때 은행이 부도가 나면서 돌려받지 못한 ‘달러 예금액’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은행간 자유적금제'에 높은 호응

사정이 이렇다 보니, 4월말 정부는 페소 거래 및 적금 방식을 개선하는 대대적인 방안을 내놨다. 달러의 소매 거래를 축소하고 페소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 일환으로 5월 2일부터 ‘은행간 자유적금제’를 도입했다. 자신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 아닌 타행의 적금 프로그램에도 따로 계좌개설 없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제도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간편하게 이자율이 가장 높은 은행에 한 달 단위로 적금을 붓고, 찾을 수 있게 됐다. 다른 은행에 따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별도의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이용자가 늘었다.

연 52%로 가장 높았던 이자율을 제시했던 국민은행(Banco Nación)은 도입 6일만에 6000명의 타행 고객이 적금 신청을 해 총 8억 6000천만 페소(약 1870만달러)를 예치하는 성과를 얻었다. 

초기 효과로 예상되었던 것처럼 적금 고객유치를 위한 은행 간 이자율 경쟁이 촉진되면서 전체적으로 이자율도 4~5% 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립 은행의 이자율이 사립 은행에 비해 10~20%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월 4%를 웃도는 현재의 이자율은 지난 4월의 물가 인상율보다 낮다”며 “한달 후에 받은 이자를 가지고 다시 달러를 사지 않겠냐”는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ww.lanacion.com.ar/economia/comienza-a-subir-la-tasa-ofrecida-por-plazos-fijos-nid2243967
https://www.infobae.com/economia/2019/05/08/la-guerra-del-plazo-fijo-los-bancos-publicos-ya-pagan-hasta-56-para-captar-depositos-de-clientes-de-otras-entidades/

https://www.cronista.com/finanzasmercados/En-una-semana-los-plazos-fijos-para-no-clientes-ya-movieron--1000-millones-20190512-0023.html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민과 국경의 지정학 및 초국가적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문학 번역에 도전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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