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이 정도일 줄이야”…1분기 ‘초대박’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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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실적, 이 정도일 줄이야”…1분기 ‘초대박’ 수두룩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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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시 호조로 트레이딩·브로커리지 실적이 개선된 데다 초대형 투자은행(IB)를 중심으로 IB 부문 실적 호조가 이어졌다. 다만 이달 들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2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4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2.0%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또한 전분기보다 150.1% 증가한 2186억원을 기록, 증권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2000억원을 넘어섰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의 1분기 실적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증시 부진에 따라 증권사의 트레이딩 및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이 악화됐다. 이 가운데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上高下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어도 1분기에는 증권사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 트레이딩·브로커리지 실적회복 뚜렷

그럼에도 올 들어 미·중 무역문쟁, 미국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 우려가 완화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지난 1월 2일 연초 2010.00에서 3월 29일 2140.67으로 6.5% 상승하는 등 증시가 호황을 맞았다. 

특히 트레이딩 및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났고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실적이 개선됐다. 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거래대금은 9조4455억원으로 전분기(8조8233억원)보다 7.1% 증가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 또한 3월 말 10조3947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4075억원) 대비 10.5% 불었다.

실제 1분기 증권사 실적 발표에는 ‘사상 최대’라는 설명이 빠지지 않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 가운데 NH투자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352.7% 늘어난 237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가장 높았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370.9% 증가한 17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삼성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496억원, 117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78.1%, 214.7%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영업이익이 1420억원으로 전분기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분기보다 507.0% 증가해 1682억원이었다. 특히 세전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419.6% 늘어난 2247억원을 기록해 2016년 말 통합법인 출범 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KB증권 또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76억원, 873억원으로 전분기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 IB·자산관리도 동반 성장

이들 초대형 IB는 트레이딩,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IB, 자산관리(WM) 등 한 주요 사업 부문의 ‘동반 성장’을 실적 개선의 이유로 꼽았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트레이딩 부문과 브로커리지, IB, WM 부문 순영업수익이 전분기 대비 모두 늘어났다”며 “특히 홍콩·런던·브라질 등 해외 법인 실적이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중 메리츠종금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659억원으로 초대형 IB인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KB증권 수준을 뛰어넘었다. 당기순이익은 1413억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28.5%, 23.8%이었다. 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1분기 실적 개선폭이 크진 않지만 안정적인 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시 등락에 영향이 적은 IB 부문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1분기의 경우 인수금융·사모펀드·중소기업 신용공여 등 생산적 분야로 투자처를 다각화했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서는 키움증권의 약진이 돋보였다. 키움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46.5%나 불어났다. 당기순이익은 1587억원으로 전분기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기간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 주식운용, 메자닌, 구조화 투자 실적이 개선됐다.

다만 이달 들어 올 2분기 증권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세에 접어든 탓이다. 지난해 4분기 ‘검은 10월’처럼 급락장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 구조에서 IB 부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실적은 결국 국내·외 증시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며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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