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기차'로 후발주자 오명벗고 판 뒤집기 나선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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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전기차'로 후발주자 오명벗고 판 뒤집기 나선 정의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5.15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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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럭셔리 미래차 시장에 도전장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과 투자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과 투자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 초 밝힌 야심이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선택은 크로아티아의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그룹의 지향점인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로 전환에 속도를 내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게임체인저'로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대차그룹은 리막의 기술력을 접목해 이르면 내년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깊다. 경쟁자들의 면면히 화려하다. '지키느냐, 빼앗느냐'. 불붙은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춘추전국 시대 맞은 럭셔리 전기차 시장

'가성비'를 중시하던 기존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럭셔리'로 바꾼 대표주자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2013년 고성능 전기차 '모델S'를 선보이며 미래차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억원이 넘는 가격에도 기존 고급차에 비해 부족한 실내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마감, 주행성능과 안락한 승차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테슬라의 빈틈을 파고든 건 고급차 브랜드의 대명사 격인 독일 차들이었다. 벤츠는 지난해 9월 EQ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 '더 뉴 EQC'를 공개하고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아우디 역시 순수 전기차 양산 모델인 e-트론을 공개했다. 중형 SUV 스타일인 아우디 e-트론은 전기모터 두 개를 탑재해 355마력(265kW)의 출력을 자랑한다. 부스트 모드 사용 때는 400마력(300kW)까지 출력을 높일 수 있다. 포르쉐 역시 지난해 6월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 스포츠카 '미션E'의 공식 모델명을 '타이칸(Taycan)'으로 정했다. 이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포르쉐 E-모빌리티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성능 전기차 부문 선도 기업들은 브랜드 최초라는 타이틀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커져가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커져가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판매량(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플러그인, 순수 전기차 기준)은 197만대 수준으로 당초 예상을 웃돌았다. 지난해 초 예상했던 2018년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98만대에서 약 40% 증가한 137만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치보다 40% 넘는 성장을 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약 9250만대로 예상되며 이 중 전기차 판매량은 약 400만대로 점쳐진다.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4%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7월 고성능 전기차 EQC를 글로벌 출시한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는 7월 고성능 전기차 EQC를 글로벌 출시한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프리미엄 전기차에는 어떤 게 있나

내연기관 차량을 뛰어 넘는 강력한 성능의 고성능 전기차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 7월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SUV 전기차 EQC다. 독일 현지 판매가격은 7만1281유로(최저트림 기준)로 한화 약 9500만원 수준이다.

EQC는 전기차를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전기구동화 기술을 포함한 제품으로 다임러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QC는 매끄럽고 깨끗한 디자인과 하이라이트 컬러로 EQ브랜드만의 디자인 철학을 대변하는 한편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차축에 콤팩트한 전기 구동장치를 달아 사륜구동 주행 특성을 갖췄다. EQC는 7.4kW 온보드 차저(Onboard charger)가 탑재돼 가정과 공공 충전소에서 완속(AC) 충전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월박스를 이용할 경우 가정용 220V 소켓보다 약 3배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최대 110kW 출력으로 급속 충전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 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경쟁 모델로는 이미 출시된 재규어랜드로버의 I-PACE(아이-페이스)가 있다. I-PACE는 0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80㎞(국제표준시험방법 WLTP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국내 표준 충전 규격인 DC콤보 방식을 채택해 이미 설치되어 있는 충전 인프라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50kW 공공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9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1억1000만~1억3000만원 선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 역시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가세했다. 아우디 브랜드 최초 양산형 순수 전기구동차 '아우디 e-트론'은 차세대 콰트로 구동 시스템인 전자식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했다.

1회 충전 시 국제표준주행모드(WLTP)로 400㎞가 넘는 주행을 할 수 있고, 고속 충전기 사용 시 30분 이내에 충전이 가능하다. 아우디는 아우디 e-트론을 시작으로 올해 두 번째 전기차인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2020년에는 순수 전기 컴팩트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아우디 e-트론의 국내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 역시 타이칸으로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타아킨은 최고 출력 600마력(440kW)을 발휘하는 2개의 PSM(permanently excited synchronous) 모터를 정착했다. 제로백이 3.5초로 시속 200㎞까지는데 12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현존하는 전기차 중에서 유례없는 파워를 갖췄다는 평가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00㎞(유럽 NEDC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정의선(맨 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맨 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N브랜드 세계최초 수서전기차 모델될까

지난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고성능 브랜드 N과 관련해 "2021년 이후를 생각하면 N브랜드의 전동화를 피할 수 없다"며 "특히 수소전기차로 고성능차가 나온다면 그건 현대차가 가장 먼저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전기차 부문에서 아직 글로벌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전압·고출력 상황에서 안정적인 차체와 성능 제어가 가능한 차량을 여태까지 선보인 적이 없다. 단적으로 재규어의 I-PACE가 400마력에 제로백 4.0초를 자랑하는 것과 비교해 제원 상 성능이 뒤진다. 

현대차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막과 손잡았다.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부문에서 기술력이 특화돼 있다.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고성능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차량 제어 및 응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 분야는 타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반면 현대차는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 최적화된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017년과 비교해 123% 증가한 6만2000여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했다. 2020년에는 상품성과 효율을 극대화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리막의 장점을 살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 기업을 빠르게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2020년까지 리막과 공동으로 2종의 고성능 전기차 시제품을 개발한다. 스포츠카로 개발하는 1종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최초 순수전기차다. 다른 1종은 고성능 수소전기차 시제품이다. 시제품의 성능이 검증되면 개선을 거쳐 양산 여부를 결정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리막은 최고의 파트너"라며 "현대차그룹과 접목하면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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