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수입기업 불안감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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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수입기업 불안감 '최고조'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5.1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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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식품 기업 직격탄
원자재 수입의존도 높은 엔화도 강세
헤지·시황 분석 시스템으로 피해 최소화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점을 찍으며 수직상승하자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들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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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수입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87.50원) 대비 1.90원 오른 1189.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2017년1월16일(1182.1원) 이후 약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로 1년전(1068원)보다 120원(121.4원) 이상 상승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달러당 1170원선을 2년3개월여 만에 넘어선 후 거래일기준 3일 만인 지난 9일 1180원선을 통과했고 이제 119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주로 수입 기업과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항공과 식품 기업들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달러 환율 고공 행진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 식음료 기업들은 헤지, 시황분석 시스템을 통한 손실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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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부채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은 파생상품 헤지 등으로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악영향 분명…손실 최소화에 총력"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항공업계는 초비상 상황이다. 항공기 금융리스, 원유 수입 등으로 달러화 부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해 기준으로 순외화부채 규모가 79억달러에 이른다. 환율이 10원 변동 하면 약 790억원의 외환평가손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지난 1년사이 120원이 변동한 만큼, 외환평가손이 그와 비례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한공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별 수입·지출 균형화를 도모하고 고정금리부채·변동금리부채 비율을 50대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 파생상품 헤지로 환율과 유가 변동성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한공 관계자는 "환율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 변동성을 대비한 방안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식품 기업 역시 환율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업체들 모두 대부분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환율 리스크를 덜기 위해 시황에 맞게 선물·현물 거래 비중을 다르게 두고 있다. 또한 가격예측·시황분석 시스템과 시장분석을 통한 헤지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식품 사업과 해외 생산·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로 고환율 손실 상쇄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료용 곡물 수입 규모가 큰 대기업의 관계자는 "올해초 사내 환율(사업목표 수립시 환율)을 달러당 1140원으로 예상했다"며 "아직까지는 환율 변동에 맞춰 사업목표를 변동시키지 않았지만, 최근 환율 움직임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그룹 전체로 보면  수입에는 마이너스 효과, 수출에서는 플러스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와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강달러 현상에 따른 수입기업의 피해에 공감하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지원 방안은 수립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안전자산인 엔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서울외국환중개 홈페이지 캡처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안전자산인 엔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서울외국환중개 홈페이지 캡처

◆일본 원재료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안전자산 '엔화'도 강세에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엔화 역시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4일 엔화 환율은 100엔당 전날(1072.29원)보다 9.79원 오른 1083.08원에 마감했다. 지난 7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1년전(977.23원)보다 무려 205.85원 올랐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안전통화'로 여겨지는 엔화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시장에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몰리는 경향이 생기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3대 통화인 달러, 유로, 엔화가 최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부각되고 수요 역시 늘어나면서 엔화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산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 역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달러와 엔화 모두 강세를 보이며 국내 산업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 전망을 각각 다르게 내놓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부분 타결, 유로존 경기 회복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 현상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공 연구원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달러 강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기본적으로 강달러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 성장률 격차가 여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 갈등을 키워놓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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