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미사일 개발 경쟁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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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미사일 개발 경쟁의 진실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6.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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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공격용, 우리는 방어용...억측은 삼가야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미사일 개발이 저마다 한창이다. 북한은 지난 5월 9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지난 3일 충남 태안 안흥에서 탄도미사일을 실험 발사했다.

남과 북에서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은 마치 남북 미사일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서로 체급이 다르다. 국제사회의 감시와 비난에도 오래 전부터 핵과 장거리 미사일에 몰두해온 북한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SLBM은 긴 사정거리와 무거운 탄두 중량에 고도의 기술수준까지 갖춘 대형 미사일이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수중발사 시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을 치하했다고 2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간부들을 조선혁명의 최고 참모부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 불러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정확도에서만 앞설 뿐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시리즈와 비교해서는 사거리가 짧고 탄두 중량도 가볍다. 한국은 파괴력이 크고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제작할 능력이 있고 개발 의지가 있어도 불가능하다. 한미 미사일협정에 묶인 탓이다. 결과적으로 남북의 마사일은 용도 차이가 분명하다. 북한은 유사시에 지구촌 어디든 때리겠다는 공격용이고 우리는 북한에게 공격받을 경우 반격을 위한 방어용이다.

남북간 분명한 차이에도 최근 발생한 일련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는 주목할만한 공통점도 적지 않다. 우선 지도자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점이 동일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은 각각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직접 지켜봤다. 국가적 역량이 그만큼 집결되어 있다. 앞으로 남과 북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선대의 유지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 실험 참관을 위해 찾은 안흥시험장은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갖고 있던 자주국방 의지의 상징적인 장소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해 무기 국산화에 매진하던 고 박 대통령이 1978년 9월 최초의 국산 지대지 미사일 뿐 아니라 대전차 로켓 등 다양한 국산무기를 공개 실험하며 무기 국산화 프로젝트의 성공을 대내외에 과시했던 곳이 바로 안흥이다. 북한의 김정은도 1960년대 중반부터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추진한 각종 미사일 개발과 부친인 김정일이 매달렸던 핵무기 연구개발을 이어받았다.

▲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우리 군이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한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현무-2B)의 성공적인 발사모습을 관람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세습 지도자라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안보에 대한 관심이 낳은 결과물의 하나가 바로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남북의 미사일 개발은 각각의 역량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적인 북한을 상대하고 우리의 대응력을 높이려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함에도 온갖 억측 속에 제대로 된 평가와 인식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실험을 참관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언론마다 제원과 성능에 대한 보도가 제각각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국회와의 갈등을 ‘안보 감성’에 호소해 넘기 위해 메르스가 퍼지는 상황에서도 ‘불꽃놀이’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는 판이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은 수개월 전부터 정해지는 게 보통이다. 박 대통령의 탄도미사일 실험 참관 일정도 이미 3개월부터 예정됐던 것이다.

북한이 4일 SLBM 발사 동영상을 공개한 의도가 바로 하루 전인 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에 대응이라는 세간의 해석도 억측에 불과하다. 물론 북한이 우리의 미사일 발사를 극력 비난할 만큼 위협으로 느끼고 있지만 남한 미사일 실험에 대한 맞불이나 희석용은 전혀 아니다. 북한은 매월 첫째주에 전달의 군사 뉴스를 한데 묶어 한 시간짜리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매월 둘째주에는 전월의 민간 뉴스를 정리 편집해 소개하고 있다. 지난 4일 공개한 SLBM 관련 동영상도 이의 일환일 뿐이다.

안보에 있어 억측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억측으로 국민 여론이 왜곡된다면 사회적 합의와 국가 역량이 모아지는 지점이 엉뚱한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메르스 확산의 두려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과 북의 미사일 개발은 겉으로는 경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역사를 두고 진행된 개별 사안이다. 우리로서는 전쟁 억지력 향상을 위한 각종 무기의 고도화와 함께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폐기·감축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면한 현안 과제를 수행하려면 조건이 있다. 억측부터 지워야 한다.

 

(이글은 익명을 전제로 한 기고문이므로, 오피니언뉴스의 이름으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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