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리포트] '금식·금욕' 라마단에 '장바구니 물가' 불안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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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리포트] '금식·금욕' 라마단에 '장바구니 물가' 불안한 까닭은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5.1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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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절 대목과 비슷...농축산식품 중심으로 매년 물가 들썩
KOTRA 알제리 알제무역관
라마단은 이슬람교의 가장 신성한 기간이기도 하지만 소비가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도 해서 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이슬람교에서 가장 신성한 달로 여겨지는 라마단은 금식과 금욕의 기간으로 여겨진다.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하는 라마단은 지난 6일 시작돼 다음달 5일 끝난다. 이 기간중 이슬람 교도들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며 금욕과 절제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라마단은 역설적으로 각종 소비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이기도 해 이슬람 국가의 정부들이 물가안정에 애를 먹기도 한다.

KOTRA 알제리 알제무역관에 따르면 알제리 상무부는 지난 4월 21일 자 관보를 통해 올 1월 말부터 시행 중이던 임시수입추가관세 제도 적용 대상 품목 및 적용 세율을 일부 수정, 발표했다. 당초 1095개 세부 품목에 대해 30~200% 세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나 수정을 거쳐 총 992개 품목에 대해 30~120%의 세율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 라마단 앞두고 관세 조정...물가안정 차원

이번 조정을 통해 103개 제품이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외된 품목은 육류(냉장 및 냉동), 견과류, 버터, 보존처리된 과실견과류, 화이트초콜렛 등 대부분 농축산식품군 제품이다. 또 세율이 인상된 품목은 없으며 수경성 시멘트, 수확기나 탈곡기 등 농기계, 위생타올 및 유아용기저귀 등은 세율이 낮아졌다.

이 같은 관세 조정은 종교적 금식 기간인 ‘라마단’과 무관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라마단 기간에는 각종 소비가 증가해 물가가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어 알제리 정부는 이전부터 다양한 물가 안정 대책을 펼쳐 왔다.

원유 수출로 국가 재정이 풍족했던 시절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생필품, 식료품을 대량으로 수입해 시장에 대체 공급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며 경기가 침체되고 외환보유고가 줄면서 수입대체정책은 쓰기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라마단 기간 중 물가 안정을 위해 임시 인근시장(Marché de proximité)을 개설해 농축산물 공급을 늘리고 물가 단속반을 구성해 수시로 시장을 돌며 물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해마다 국민들의 불만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정치 상황이 악화되며 매주 국민들의 반 정부 시위가 3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터라 알제리 정부는 어느 때보다 라마단 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임시인근시장 운영, 물가단속반 구성 이외에도 기준가격(Prix de référence)제도 운영, 일종의 수입 대체 효과를 위한 임시 수입추가관세 완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라마단은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기간으로 일몰 후에야 금식이 풀린다. 사진=AP/연합뉴스

◆ 절제하는 성스러운 시기이면서 명절 대목이기도 해

알제리 국민들에게 라마단은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기간이지만 소비에 있어서는 한국의 명절대목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몇 주 전부터 라마단 기간에 매일 이프타르(Iftar: 일몰 후 금식을 종료하고 하는 첫 식사)를 비롯해 밤새 이어지는 가족 모임에 사용할 식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라마단을 전후해 소비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농축산식품을 중심으로 라마단 한달 전부터 물가가 들썩이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매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또 라마단 기간 종료 후엔 무사히 끝난 것을 축하하는 축제인 이드 알 피트르(Eid al Fitre)를 맞이해 성대하게 파티를 열기도 하는데 축제를 위해 식기나 주방용품 등을 새로 장만하거나 어린 아이들에게 새 옷을 사주는 등의 소비도 크게 늘어난다.

KOTRA 알제 무역관이 만난 한 유통업체 사장은 인터뷰에서 “라마단 기간 중 식품류의 매출 증가가 가장 크지만 의류나 주방용품, 가전제품 등도 매출이 증가한다”며 “라마단 기간에 일종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들도 있어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들이 평소에 망설였던 것들을 구매하거나 자녀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잡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펼친다”고 말했다..

알제리 정부는 임시 수입추가관세 개편으로 식료품 수입관세 장벽을 완화하고 기준가격제도 도입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상승 억제 효과는 크지 않다.

현지 언론이 알제 시내 주요 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준가격은 전혀 준수되고 있지 않으며 품목에 따라 기준 가격의 2배 가까운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언론은 ‘기준가격제’에 대해 모르는 상인들도 많았고 바가지 가격을 단속하는 인력도 전혀 볼 수 없었다며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관영 통신사 APS 역시 “수입관세 완화 정책도 실질적인 농축산제품 수입품 시장 유입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가 아직은 시장에서 관찰되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의 한계 이외에도 유통 구조 왜곡 문제를 지적하며 일부 도매상의 횡포로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OTRA 알제무역관은 “라마단은 평소보다 소비지향적 성향이 강해 적극적인 프로모션 마케팅을 전개하기에 적절한 기간”이라며 “현장 체험형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수요를 만들어 나가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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