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입장 돌아선 중국...'시진핑 리더십 상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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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입장 돌아선 중국...'시진핑 리더십 상처 안 돼'
  • 최원정 글로벌에디터
  • 승인 2019.05.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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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인 협상 모습 보여줄 수 없다는 정치적 부담 커
대외적으로 강경...속내는 협상 타결 희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최원정 글로벌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속된 협박에도 날 선 대응을 자제해왔던 중국이 보복조치를 내놓으며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에 맞서 중국 역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무역전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중국 정부가 '원칙'을 강조하며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13일 중국 정부는 6월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는 총 5140개 품목에 부과된다. 미국이 10일 오전 0시1분을 기준으로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 인상한데 따른 보복조치다. 2493개 품목에는 25%, 1078개 품목 20%, 974개 품목 10%, 595개 품목에는 5%의 관세가 부과된다. 

시장에서는 양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미국과 중국이 강공 드라이브를 날릴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높은 성장률에 탄탄한 고용지표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역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경제가 견고하지는 않지만 일단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하는 등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보였고, 1분기 성장률도 6.4%로 하락세를 멈췄다. 4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역시 50.1로 미약하지만 확장 국면을 보여주는 기준선인 50을 넘겼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중국 경제가 버틸만큼 체력이 탄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국측은 강경 대응하는 한편으로 협상의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관세 부과시점을 6월1일로 시간적 갭을 크게 잡은 것은 중국 역시 그 이전에 합의점을 도출해 무역전쟁을 피하고 싶은 속내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관세 부과는 오히려 미국에 유리하다”며 위협과 협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10일부터 관세 인상 조치를 취했지만, 상향된 관세율은 10일 이후 출항한 상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관세 부과까지는 몇주간의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또 남은 325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서도 조만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지만, 13일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다. 양쪽이 주먹을 휘두르기만 할 뿐 실제로 서로를 향해 펀치를 날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협상단이 조만간 베이징에 방문해 추가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고된만큼 양쪽 모두 전쟁 개시보다는 이번 달 중에 합의의 물꼬를 트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쪽 모두 무역전쟁으로 ‘잃을 것이 많지 않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지만 실제 씽크탱크들은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양국 경제가 즉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 받을 경우 2020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0.3%, 중국 GDP는 0.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역시 0.3%의 GDP 하락이 예상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경제의 타격으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해 차기 정부와 무역협상을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협상에서 심하게 당하고 있어 차라리 내년 대선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내 두번째 임기에 협상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중국에 훨씬 더 안 좋을 것”이라며 이 같은 분석을 의식한 듯한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합의 사항을 법제화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맞은 해로 중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해야 하는데다, 지난해 당헌을 바꿔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한 시진핑 주석이 집권 2기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중압감도 커진 시점이다. 이 때문에 실제 협상에서는 미국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대외적으로는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13일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원하지만 원칙에 관한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9~10일 고위급 회담을 끝내고 나온 류허 부총리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미국 측 요구의 부당성을 집중 보도하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쪽으로 돌렸다. 중국이 굴욕적인 모습으로 미국에 끌려가 합의문에 서명할 경우 시진핑 지도부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역시 애국주의에 호소하며 강경한 논조를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이 오는 6월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에 앞서 양국 실무진의 추가 회담이 예정된 만큼, 겉으로는 강경하게 맞서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양쪽이 이견을 좁혀 잠정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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