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용 재판에 부쳐- ③변호인단, 대법원에 제시할 대안 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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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재용 재판에 부쳐- ③변호인단, 대법원에 제시할 대안 논리는
  • 류광후 법무법인 리더스 변호사
  • 승인 2019.05.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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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삼성경영권 승계, 대통령 직무범위 아냐 →대가관계 없다" 주장해볼 만
둘째 "대통령 협박, 재벌총수로서 벗어날수 없을 정도 →뇌물공여죄 조각사유" 주장도
류광후 변호사
류광후 변호사

②에 이어 계속

[류광후 변호사]법률가로서 재판 전략적으로만 보자면 미국 판례에 기대기보다 차라리 이재용 변호인으로서는 첫째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볼 만하다.

노태우 대통령 뇌물사건 판례(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포괄적인 정치자금 등의 수수였다 하더라도 광범위한 권력을 지닌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현안 없이 금전을 제공해도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재용 2심 재판의 경우는 ‘박 전대통령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한 후’ 최순실이 실소유한 독일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고 전달한 36억원만 뇌물로 인정됐으므로 구체적으로 박 전대통령이 지인인 최순실을 도와주기 위해 삼성을 겁박해 독일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게 한 것은 제3자이득공갈죄에 해당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다는 것조차 법상 대통령의 직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 판례, 직무연관성-대가 관계 연결지어

앞선 노태우 대통령 판례에서도 ‘~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이므로 이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바로 뇌물죄가 성립하고 ~“라고 설시하여 적어도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것에 관해 금품이 제공되어야 대가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법에 의해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것이며 설사 도와준다한들 그것은 실정법을 어기고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대통령의 직무범위 외의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판례를 따르더라도 직무범위 외의 일에 대해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공인의 지위에서라기보다 사인의 자격에서 대통령의 지위를 과시하여(그러므로 이부분 직권남용도 아니다) 금품을 수수한 것이므로 박 전대통령에게는 공갈죄만 성립하고 이재용은 공갈죄의 피해자가 되므로 이 부분 원심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재용 변호인이 인용한 에반스 판례의 각주처럼 ‘공갈죄가 성립하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적어도 직무관련성,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한 우리 판례상 삼성으로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바꾸지 않는 한 실익이 없는 주장이다.

이재용 피고인의 최종심 판결을 진행할 대법원 상고심 3부 조우현 대법관.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사건 재판은 조희대 대법관이 주심을 맡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공갈죄 성립- 뇌물죄 불성립" 보다 "경영권 승계, 대통령 직무 무관" 논리로

그러므로 정면으로 대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그 이유로서 삼성 경영권 승계문제라는 실체가 없고 설사 그 실체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라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당연히 대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에반스 판례에서도 ‘금전제공과 함께 공무원의 어떤 행동을 기대했다면 그 자체 대가관계가 있는 것이다(the offense is completed when the public official receives a payment in return for his agreement to perform specific official acts; fulfillment of the quid pro quo is not an element of the offense)‘라고 하는데 공무원에게 기대하는 어떤 행동은 당연히 그 공무원의 직무범위 내의 행동이어야 하므로 그 기대되는 행동이 직무범위 외의 행동이라면 대가관계는 없는 것이고 공갈만 남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우리나라 법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미국 판례의 일부 각주에 기대지 않고 우리 판례에 따르더라도 공갈죄의 피해자로서 무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호된 질책, 거부할 수 없는 폭력 주장" 내세워도 

둘째 그것도 아니면 미국판례(United States of America, Appellee, v. Irving B. Kahn and Teleprompter Corporation, Appellants, 472 F.2d 272 (2d Cir. 1973))가 설시하는 바, “공무원의 협박이 매우 압도적이어서 뇌물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우리 법원은 불법적인 강요에 굴복한 피고인의 뇌물 제공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Almost every bribery case involves at least some coercion by the public official; the instances of honest men being corrupted by "dirty money," if not nonexistent, are at least exceedingly rare. The proper response to coercion by corrupt public officials should be to go to the authorities, not to make the payoff. Thus, unless the extortion is so overpowering as to negate criminal intent or willfulness, we would be loath to allow those who give in to the illegal coercion to claim it as a total defense to bribery charges.)”는 부분에 주목해 대통령이라는 직책에서의 사실상의 협박이 재벌총수로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정도라서 `칸 판결`이 설시하는 바처럼 뇌물제공 책임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

공무원의 협박이 형법상의 공갈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그 협박이 압도적이어서 도저히 상대방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경우라면, 즉 우리 판례(대판 2007. 6. 29. 2007도3306)가 말하는 바처럼 “형법 제12조의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은 심리적 의미에서 육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절대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경우와 윤리적 의미에서 강압된 경우”를 말하고 이때의 폭력은 상대방의 심리에 작용하여 의사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폭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박 전대통령이 호된 질책과 함께 부탁한 최순실 소유 독일 코어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우리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로서 비록 뇌물공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더라도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이재용 변호인이 할 수 있는 첫째의 주장은 삼성 경영권승계 협조라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 범위 외의 것으로서 대가관계가 없으므로 공갈죄만 남게 되어 공갈죄의 피해자로서 책임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의 주장은 설사 대가관계가 인정되어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강요된 행위로서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곰곰히 살펴보면 보통법(Extortion by the public official was the rough equivalent of what we would now describe as "taking bribe.)과 마찬가지로 홉스법도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extortion under color of law)를 뇌물죄(bribery)와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Under §201, both the official receiving a bribe and the person bribing him have committed a federal crime, but, under §1951, a payor of a bribe is most likely not guilty as an accomplice to extortion) 이재용 변호인이 두 가지 공갈죄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우리 형법처럼 공갈죄와 뇌물죄로만 인식해서 공갈죄와 뇌물죄가 양립불가능하고, 그러므로 수수자에게 공갈죄가 성립하면 공여자는 공갈죄의 피해자로 면책된다고 인용하여 주장하는 것이 처음부터 에반스 판례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무원 공갈죄와 뇌물죄 양립가능, 에반스 판결 오해없길

즉 에반스 사안처럼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는 곧 뇌물죄와 동일시되므로 둘은 양립가능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이재용 변호인이 처음부터 뇌물죄와 서로 양립불가능한 단순공갈죄 사안인지, 서로 양립가능한 '공무원자격에 의한 뇌물죄'인지(서로 양립가능하다는 것이 에반스 판결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 성격을 먼저 구분해서 대처했어야 했다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변호인이 인용한 에반스 판결의 각주 부분은 단순공갈죄에 해당할 때의 판결이고 에반스 사안처럼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잘못 인용한 것이다.

단순공갈죄(extortion by fear or force)와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extortion under color of law)'를 구분하지 않고 이재용 변호인의 인용 잘못을 지적한 일부 언론도 결론에서는 맞지만 그 과정에서는 역시 판례의 설시를 잘못 인용하고 해석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판례를 인용하는 것은 좋지만 가급적 판례를 자세히, 그리고 정치하게 읽고 필요한 부분을 우리 재판에 인용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류광후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리더스의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변호사시험 6회 출신이며, 미 뉴욕주 변호사 자격과 감정평가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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